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플라스틱 ‘부산 회의’ 유치해놓고 ‘생산 감축’ 뒷짐

김정수 기자 2024. 5. 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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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플라스틱의 전체 수명주기를 다루는 포괄적 접근법을 바탕으로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국제적 법적 구속력 있는 수단을 개발하라는 유엔환경총회 결의안을 재확인하며, 플라스틱의 전체 수명 주기에 1차 플라스틱 폴리머의 생산이 포함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4차 협상회의에 옵저버로 참여한 유혜인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캠페이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성공 여부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의 감축에 달려있지만 4차 회의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마지막 5차 회의 개최국이자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높은 야망 연합의 일원으로서 한국 정부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감축에 대해 야심찬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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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개국 “플라스틱 생산 해결돼야 오염 종식”
정작 ‘부산회의’ 유치국 한국은 서명 참여안해
환경단체 “한국정부 생산 감축 야심찬 선언을”
지난달 24일(현지시각) 캐나다 오타와의 컨벤션센터 샤우센터에서 170여개 국이 참여한 가운데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문을 성안하기 위한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4) 회의가 열리고 있다. 유엔환경계획 제공

“우리는 플라스틱의 전체 수명주기를 다루는 포괄적 접근법을 바탕으로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국제적 법적 구속력 있는 수단을 개발하라는 유엔환경총회 결의안을 재확인하며, 플라스틱의 전체 수명 주기에 1차 플라스틱 폴리머의 생산이 포함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캐나다 오타와에서 국제 플라스틱 국제협약 체결을 위한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4)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피지와 바누아투 등 태평양 섬나라들을 비롯한 20여개 나라가 이런 내용이 담긴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의 명칭은 ‘부산으로 가는 다리’다. 오는 11월 부산에서 플라스틱 협약문 도출을 위한 마지막 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열리는데, 전세계적인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기 위해 애초 2022년 3월 제5차 유엔 환경환경총회에서 결의했던 것처럼 플라스틱의 ‘생산’에서 ‘폐기’에 이르는 전체 수명주기를 포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플라스틱 원료인 ‘1차 폴리머 생산 감축’ 문제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선언문 참가국들은 “지속 불가능한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고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섭씨 1.5도 미만으로 제한하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선언문이 나온 건, 4차 협상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이 1차 폴리머 생산 감축에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페루와 르완다는 이 회의에서 2040년까지 전세계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사용량을 2025년 기준 4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자고 제안했으나, 산유국 등은 “플라스틱이 현대 생활의 초석이란 점을 인정해야 한다”(이란 대표단 개회 성명문)며 플라스틱 생산 감축 대신 폐기물 관리 등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27개 유럽국가로 구성된 유럽연합도 지난 30일 4차 협상회의 폐막 본회의에서 대표 발언을 통해 이 선언에 참여하겠다고 공언했다. 개발도상국들 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스웨덴, 노르웨이 등의 선진국들이 가세하며, 2일 현재 서명국은 31개로 늘었다. 하지만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사회의 대응에 적극 동참하고 협약 성안에 기여하겠다”며 5차 협상회의를 유치한 한국은 정작 이 선언에 참여하지 않았고, 참여할 계획도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이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높은 야망 연합’(High Ambition Coalition to End Plastic Pollution·HAC) 참여국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선언문에 동참하지 않은 건 이례적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프랑스와 노르웨이 등 선진국과 르완다, 말라위 등 가난한 개도국을 아우르는 66개 국가가 함께 하는 이 연합은 2040년까지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시키는 것을 공통 목표로 내걸고 있다. 한국은 이 연합에 동참하며 외부적으로는 플라스틱 협약에 강력히 찬성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정작 실제 국내에서도 생산 감축을 포함한 근본적 접근보다는 △대체서비스 기반 일회용품 감량 △온전한 재활용 △재생원료 대체재 산업 육성 등을 주요 추진 과제로 삼고 있다.

4차 협상회의에 옵저버로 참여한 유혜인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캠페이너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성공 여부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의 감축에 달려있지만 4차 회의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마지막 5차 회의 개최국이자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높은 야망 연합의 일원으로서 한국 정부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감축에 대해 야심찬 선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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