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 힘들어" 발작하며 기침하는 노인 급증…재유행 '비상'

박정렬 기자 2024. 5. 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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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급 의료기관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1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마스크를 벗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코로나19(COVID-19) 유행 기간 주춤하던 천식 환자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의무적으로 착용하던 마스크를 벗은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미세먼지, 황사 등 환경오염이 심해지고 비만, 스트레스가 증가한 탓도 있다. 천식은 발작적인 기침, 호흡곤란, 천명, 가슴 답답함 등을 호소하는 만성 기도 질환이다. 안진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에게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천식의 증가 원인과 치료법을 자세히 알아본다.
코로나 가고 '천식' 급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8월까지 천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142만3451명으로 집계된다. 직전 연도인 2022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천식 환자 86만7642명보다 무려 39% 증가한 숫자다.

특히, 중장년층의 천식 증가세가 매섭다. 50~80세 천식 환자 증가율은 전년 대비 45% 가까이 늘었다. 남녀 모두 60대 이상 고령은 2023년 8월까지 환자 수가 이미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8년 환자 수를 추월했다. 안진 교수는 "비만, 스트레스, 환경오염을 비롯해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되면서 마스크를 벗고 일상생활을 하게 된 점이 성인 천식의 발병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8~2023년 천식 환자 수./사진=건강보험심사평가원,강동경희대병원


천식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숨을 내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천명,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 ▷기침이다. 이 네 가지 전형적인 증상 중 두 가지 이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이른 아침이나 밤에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면 천식을 의심해야 한다.

천식 증상은 감기나 운동, 날씨 변화, 알레르겐 및 자극적 물질에 노출될 때 더욱 심해지며, 호흡곤란과 함께 기침과 가래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드물게는 쌕쌕거림이나 호흡곤란 없이 가슴이 답답하거나 기침만 하는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증상은 주로 밤이나 새벽에 심해 환자 중에는 잠을 못 이루거나, 자다 깨는 등 수면장애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흡입제' 효과 좋고 부작용 적어
성인 천식은 증상이 길게 지속되고, 폐 기능 감소는 빠르며 치료에 대한 반응이 소아 천식에 비해 낮다. 그만큼 정기적인 점검과 꾸준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천식은 폐 기능 검사, 기관지 유발 시험 등을 통해 기도 과민성 혹은 기도 염증 등을 평가해 진단한다. 성인 천식의 치료 목표는 환자가 천식 조절 상태에 도달하고, 최소한의 약물로 천식 조절 상태를 잘 유지하는 것이다.
연령별 천식 환자 수./사진=건강보험심사평가원,강동경희대병원


치료제는 경구형 치료제와 흡입제가 있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1순위 약물은 흡입제다. 먹는 약이 아니라 들이마시는 약으로, 호흡을 통해 기관지로 직접 약물을 주입할 수 있다. 피부에 상처가 나면 연고를 바르듯, 기관지 염증에 약을 직접 뿌려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보다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경구형 치료제보다 치료 효과가 빠르고 좋으며, 전신 부작용도 적다.

성인 천식 환자에서 주로 사용하는 흡입제 종류는 크게 2가지다. 기도 내 염증을 조절하는 '흡입 스테로이드제'와 기도를 확장하는 기관지확장제인 '베타2항진제'다. 베타2항진제는 수십 초 내로 증상을 개선하는 속효성 제제(벤톨린)와 수 분 내로 증상이 개선되지만, 효과가 오래 가는 지속성 제제가 있다. 이외에 류코트리엔 조절제, 테오필린 등의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
중증 난치성 천식에 생물학적 제제 도입
일반적인 천식 치료로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급성 악화가 빈번히 발생하는 중증 난치성 천식 환자 치료에는 생물학적 제제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가장 먼저 시도된 약물은 항 IgE 항체(omalizumab)다. 혈액 내 순환하는 알레르기성 면역 항체인 IgE와 결합하여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로 폐 기능이 감소하고 급성 천식 악화가 자주 일어나는 아토피성 천식 환자에게 사용한다. 중증 호산구성 천식에 사용되는 항 인터루킨-5 항체(mepolizumab, reslizumab, benralizumab)와 아토피 피부염이 동반되었거나 급성 악화가 반복되는 호산구성 천식 치료제인 항 인터루킨-4 항체(dupilumab)도 도입됐다. 생물학적 제제는 조건이 맞는 환자에게만 투약할 수 있고 비용적인 문제가 있지만, 치료 효과가 좋아 앞으로의 중증 천식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진 교수가 호흡기 질환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동경희대병원


천식을 예방·관리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금연과 더불어 간접흡연을 최대한 피하고 미세먼지, 황사와 같은 대기오염물질이 심한 날은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게 좋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증상 개선에 효과적이다. 안진 교수는 "다만 천식이 진행된 경우 조깅이나 축구, 자전거 타기 등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따뜻한 물에서 수영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권했다.

감기 등 감염에 노출되면 증상이 악화하므로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독감, 폐렴구균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과체중 환자라면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해서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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