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과 정원은 못 빼”… ‘수십억’ 당근책 무전공 도입 목전 대학들 ‘진통’ 계속

2024. 5. 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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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순 대입 시행계획 변경안 제출 임박
대학들 무전공 선발 계획 막바지 논의 중
경희대 406명, 성균관대 280명 등 속속 확정
“우리 정원 못 줄여” 교수 반발에 대학들 진땀도
[123RF]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수십억대 재정 지원이 걸린 ‘무전공’ 선발 확대를 앞두고 대학별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무전공 선발 인원을 늘리기 위해 어떤 학과에서 정원을 얼마나 줄일지를 두고 내부 반발이 이어지면서 적지 않은 대학들은 아직까지 규모나 방식을 결론 짓지 못한 상태다. 일부 대학에선 논의 자체가 무산되기도 했다.

2일 대학가에 따르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내년도 입시계획 변경안을 내야 하는 시한이 이달 중순으로 임박하면서 주요 대학들이 무전공 선발 규모를 확정하거나, 확정하기 위한 막바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앞서 정부가 무전공 선발에 따라 각각 사립대와 국립대를 대상으로 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과 국립대육성사업 재정 지원 평가에 인센티브 가점을 주기로 하면서다. 무전공으로 정원의 25%를 선발하는 대학은 10점의 가점을 받게 된다. 대학혁신지원사업 지원금이 사립대 1곳당 평균 37억60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대학 입장에선 학교 운영 ‘명운’이 걸린 셈이다.

“우리 학과 정원 못 뺀다” 학과 반발에 대학들 내부 진통 대학들

재정 지원 혜택을 무시할 수 없는 주요 대학들은 많게는 수백명 규모의 선발 계획을 확정했다. 다만 이들 대학 논의 과정에선 기초학문 붕괴 우려가 공통적으로 나왔다. 성균관대는 ‘자유전공계열’을 신설해 280명을 뽑기로 하고, 이 대신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인원이 많은 ‘대계열’에서 정원을 5%씩 줄이고 소형 학과들에서 5~15%까지 줄이기로 했다.

이같은 방침에는 전공 선택 시 기초학문이 소외될 수밖에 없다는 인문대 지적이 반영됐다. 안대회 성균관대 문과대학장은 “학생들은 취직이 잘 되는 곳을 고려해 기초학문으로는 오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학교에서 이 지점을 배려해 정원을 적게 배정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앞서 300여명 규모로 자유전공학부대학을 신설하기로 했지만 인원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몇몇 단과대가 교수회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정원 차출 규모를 결론 내리지 못하면서다. 고려대 관계자는 “본부에서 일방적으로 차출 규모를 정할 수는 없어 300명 규모에선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입학정원이 수십 명인 학과에서 몇 명만 빠지더라도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서 기초학문 정원을 섣불리 줄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도 학생들이 다양한 전공을 부전공, 복수전공, 연계전공 등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율학기제’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지만 규모 관련 내부 논의를 마치지 못한 상태다. 연세대 관계자는 “총장, 교학부총장을 비롯해 교무처 등 관련 부처들이 협의 중이며 규모나 방식은 명확하게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경희대는 대규모 학과 위주로 정원을 빼 406명을 무전공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서강대는 인문학·사이언스·인공지능(AI) 기반 자유전공 3개 학과를 신설해 총 157명을 선발한다.

무전공 논의하다 ‘철회’ 대학도

무전공 선발 계획을 검토한 끝에 철회한 곳도 있다. 서울대는 앞서 400명까지 무전공 선발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서울대는 기존에 123명 규모로 선발하던 자유전공학부를 ‘학부대학’으로 확대하려는 과정에서 내부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기존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학부대학으로 편입되면서 기존의 교수진이나 교과 프로그램 등 지원이 끊길 것을 우려해 반발하면서, 오는 3일 열리는 학내 공청회에 유홍림 총장이 직접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

중앙대 역시 내부적으로 무전공 선발 확대를 계획했으나 무산됐다. 중앙대 관계자는 “학부대학을 이미 운영하고 있어 더 이상 늘리는 것은 사정상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건국대의 경우 308명 규모 자유전공학부 신설과 함께 일부 학과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학생들이 이 과정에서 학내 점거 농성을 벌이는 등 반발이 거셌다. 조재희 건국대 총학생회장은 통화에서 “학생들의 소속감 문제와, (통폐합 대상 학과) 기존 재학생들의 졸업 문제로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학과 유지는 최소 8년 동안 하겠다고 학교가 말했지만, 신입생이 없으면 재학생이 계속해서 줄어들텐데 최소 수강 인원을 채우지 못해 강의가 폐강되는 문제 등을 학교가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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