67세 데뷔 '영혼의 피아니스트' 떠나다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4. 5. 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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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언젠가 내가 반드시 피아니스트가 될 거라고들 했습니다. 하지만 난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할 수조차 없었어요. 그저 내가 할 수 있던 일은 매일 피아노 앞에 앉는 것뿐이었으니까요."

오랜 무명시절과 청각 장애를 극복하고 늦은 나이에 명성을 날려 '영혼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음악가 잉그리드 후지코 게오르기 헤밍(후지코 헤밍·사진)이 별세했다.

러시아계 스웨덴인 부친과 일본인 모친을 둔 후지코 헤밍은 유럽에서 태어난 뒤 어린 시절 일본으로 이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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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코 헤밍 92세로 별세
스웨덴인 부친·일본인 모친
지독한 가난에 청각장애
2차 세계대전때 난민신세
'기적의 캄파넬라'로 데뷔
앨범 200만장 팔리며 대박
작년까지 전세계 돌며 콘서트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 '파리의 피아니스트: 후지코 헤밍의 시간들' 속 한 장면(왼쪽)과 데뷔 앨범 '기적의 캄파넬라'.

"사람들은 언젠가 내가 반드시 피아니스트가 될 거라고들 했습니다. 하지만 난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할 수조차 없었어요. 그저 내가 할 수 있던 일은 매일 피아노 앞에 앉는 것뿐이었으니까요."

오랜 무명시절과 청각 장애를 극복하고 늦은 나이에 명성을 날려 '영혼의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음악가 잉그리드 후지코 게오르기 헤밍(후지코 헤밍·사진)이 별세했다. 향년 92세.

2일 후지코 헤밍 재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3월 췌장암 진단을 받고 요양하던 중 병세가 악화돼 지난달 21일 영면에 들었다"고 밝혔다.

러시아계 스웨덴인 부친과 일본인 모친을 둔 후지코 헤밍은 유럽에서 태어난 뒤 어린 시절 일본으로 이주했다. 다섯 살 때 재능을 알아본 모친에게 피아노를 배워 17세 때 피아니스트 활동을 시작했지만 오랜 무명시절을 겪었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과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난 뒤, 일본 도쿄예술대 졸업 후 음악 공부를 위해 유럽으로 건너가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맞닥뜨린다. 자신이 무국적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스웨덴에서 태어나 스웨덴 국적을 갖고 있었지만 스웨덴을 방문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스웨덴 법률에 따라 국적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었다. 곧바로 일본 국적을 신청했지만 일본에서 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마저도 거부당했던 그는 10년 지나서야 독일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아 유학길에 오를 수 있게 된다.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그는 피아노를 놓지 않았다.

그러던 중 헤밍은 중요한 연주회를 앞두고 병에 걸려 양쪽 귀가 안 들리는 청각장애를 얻어 피아니스트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하지만 치료와 함께 피아노 연주를 병행해 나중에 가까스로 한쪽 귀 청력 일부를 회복하고 이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피아노 교사로 수년간 일하기도 했다.

1995년 모친의 사망을 계기로 일본에 귀국해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1999년 일본 NHK가 청각장애 피아니스트로서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재기를 위한 열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방영해 큰 호응을 받았다. 같은 해 후지코 헤밍은 60대 후반의 나이에 헝가리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가 편곡한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가 수록된 데뷔 앨범 '기적의 캄파넬라'로 정식 데뷔했다. 이 앨범은 일본에서 클래식 앨범으로는 200만장이 넘는 이례적인 대히트를 기록했다. 이 앨범은 당시 제14회 일본 골드 디스크 대상 올해의 클래식 작품으로 선정됐으며 2002년에는 프랑스 기획사를 통해 유럽 전역에 발매되기도 했다. 그는 2001년 6월에는 미국 뉴욕 카네기 홀에서 공연을 펼쳤는데, 당시 모든 좌석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18년에는 그의 인생을 재조명한 '파리의 피아니스트: 후지코 헤밍의 시간들'이라는 이름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돼 주목받았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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