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넘어 웹툰까지… 에이블리 비상에 숨은 '비상신호'

김하나 기자 2024. 5. 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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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국내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
론칭 이래 첫 연간 흑자 기록
월간활성화사용자수 업계 1위
최근 웹툰·웹소설 서비스 론칭
‘스타일 포털’로서의 입지 강화
저조한 영업이익률 끌어올려야
중국 이커머스 공세도 극복과제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가 고공비행을 시작했다. 2023년 역대 최대 매출액과 첫 연간 흑자를 동시에 일궈냈다. 2월 월간활성화사용자 수(MAU)에선 경쟁사 무신사를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여세를 몰아 에이블리는 웹툰ㆍ웹소설 등 콘텐츠 영역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에이블리의 비상飛上 아래에선 '비상非常 시그널'도 감지되고 있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가 스타일 포털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ABLY)'가 2018년 론칭 이래 최고 실적을 냈다. 에이블리 운영사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의 지난해 매출액은 2595억원으로 전년(1785억원) 대비 45.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22년 -744억원에서 2023년 33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에이블리를 찾은 소비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에이블리는 앱ㆍ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ㆍ리테일ㆍ굿즈(이하 와이즈앱)가 진행한 '2023년 월평균 전문몰 앱(패션ㆍ뷰티ㆍ식품 등) 사용자 수 조사'에서 1위(694만명)를 차지했다. 무신사ㆍ올리브영ㆍ컬리 등 쟁쟁한 경쟁자를 따돌렸다. 인기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에이블리는 지난 3월 와이즈앱의 '패션 전문몰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 조사' 결과에서도 이용자 수 805만명을 기록해 무신사(676만명)ㆍ지그재그(327만명)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그럼 2019년만 하더라도 MAU가 39만명에 불과했던 에이블리가 업계 1위에 올라선 비결은 뭘까. 답은 '인지 마케팅'에서 찾을 수 있다. 인지 마케팅이란 잠재고객이 눈을 둘 만한 공간에 브랜드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에이블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사업 초기 유저들을 유입하기 위해 '인지 마케팅'을 펼친 데 이어, 구매로 연계하기 위한 마케팅 작업을 펼쳐 왔다."

막대한 사용자를 등에 업은 에이블리는 패션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콘텐츠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2일엔 웹툰과 웹소설 서비스도 공식 론칭했다.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는 "웹툰ㆍ웹소설 서비스 출시를 통해 콘텐츠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라면서 "단순 커머스 역할을 넘어 '스타일 포털'로서의 입지를 굳히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금의 성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다. 에이블리가 흑자전환에 성공한 건 분명 긍정적인 시그널이지만 따져볼 점도 있다. 무엇보다 영업이익률이 1.3%로 너무 낮다. 무신사가 지난해 영업적자(-86억원)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실적이지만 안심할 수치는 아니다.

소비자의 결제 단가가 높지 않은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3월 기준 에이블리의 '결제추정금액'은 595억원으로 무신사(1767억원), 지그재그(690억원)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에이블리를 찾는 소비자는 많지만 '쓰는 금액'은 적다는 거다.

웹툰ㆍ웹소설 신사업도 갈길이 멀다. 에이블리 앱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작품은 고작 2200여개. '네이버 웹툰'이 보유한 웹툰 작품이 수십만편에 달하고 카카오의 오리지널 IP가 1만4000개 이상이란 점을 고려하면 경쟁 자체가 어렵다.

이뿐만이 아니다.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ㆍ테무ㆍ쉬인)'라 불리는 중국 직구 플랫폼의 공세도 위협적인 변수다. 알리익스프레스의 2월 MAU는 818만명(와이즈앱 기준)으로 전년 동월(355만명) 대비 130.4% 증가했다.

지난해 7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테무'의 MAU 역시 벌써 580만명을 넘어섰다. 영역이 다르긴 하지만, MAU만 떼놓고 보면 에이블리를 이미 추월했거나 빠르게 추격 중이다. 중국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값싼 중국산 의류가 에이블리를 위협하기에 충분하단 거다.

물론 에이블리 측은 "중국 직구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훨씬 더 높은 편의성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일례로 '수학여행'을 검색했을 때 중국 직구 플랫폼에선 관련 제품이 제대로 검색되지 않지만, 에이블리는 '10대 소비자가 수학여행 갈 때 입고 싶어 하는 옷'까지 추천해줄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편의성'만으로 알테쉬의 진격을 막을 수 있을진 의문이다. 컨설팅 전문업체 김앤커머스의 김영호 대표는 "전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중국 직구 플랫폼의 경쟁력도 무시할 순 없다"면서 "중국 직구 플랫폼과 제대로 경쟁하려면 '편의성'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에이블리는 숱한 과제를 풀고 장밋빛 미래를 열어젖힐 수 있을까.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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