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6.한신대학교 박물관

경기일보 2024. 5. 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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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 박물관은 1991년 3월 개관 후 한신대 고고학과가 경기도를 중심으로 벌인 발굴 및 활동성과 등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이 위치한 경삼관. 윤원규기자

 

오산 독산성은 임진왜란 때 기발한 전술로 왜적의 포위를 물리친 승리의 현장이다. 독산성과 마주 보는 양산봉 자락에 자리 잡은 한신대 교정에도 오월의 푸른 기운이 넘실댄다.

1940년 한국 최초의 신학대학으로 개교한 한신대는 오산에 터를 잡은 1980년 종합대학으로 승격된다. 고고학부터 근현대사까지를 아우르는 한신대 국사학과는 고고학 분야의 역량을 갖춘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학과로 유명하다.

경기 남부의 주요한 유적 발굴 현장에는 언제나 한신대 박물관이 있다. 1991년 봄 개관한 한신대 박물관(관장 정해득)에서 한국의 고대사를 밝혀주는 유물과 설레는 만남을 가진다.

한신대가 발굴한 유적 가운데 가장 고고학적 가치가 높은 곳 중 하나인 풍납토성에서 발굴된 토기들. 풍납토성은 백제사와 관련 고고학적 가치가 높다. 윤원규기자

■ 한국 고대 역사의 비밀을 밝히는 고고학계의 선봉

도서관인 경원관 2층에 자리 잡은 박물관 입구에 문화재청과 한국대학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2024년 매장문화재 미정리 유물보존 및 활용사업’에 한신대 박물관이 선정됐음을 알리는 입간판이 서 있다. 발굴 현장을 소개하는 사진을 통해 한신대 박물관의 역사를 그려볼 수 있다. ‘화성 송산동 농경유적’, ‘서울 풍납토성 백제왕성’, ‘화성 반송동 청동기시대 마을’, ‘화성 길성리 백제토성’, ‘용인 고림동 백제마을’ 등은 한신대 박물관의 주도로 발굴한 유적이다.

‘한신 고고학 영상 스토리’는 이제까지의 사업을 쉽게 알려준다. 연구실에 들어서니 토기 조각이 놓인 책상이 나타난다. 책꽂이에 가득 꽂혀 있는 일본어 서적은 어떤 책일까? 박중국 학예연구사가 궁금증을 풀어 준다. “지난 2007년, 일본 오사카를 무대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중진 고고학자 야나기모토 데루오 교수가 평생 모은 일본 고고학과 관련된 귀중한 자료 6천여권을 아무런 조건 없이 우리 박물관에 쾌척한 것입니다. 야요이시대와 고분시대의 수많은 유적을 직접 발굴조사하고, 대표적인 가야 유적인 김해 대성동유적과 양동유적의 일본어판을 출간하는 등 한국 고고학에도 영향을 끼친 분이지요.”

박물관은 2015년 한성백제박물관과 백제문화특별전 ‘풍납토성, 건국의 기틀을 다지다’를 공동으로 개최한다. “서울 풍납토성은 한국 고고학과 고대사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연 유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한신대 박물관이 발굴해 정리 중인 경당지구 유물은 백제한성 시기 왕성의 모습을 복원하는 데 아주 중요한 자료입니다.” 입이 깨지긴 했으나 형태가 온전한 항아리 수십 개가 놓여 있다. 설명을 읽어 보니 ‘왕성의 어정(御井)’이다.

‘왕의 샘’에 왜 이 많은 항아리가 묻혀 있었을까? “2008년 6월 풍납토성 경당지구 발굴 현장 206호 네모난 구덩이에서 발굴된 유물입니다. 길이 11m, 깊이 3m의 이 구덩이를 처음에는 연못이라 생각했지요. 이곳에서 펄을 걷어내니 완전한 형태의 도자기가 쏟아졌습니다. 우물에서 발굴된 토기 215점 가운데 충청과 전라지역에서 제작한 여러 점이 포함돼 있습니다. 5세기 초 백제 어정에서 지배층의 결속을 다지는 성스러운 물의 제사를 거행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물 속의 수많은 토기가 우물을 폐기할 때 올린 제사에 사용한 제물로 보고 있다는 해설이 사뭇 흥미롭다. “이 사업을 통해 정리·공개되는 유구와 유물이 고대 백제의 첫 수도이자 고대국가로 발전하는 기반이었던 풍납토성의 학술적·역사적 가치와 위상을 규명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입니다.”

