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부진 딛고 실마리 찾는 김주형 “마스터스부터 감이 좋아져, 힘들 때 대처하는게 중요하단 걸 배웠다”

김주형이 2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맥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PGA 투어 CJ컵 바이런 넬슨 개막을 하루 앞두고 샷을 연습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포 더 CJ컵 바이런 넬슨

“플레이가 잘 풀릴 때보다 잘 안 될 때 선수로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 김주형(22)이 2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맥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CJ컵 바이런 넬슨(총상금 950만 달러) 개막을 하루 앞두고 밝은 표정으로 국내 취재진과 만났다. “올해 초반 보다 컨디션이 좋아지고, 아픈데도 없다”는 그는 “아직 톱10도 한 번 없지만 마스터스 이후부터 좋아지고 있으니 올림픽을 봐서라도 이번주에 경기력을 더 끌어올리고 싶다”고 의욕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을 2연패 하며 PGA 투어 통산 3승을 거둔 그는 최선을 다한 겨울훈련 이후 기대속에 맞은 시즌 개막전에서 공동 45위로 출발한 이후 올해 11개 대회에서 아직 한 번도 10위 안에 오르지 못하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김주형은 “말도 안될 정도로 플레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는데 상황적으로 안 풀렸다”며 “작년에 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과가 안 나오는 것도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 두 번째 대회 소니 오픈(하와이)에서 컷 탈락하고 이후로도 시원한 실마리를 찾지 못한 김주형은 “작년 가을에 생각보다 대회를 많이 나가고, 비행기 타고 왔다갔다 하다보니 스윙이 기술적으로 달라져 있었다”며 “그걸 바로잡느라 집중했고, 꾸준히 경기력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마스터스에서 초반 고전하다가 최종라운드에 데일리 베스트인 6언더파 66타를 치고 공동 30위에 올랐고, 시그니처 대회인 RBC 헤리티지에서도 공동 18위(9언더파 275타)를 기록하면서 김주형은 서서히 기량을 되찾아가고 있다.

김주형이 2일 미국 텍사스주 맥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에서 PGA 투어 CJ컵 바이런 넬슨 개막을 하루 앞두고 국내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 하고 있다. 맥키니｜김경호 선임기자

김주형은 한국선수중 가장 높은 세계랭킹 23위여서 오는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 출전(국가대표 2명)을 거의 확정지었다. “주니어 때도 국가대표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해 나라를 대표해 올림픽에 나간다는 느낌이 어떨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는 그는 “마스터스부터 스윙이 잡혀갔고 느낌도 좋아서 자신감이 많아졌다. 이렇게 계속 올라가면 올림픽 때 컨디션은 좋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희망을 밝혔다.

김주형에게 올초의 힘든 시간은 마음가짐을 다잡는 좋은 계기가 됐다. 그는 “처음 PGA 투어에 와서 3승도 했지만 다음 단계로 올라가기 위해 시련을 겪고 이겨 내면 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올라가기는 힘들지만 내리막은 얼마나 빠른지 알기에 한눈 팔지 않고 골프에만 전념하겠다”고 다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풀 스윙’에 출연하면서 자신을 알아보고 반가워해주는 팬들이 많아지고, 인지도가 훨씬 높아졌다는 그는 내년 1월 출범하는 스크린골프리그 TGL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한 팀을 이룬 것에도 큰 자부심을 표현했다. “우즈와 개인 연락은 하지 않지만 마스터스에서 연습라운드도 함께 하고 같은 트레이너를 두는 등 많이 소통하고 있다”는 그는 “전 지구에서 골프를 제일 잘 치는 선수와 한 팀이 돼 골프 인생과 기술, 멘털 등 여러가지를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최근 2년간 바이런 넬슨 대회에서 각각 공동 17위, 공동 34위를 기록한 김주형은 “까다로운 코스가 아니지만 티샷의 정확성이 필요하고 스코어도 낮게 나오는 곳이라 잘 풀어가야 한다”며 “CJ가 주최한 대회에서 아직 한국선수가 우승한 적 없는데, 올해는 더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맥키니 |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