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기부제 지정기부’ 5월 도입하는데…

양석훈 기자 2024. 5.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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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가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추진하려는 사업을 구상해 제시하면 기부자가 이 가운데 마음이 가는 사업을 골라 기부하는 지정기부제가 이번달 도입된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지자체 상황에 따라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 모금한다는 지정기부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모금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해 지자체 자율성을 침해할 여지가 크다"면서 "일본은 민간 플랫폼 활성화로 지정기부가 발달했는데 이런 고려 없이 '고향사랑e음'만을 고집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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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각 지자체에 지침 보내
“아이디어만으로 모금” 기대
“행정절차 과잉 규제” 우려도
농민신문DB

지방자치단체가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추진하려는 사업을 구상해 제시하면 기부자가 이 가운데 마음이 가는 사업을 골라 기부하는 지정기부제가 이번달 도입된다.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도 있지만 행정안전부가 과도한 행정절차를 시행지침에 규정한 점을 두고 과잉 규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행안부가 최근 ‘고향기부제 지정기부 시행지침’을 전국 지자체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정기부란 기부자가 지자체의 특정 기금사업을 콕 집어 기부하는 제도다. 바뀐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올초 시행되면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행안부는 이번 지침을 통해 지자체에 협조사항을 안내하고 20일께 지정기부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고향납세가 성공 가도를 달리는 일본에선 지정기부가 이미 보편적 모금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22년 지정기부 방식으로 기부가 가능한 지자체가 전체의 97.7%인 1745곳에 달했다. 대표적인 예로 재해가 발생했을 때 지정기부 방식으로 기부금을 모아 복구에 활용한다. 일본은 대형 재난·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모금액이 크게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는데,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모금액은 전년 대비 40%나 증가했다.

우리도 지정기부가 도입되면 답례품이 마땅치 않은 지자체가 아이디어만으로 모금할 수 있어 제도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지침이 어떤 사업을 추진할 수 있고 어떤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등을 일일이 규정하면서 지자체의 지정기부 활용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침은 경상적 경비, 기존 지자체 사업과 중복, 보조사업 매칭 재원, 타 사업(기금) 재원 충당에는 지정기부를 사용할 수 없도록 명시했다. 재난분야에서도 예산 부족으로 항구적 복구가 어려운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에만 예외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일본 같은 지정기부 활용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어떤 사업을 할 수 있을지 감이 안 온다”면서 “몇몇 지자체에서 선진 사례가 나와 확산돼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또 지침은 지정기부 사업 모금 개시, 모금 계획 변경 등을 할 때 지방의회 의결이나 행안부 협의를 거치도록 했다. 한 전문가는 “지침에는 ‘공직선거법’ 등을 위반하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문구도 여러차례 등장한다”면서 “지방의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불려 다니기 싫으면 지정기부를 하지 말라는 뜻으로 읽힌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의견은 4월29일 국회에서 열린 ‘고향기부제 기부 편의 강화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도 확인됐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지자체 상황에 따라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 모금한다는 지정기부 특성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모금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해 지자체 자율성을 침해할 여지가 크다”면서 “일본은 민간 플랫폼 활성화로 지정기부가 발달했는데 이런 고려 없이 ‘고향사랑e음’만을 고집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지침은) 지자체가 새 제도 추진에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필요한 내용을 명시한 것”이라면서 “자세히 보면 기금사업 추진을 위해 부족한 재원을 국·도비 확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를 푸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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