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98살, 10㎞ 걸어 러 점령지 탈출…“믿은 건 내 지팡이”

조해영 기자 2024. 5. 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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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98살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은 채 홀로 10㎞를 걸어 러시아 점령지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한편, 할머니의 탈출 소식을 접한 우크라이나 최대 규모 은행 가운데 하나인 모노뱅크의 최고경영자(CEO) 올레 호로코우스키는 할머니와 가족들을 위해 집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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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물도 없이 감각에 의존해 몸 이동
“두 번 넘어졌지만 계속 걸어야겠다 생각”
대피 중 헤어졌던 가족들도 다시 만나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의 한 마을에서 홀로 걸어 탈출에 성공한 98살 리디아 스테파니우나 로미코우스카. 리디아는 슬리퍼를 신은 채 지팡이와 나무 조각에 몸을 의지해 이동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98살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은 채 홀로 10㎞를 걸어 러시아 점령지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무사히 보호소에 도착한 할머니는 대피 과정에서 헤어졌던 가족들과도 연락이 닿았다.

1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 보도를 보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작은 마을 오체레티네에 사는 리디아 스테파니우나 로미코우스카(98)는 지난달 26일 홀로 6마일(약 10㎞)을 걸어 탈출에 성공했다.

이날 할머니와 가족들은 러시아군이 오체레티네에 진입하면서 포격이 심해지자 마을을 떠나기로 했다. 출발 당시 혼란한 상황 속에서 할머니는 아들과 며느리 등 가족과 떨어지게 됐다. 파란 슬리퍼를 신은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은 채 자신의 감각에만 의존해 서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우회로를 통해 이동했지만 할머니는 주요 도로를 선택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무사히 발견된 98살 리디아 스테파니우나 로미코우스카 할머니. AP 연합뉴스

탈출은 쉽지 않았다. 이동 과정에서 두 번이나 넘어지기도 했다. 심지어 처음 균형을 잃고 풀밭에 넘어졌을 때는 그대로 잠에 빠지기도 했다. 할머니는 “(잠에서 깬 뒤에도) 계속해서 걸었다. 두 번째로 또 넘어졌지만 일어나 조금씩 계속 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음식이나 물도 없이 지팡이와 나무 조각에 몸을 의지하며 계속 이동했다고 한다.

온종일 걸은 끝에 할머니는 이날 저녁 다행히 우크라이나 군인들에 의해 발견됐다. 군인들은 최전방 지역의 어린이와 노인 등 시민을 대피시키는 경찰단체 ‘화이트 엔젤스’에 할머니를 인계했고, 무사히 보호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의 한 마을에서 홀로 걸어 탈출에 성공한 98살 리디아 스테파니우나 로미코우스카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포크로우스크의 보호소에 앉아 있다. AP 연합뉴스

가족들과 연락이 닿는 데도 성공했다. 비비시(BBC)는 할머니의 손녀 스비틀라나가 할머니와의 영상 통화에서 “할머니가 계셔서 정말 행복하다. 우리 가족은 계속해서 할머니를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손녀는 할머니에게 “다시는 그러지 말라”는 애정 어린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살아남았다는 할머니는 “그 전쟁(2차 세계대전)은 이런 전쟁(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니었다. 지금은 모든 것이 불타고 있다”고 구조대원에게 말했다고 한다.

한편, 할머니의 탈출 소식을 접한 우크라이나 최대 규모 은행 가운데 하나인 모노뱅크의 최고경영자(CEO) 올레 호로코우스키는 할머니와 가족들을 위해 집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모노뱅크는 리디아에게 주택을 사줄 것이다. 이 혐오스러운 전쟁이 우리의 땅에서 사라지는 순간까지 그는 그 집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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