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도시’ 부산은 옛말, 농구가 뜬다

박효재 기자 2024. 5. 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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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부산 KCC와 수원 KT 경기. 경기장이 관중들로 가득 들어 차 있다. 연합뉴스



1만496명. 1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프로농구단 KCC와 수원 KT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보기 위해서였다.

프로농구에서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통틀어 단일 경기 기준 관중 1만명을 넘긴 것은 2012년 3월 24일 열린 2011~2012시즌 4강 플레이오프 KT와 안양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의 경기에 1만2815명이 들어찬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에도 장소는 사직실내체육관이었다.

KCC의 승승장구에 농구장을 찾는 관중들이 늘면서 부산하면 ‘야구 도시’로 부르던 것도 옛말이 될 정도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는 최하위로 처지고, 축구팀 부산 아이파크는 오랫동안 2부에 머무르면서 인기가 시들하다. 부산이 ‘농구 도시’로 떠오를 태세다.

이날 사직실내체육관 관중 기록은 KCC가 전주에서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겨 처음 치른 홈 경기인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삼성전 때 8870명을 훨씬 뛰어넘는다. 이번 시즌 한 경기 관중 신기록도 갈아치웠다. KCC는 사전 예매 때부터 개막전 기록을 넘어서자 구름 관중에 대비해 평소 열지 않던 3~4층 관람석까지 개방했다.

KCC는 2023~2024시즌 정규리그 5위에 그쳤지만, 플레이오프 들어 완전히 달라진 경기력으로 챔프전까지 치고 올라왔다. 5위 팀이 챔프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우승까지 한다면 또 다른 최초 기록을 세운다. KCC는 이날 경기에서도 92-89, 3점 차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7전 4승제 챔프전에서 2승 1패로 우승 트로피에 한 발 더 다가섰다.

경기 전 만난 KCC 전창진 감독은 “부산 분들은 성적만 잘 내면 중요한 경기는 꼭 보러와주신다”면서 “선수들에게도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자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1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부산 KCC 허웅(왼쪽)이 돌파하려는 것을 동생인 수원 KT 허훈이 따라잡으려 하고 있다. KBL 제공



이번 챔프전에는 여러 극적인 요소가 더해지면서 부산에서 농구 인기를 더욱 높인다. KCC의 간판 허웅과 KT의 에이스 허훈 간의 형제 대결은 이번 챔프전 최고의 흥행요소로 꼽힌다. 허웅과 허훈은 농구 대통령으로 불리던 허재의 아들이다. 이들 형제가 승부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어서 더 눈길이 간다. 이날 경기에서 허웅은 26점을 올리며 팀 내 최다 득점자로 수훈 선수에 꼽혔다. 허훈은 37점으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며 승부를 경기 막판까지 끌고 갔다.

KCC와 KT의 부산을 사이에 둔 묘한 인연도 관중들을 끌어모은 요소다. KT는 2021년 수원으로 옮기기 전까지 부산을 연고지로 삼았고, 이번 시즌 KCC가 전주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대신 부산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같은 날 부산을 연고로 하는 야구단 롯데와 키움의 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구장에는 1만4791명 관중이 찾았다. 농구장 관중보다는 많다. 하지만 법정 휴일인 노동절에 열린 경기임에도 앞서 지난달 초 주중 홈경기 때에 비해 크게 줄었다. 투표일이었던 지난달 10일 삼성전 관중 수는 2만2758명이었다.

지난달 24일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 경기. 3회말 1사 2루 롯데 전주우가 1타점 2루타를 치고 2루 베이스를 밟고 있다.연합뉴스



롯데는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1만2216명 관중을 동원하며 LG, SSG, 두산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지난 1일 기준 이번 시즌 누적관중 24만3425명으로 LG, 두산, SSG에 이어 4위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KIA(22만4988명)와 격차가 크지 않고, 승률이 3할도 안 되는 꼴찌여서 관중 숫자가 줄고 있다. 지난달 24일 SSG와의 경기에는 8499명만 왔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축구단 K리그2 부산 아이파크는 명함을 내밀기 민망할 정도다. 이번 시즌 5차례 홈경기를 치른 현재 평균 관중은 2890명에 불과하다. 이 부문 1위 수원 삼성(1만754명)의 3분의 1도 안 된다. 누적관중 기준으로 해도 1만4450명으로 1일 하루 부산 사직구장에 모인 관중보다도 적다. 이마저도 지난 시즌 1부 승격 희망에 관중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2022시즌 평균 관중은 1468명으로 현재의 절반 수준이었다.

부산은 2020년 K리그1 최하위로 2부에 강등된 이후 내내 2부에 머물렀다. 지난 시즌 최종전에서는 충북청주FC와 홈 경기 승리에 실패하면서 다이렉트 승격 기회를 놓쳤다. 1부 수원FC와의 승강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을 이기고도 2차전에서 대량 실점 패배하면서 미끄러졌다. 이번 시즌에는 9경기를 치른 현재 승점 15점을 쌓아 3위에 머물러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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