경기도내 곳곳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전시되고 있는 상설전시실. 윤원규기자

■ 40년 내력을 가진 탁본전시회

한신대 박물관은 ‘우리 마을(오산) 기록하기’와 ‘오산 문화재 산책’(2022년)을 진행하는 등 지역과 연대하는 사업에도 열심이다. 오산시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독산성과 세마대지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사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매년 하반기에는 한국사학과 탁본연구회와 함께 유교 유적의 비문과 석물에 대한 30여년간의 조사에서 얻은 성과를 기반으로 탁본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600여점에 달하는 탁본 자료는 국내 최대로 우리나라 금석문 연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요.” 지난 2023년에는 경기도와 오산시의 후원으로 ‘탁본전람회 40주년 특별전’을 열었다. ‘진경시대 명필의 금석문 서예’를 주제로 조선시대 숙종과 영조, 정조를 비롯해 조상우, 윤순, 이광사, 강세황, 조윤형 등 다양한 가문에서 배출된 명필의 서법을 소개한 자리였다.

경기도 전역의 명필 금석문을 모두 탁본해 탁본전람회를 열고 있는데 2015년부터의 주제는 ‘조선후기 명필의 재발견’이다. ‘서계 박세당 가문의 서예’(2017년), ‘동강 조상우의 서예’(2018년), ‘안동김씨 가문의 서예’(2019년), ‘창녕조씨 가문의 서예’(2020년), ‘17세기 조선 명필의 금석문’(2021년), ‘광산김씨 가문의 서예’(2022년) 등 유력한 가문들이다. 정해득 관장은 탁본전시회를 여는 까닭을 이렇게 말한다. “1985년 처음 시작했던 탁본전람회가 지난해 40회를 맞이했습니다. 조선시대 역사의 비어 있는 부분을 채워 나가는 역할을 하겠다는 목적 의식을 가지고 금석문 서예전을 꾸준히 열고 있지요.”

수원에서 오산 독산성 방향으로 황구지천을 건너는 세람교(細藍橋) 돌다리 석재가 야외전시장에서 전시되고 있다. 윤원규기자

■ 지역과 연대하고 협력하는 경기 남부의 중심 박물관

앞에서 소개했듯이 한신대 박물관은 ‘2024년 매장문화재 미정리 유물 보존 및 활용 사업’에 선정됐다. 문화재청과 한국대학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이 사업은 과거 발굴조사를 통해 수습됐지만 관련 보고서 미발간으로 인해 각 대학 박물관에 오래 수장돼 있는 유물의 정리작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각 대학 박물관에 보관된 주요 유적 출토 미등록 유물의 현황을 파악하고 학술가치가 높은 다수의 유물에 대한 보고서 작성 작업을 추진해 국가 귀속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 유물을 활용한 교육, 전시, 도록 발간 등 시민을 위한 서비스 활동도 진행할 계획이다.

박물관은 이 사업에 5년 연속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2020년 사업에 선정된 이후 지역주민과 전공자를 선발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지요. 학계와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유적이므로 중요 유구와 유물의 철저한 보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학술가치가 높은 유물을 국가에 귀속해 많은 시민과 관련 전공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것입니다.”

한신대 박물관은 오산시 ‘독산성·세마대지’(사적 제140호)에서 삼국시대에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토성 흔적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독산성의 최초 성벽으로 추정되는 토축시설과 통일신라부터 고려시대 문화층, 조선 정조시대로 보이는 내성이 동시에 발견됨으로써 독산성의 역사적 위상과 실체를 복원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됩니다. 최초 독산성 축조 이후 폐기되는 시점까지 긴 시간 동안의 역사를 온전히 복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곳에서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 토기 및 도기편, 연화문 와당, 고려시대 청자편·반구병 같은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한신대 고고학과 학생들이 유물조사실에서 복원작업을 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한신대는 오산시와 평생교육 관학 협력사업으로 ‘교육 문화도시 오산의 역사문화 바로알기’를 진행하고 아주대 도구박물관과 ‘함께 찾는 우리 지역의 옛이야기’를 진행했다. 또 ‘오산시와 한신대 한국사학과가 함께하는 오산 역사 기록하기’와 사진전 ‘우리동네 양산동’을 개최하기도 한다. ‘화성지역 고고학 연구의 현황과 쟁점’과 ‘고고학과 문헌을 통해 본 수원 창성사지의 역사적 가치’라는 학술대회를 주관하는 등 지역과 긴밀하게 연대하며 협력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박물관협회가 주관하는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과 문체부 지원 ‘교육인력지원사업’에 10년 이상 연속 선정된 사실에서도 한신대 박물관의 저력을 엿볼 수 있다. 한신대 박물관은 한국 고대사를 밝혀주는 풍부한 유물을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20명 이상의 단체 관람객은 2주 전에 박물관에 신청하면 토요일도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오는 주말에 아이들과 박물관을 관람하고 독산성에 올라 보면 어떨까. 김영호(한국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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