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카카오·SM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멜론에 최신곡 우대 금지” 명령

세종=박소정 기자 2024. 5. 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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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SM, ‘시정조치’ 부과하며 기업결합 승인
“지니·유튜브뮤직서 NCT 신곡 못 들을라” 우려
“멜론에 에스파 더 자주 노출” ‘자사우대’ 문제도
공정위 “멜론에 3년간 감시독립기구 설립” 조치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공정위는 SM·카카오 아티스트의 최신곡 등을 카카오 자사 스트리밍 플랫폼인 ‘멜론’에만 우대해 공급하는 등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감시할 점검 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의 시정조치를 3년간 준수하도록 시정조치를 명령했다.

공정위는 2일 “카카오가 SM의 주식 39.87%를 취득한 기업결합이 국내 대중음악 디지털 음원 시장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한다고 판단한다”며 이런 내용의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왼쪽)와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그룹 본사. /연합뉴스·뉴스1

◇ “SM·카카오 제작 음원, 공급 거절·중단·지연 우려”

이번 기업결합은 디지털 음원 유통·플랫폼 시장에서의 1위 사업자이자 기획·제작 시장에서의 유력 사업자인 ‘카카오’가, 디지털 음원 기획·제작 시장의 1위 사업자인 ‘SM’과 결합하는 ‘수직형 기업 결합’이다. 참고로 카카오는 아이유·아이브·스테이씨(STAYC) 등의 소속사이자 디지털 음원 플랫폼인 멜론을 운영하고 있으며, SM은 엔시티(NCT)·에스파(aespa)·레드벨벳 등의 소속사다.

공정위는 당초 이들이 팬 플랫폼·티켓 판매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관련 상품 시장을 획정한 결과, 총 11개의 수평·수직·혼합결합 유형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중 10개의 결합은 경쟁 제한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고, ‘대중음악 디지털 음원 기획·제작-음원 유통-음원 플랫폼’ 시장 간 수직결합에 대해서만 경쟁 제한성을 판단했다.

카카오는 이번 기업결합 이전에도 디지털 음원의 ‘기획·제작-유통-플랫폼 시장’의 전(全) 가치사슬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결합을 이런 수직 계열화를 더욱 견고히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기업결합으로 이들의 점유율은 음원 기획·제작시장에서 13.25%, 음원 유통 시장에서 43%, 음원 플랫폼 시장에서 43.6%로 올라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우려한 '구매선 봉쇄(음원 공급 제한)'와 '판매선 봉쇄(멜론을 통해 자사음원 우대)' 경쟁제한 모습. /공정위 제공

공정위는 ▲타사로의 음원 공급 제한 ▲자사 음원 우대 등 측면에서 관련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봤다. 정희은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중요 인기 음원들을 멜론에만 독점 공급하거나, 유튜브뮤직·지니뮤직·바이브 등 여타 경쟁 플랫폼에 지연 공급할 수 있다”며 “또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자사 음원을 타사 음원보다 소비자들의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더 자주 노출하는 방법으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관련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음원을 제때 공급하지 않는 경우, 여타 음원 플랫폼들의 새 요금제 출시가 방해받을 수 있다는 의견 등이 제기됐다. 음원 플랫폼 구독 기간이 1개월 정도로 짧은 탓에 가입자들이 쉽게 이탈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정 국장은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했다.

멜론의 ‘최신음악’ 화면 구성.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공정위 “멜론 ‘자사 우대’ 감시할 독립기구 설립하라”

이에 공정위는 두 가지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이번 기업결합을 승인하기로 했다. 우선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제작·유통하는 디지털 음원과 관련해, 정당한 이유 없이 경쟁 음원 플랫폼의 공급 요청 거절·중단·지연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가칭 ‘멜론의 공정성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점검위원회’라는 독립된 점검 기구를 설립하라고도 명령했다. 공정위 승인을 받은 5인 이상의 독립적인 외부 위원만으로 구성해야 한다. 이들은 멜론에서 ‘최신 음악 소개 코너’를 통해 자사의 최신 음원을 유리하게 노출하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만약 자사 우대가 있다고 판단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시정 계획을 30일 이내 점검 기구에 보고해야 한다”며 “점검 기구의 활동 내용은 반기별로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정조치의 유효기간은 3년이다. 공정위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경쟁제한 우려가 현저히 감소하는 등 시장 상황의 중대한 변화가 있는 경우, 이런 시정명령의 전부 또는 일부의 취소·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심사 결과는 플랫폼의 자사 우대를 차단하기 위해 공정위가 시정조치를 부과한 최초 사례이자, 엔터테인먼트 분야 기업결합에 시정조치를 부과한 첫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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