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안 되는데 이스라엘은…논란 부른 ‘유로비전’

홍석재 기자 2024. 5. 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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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이 항복했던 워털루 전투 같은 운명이네요/ 역사는 되풀이되나요/ (워털루) 난 패배했고 당신이 이겼어요/ (워털루)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약속할게요."

스웨덴 출신 혼성 그룹 아바(ABBA)는 1974년 유로비전 노래 경연 대회(유로비전)에서 노래 '워털루'로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유로비전 쪽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대회 출전을 금지했지만, 지난 6개월 넘도록 가자지구를 초토화한 이스라엘의 출전은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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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즈모폴리턴]
유로비전 노래 경연 대회 이스라엘 대표인 에덴 골란이 지난달 22일 이스라엘 텔아비즈 자택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홍석재 | 국제뉴스팀 기자

“나폴레옹이 항복했던 워털루 전투 같은 운명이네요/ 역사는 되풀이되나요/ (워털루) 난 패배했고 당신이 이겼어요/ (워털루)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약속할게요.”

스웨덴 출신 혼성 그룹 아바(ABBA)는 1974년 유로비전 노래 경연 대회(유로비전)에서 노래 ‘워털루’로 우승을 차지했다. 한 이성과의 ‘사랑 싸움'에서 더는 저항하지 못한 채 완전히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나폴레옹의 워털루 전투 패배에 절묘하게 빗댄 노래다. 아바는 이 노래로 조국 스웨덴에 유로비전 첫 우승을 안겼다. 한해 전 첫 앨범을 낸 신인 그룹 아바는 이를 발판으로 대중음악계 전설이 됐다.

유로비전은 유럽 30여개국이 자국 최고의 신인 뮤지션을 출전시켜, 노래로 국가별 대항전을 벌이는 대륙 최대 음악 축제다. 1956년 시작된 뒤 아바를 비롯해 셀린 디옹(1988년 우승·당시 스위스 국적), 시크릿 가든(1995년·노르웨이) 등 무수한 스타들을 배출했다. 올해는 스웨덴 말뫼에서 7~11일(현지시각) 대회가 열린다.

한해 시청자만 약 1억8천명에 이른다는 최고의 음악 경연대회가 때아닌 ‘전쟁 논쟁’에 휩싸였다. 지난해 10월7일 시작된 가자 전쟁에서 이스라엘방위군(IDF)이 벌이는 민간인 공격을 도외시한 채 평화의 축제인 유로비전에 이스라엘의 출전을 허용한 게 합당하냐는 것이다. 앞서 유로비전 쪽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대회 출전을 금지했지만, 지난 6개월 넘도록 가자지구를 초토화한 이스라엘의 출전은 허락했다. 2일 현재 가자 전쟁으로 주민 3만5천여명이 숨졌다. 사망자 7할이 어린이와 여성이다.

베네딕트 리나르 벨기에 문화부 장관은 지난달 3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외한 것처럼, 이스라엘도 국제법을 위반하며 막대한 희생자를 낳는 걸 끝낼 때까지 유로비전 출전국에서 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엔 아이슬란드작곡가권리협회( STEF)가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문제 삼아 이스라엘 대표 에덴 골란의 ‘참가 금지 요구’ 성명을 발표했다. 핀란드에서도 1400명 넘는 음악 산업 전문가들이 유로비전 쪽에 러시아와 견줘 이스라엘에 유리한 ‘이중 잣대’를 적용한다고 비난했다.

여기에 골란이 애초 제출했던 노래 ‘10월의 비’가 기름을 부었다. 이 노래에는 “그들은 모두 착한 아이들이었어, 모두”, “누가 너희들에게 울지 말라고 했니/ 몇 시간이고 몇 시간이고” 등의 가사가 포함됐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당시 상황을 그대로 묘사하는 방식으로 노골적 정치색을 띠어 실격 사유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결국 노래 제목을 ‘허리케인’으로 바꾸고 문제가 됐던 가사를 수정하면서 겨우 상황이 수습됐다. 그러나 전쟁은 이번 대회에 또 다른 불안도 낳고 있다. 지난달 18일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는 골란에게 안전을 위해 대회 기간에 공연과 공식 행사 외에 호텔 방을 떠나지 말라고 권고했다. 스웨덴 당국 역시 대회 참가자를 보호하기 위해 무장 보안대를 배치하기로 했다. 가자 전쟁이 파괴하는 것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삶과 가자지구만은 아닌 셈이다.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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