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 24번 갔는데… 이번엔 87세 주연으로 레드카펫 밟아”

장재선 기자 2024. 5. 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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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동안 칸 국제영화제에 24번 갔습니다. 2010년에 '주목할 만한 시선' 분야 심사위원을 맡았을 때 레드카펫을 밟았어요. 나머지는 그런 분들을 지켜보거나 응원하는 경우였지요. 이번에 제가 다큐멘터리 주인공으로 초청돼서 레드카펫을 밟기 때문에 감회가 남다릅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번 다큐멘터리에 제 개인사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계면쩍지만, 영화는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에 기꺼이 받아들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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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청년, 동호’로 초청된 김동호 BIFF 전 집행위원장
부산영화제 등 삶 다룬 다큐
14일 개막 클래식부문 선정
“요즘도 연출 꿈 버리지 못해
캠코더로 계속 찍고 있어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소규모 영화상영회를 여는 경기 광주 자택 서재에서 서가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쿨투라 제공

“제가 그동안 칸 국제영화제에 24번 갔습니다. 2010년에 ‘주목할 만한 시선’ 분야 심사위원을 맡았을 때 레드카펫을 밟았어요. 나머지는 그런 분들을 지켜보거나 응원하는 경우였지요. 이번에 제가 다큐멘터리 주인공으로 초청돼서 레드카펫을 밟기 때문에 감회가 남다릅니다.”

김동호(87) 전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칸 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영화 청년, 동호(Walking in the Movies)’를 공식 초청했다는 소식을 듣고 난 소감이다. ‘영화 청년, 동호’는 부산영화제를 창설해 세계적 예술축제로 성장시키며 영화 발전에 기여한 김 전 위원장의 발자취를 다룬 다큐멘터리이다.

영화제 측은 이달 14일 개막하는 제77회 영화제의 칸 클래식 부문 작품으로 이 다큐멘터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칸 클래식 부문은 고전 명작의 복원 필름을 상영하거나 영화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경쟁 부문인 만큼 각국 영화계의 관심이 높은 섹션에 속한다. 그간 이브 몽탕(2021), 제인 캠피언(2022), 장 뤽 고다르(2023) 등 영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영화인들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선정됐다.

‘영화 청년, 동호’는 김량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지난 1년간 촬영한 작품이다. 김 전 위원장과 함께 그의 영화 인생과 추억이 담긴 장소를 찾아서 소회를 들었다. 문화부 차관을 지낸 관료가 영화인의 삶을 살게 된 여정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깊은 울림을 준다.

“임권택, 정지영, 이창동, 신수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칸 영화제의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 등이 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박정자, 조인성 배우 등도 참여해줬어요. 참으로 고맙지요.”

연출을 한 김 감독은 지난 2022년 강수연 배우가 타계했을 때 크게 낙망한 김 전 위원장의 모습을 보고 다큐멘터리를 만들 생각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위원장과 강 배우는 각각 부산영화제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으로 함께 일한 적이 있다. 2014년 이른바 다이빙 벨 상영 사태로 영화제가 파행을 겪을 때 영화계 신망을 받던 김 전 위원장과 강 배우가 구원 투수 역할로 나섰던 것. 그러나 영화계 내홍이 지속하며 두 사람은 2017년 동반 사퇴하는 아픔을 겪었다.

‘영화 청년, 동호’는 그런 아픔들을 삭이며 여전히 한국 영화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담백하게 보여준다. 김 전 위원장이 경기 광주 자택 서재에서 영화 상영회를 여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그는 주기적으로 영화 1편을 선정해 해당 영화의 감독과 지인·주민 등을 초청해 함께 영화를 관람한다.

김 전 위원장은 “이번 다큐멘터리에 제 개인사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계면쩍지만, 영화는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에 기꺼이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 작품에는 그가 어린 시절에 생계를 위해 어머니와 함께 국제시장 모퉁이에서 행상을 했던 것을 회고하는 장면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오랫동안 영화인들의 벗바리 역할을 해 왔으나 작품을 직접 연출하고 싶다는 꿈도 간직해왔다. 그래서 미수(米壽)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캠코더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고 있다. 말 그대로 ‘영화 청년’이다.

“어떻게 하면 극장에 관객이 돌아올 수 있을까, 그런 주제로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말레이시아 등의 극장에서 촬영을 해 왔어요. 팬데믹 시기에 극장 관객이 크게 줄었는데, 그 이후에도 잘 회복이 되지 않고 있으니까요. 올 연말쯤 완성될 거예요.”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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