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는 거 빼고 다 했다" 걸그룹 봉변 뒤…온라인으로 옮겨간 빌런들[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정확히 2년 전 이날,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에스파(aespa)'가 남자 고등학교에서 대낮에 성추행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에스파가 당한 봉변은 현장에서 남학생들의 무분별한 1차 가해(신체 접촉)로 끝나지 않았다. 이 사건을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학생들로 인해 2차 가해(온라인 성희롱)까지 이어지면서 사회에 화두를 던졌다.
연예인의 인권 문제, 온라인상에서 걸그룹 성적 대상화 문제, 청소년들의 성 인지 감수성 문제였다. 그 후 2년, 상황은 달라졌을까.
2022년 5월 2일, 경복고등학교의 개교 101주년 기념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소속 걸그룹 에스파(aespa)가 참여했다.
당시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였던 이수만 씨가 경복고등학교 출신이라는 이유에서 찬조 공연에 나선 것이었다. 에스파는 경복고 본관 강당에서 총 3곡을 불렀다.
문제는 공연 중 관객이 난입하면서 발생했다. 초대받지 않은 남학생 2명이 에스파 무대에 올라 사진을 함께 찍어달라고 요구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초 4명으로 알려졌으나 2명은 에스파 멤버인 '닝닝'이 불렀고, 2명만 난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대규모 인파에 휩쓸리는 에스파 멤버들의 모습이 논란이 됐다. 에스파 멤버들의 퇴근길은 참사 그 자체였다. 당시 에스파를 보호해야 할 경호원들은 2~3명에 불과해 수백명의 학생에 수적으로 극히 열세였다. 경호를 받지 못해 에스파 멤버들이 흩어지지 않으려 서로 손을 잡고 간신히 길을 헤쳐 나가는 모습은 팬들의 공분을 샀다.
'팬덤'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었다면 아티스트를 아끼려는 마음에서 무례한 행동을 자체적으로 규제하지만, 경복고 행사는 그렇지 못했다. 인기 연예인과 사진을 찍거나 손을 뻗어 스킨십하려는 남학생들이 모여들면서 인산인해를 이뤘고, 경호원의 제지 없이 학생들에게 둘러싸인 에스파는 속수무책이었다.
2차 가해도 이어졌다. 학생들은 SNS에서 본인들이 찍은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면서 성적 대상화 했다. 에스파 멤버들의 사진과 함께 '섹X', '만지는 거 빼고 다했다', '몸매 X 된다' 등의 문구가 적힌 게시물이 여러 건 올라왔다.
개교 기념식은 아니었지만, 이전에도 많은 에스엠 소속 아이돌들이 경복고 행사에 찬조 공연을 했다. 2008년 소녀시대, 2008·2009·2010년 샤이니, 2012년 에프엑스, 2013년 엑소 K, 2015년 레드벨벳, 2016년 NCT 127, 2017·2019년 NCT 드림 등이 동문회와 체육대회 등에서 공연했다.
이 때문에 경복고 행사는 에스엠 신인 그룹이면 가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것으로 치부됐다. 특히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수만 협찬품에 '레드벨벳'이 쓰여 있는 사진은 연예인 상품화 논란에 불을 댕겼다.
경복고에 수년간 지속됐던 에스엠 소속 아이돌 찬조 공연은 에스파 논란 이후 중단됐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없앴다기보다는 2023년 2월 에스엠 경영권이 카카오로 넘어가면서 이수만과의 연결고리가 끊긴 영향이 크다.
학교 측은 "경복고 학생이 아닌 외부 인사 몇 명이 행사장을 찾아왔으나 안전 관계상 출입을 허가하지 않았던 사실이 있었으며, 그 일로 인해 일부 SNS에 결코 사실이 아닌 악의적인 글이 게재되지 않았나 유추할 수 있다"고 글을 올렸다.
논란이 되자 경복고 측은 첫 사과문을 삭제한 후 2차 사과문을 다시 올렸다. "공연 질서 유지에 노력했으나 일부 학생들이 공연 관람에 성숙하지 못했고, 행사가 끝난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연 사진과 글을 올려 물의를 일으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 인지 감수성 교육을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사건 직후 경복고 전교생을 상대로 성 인지 감수성 교육을 대면으로 실시했다. 또 학교 자체적으로 SNS에 성희롱성 글을 게재한 학생을 생활교육위원회를 열어 징계 처분했다.
무대에 난입했던 학생 2명 중 한 명도 사과했지만 에스파가 아닌 팬들에게만 사과했고, 다른 한 명은 그마저도 사과하지 않아 씁쓸함을 남겼다.
공연 등에서 걸그룹을 실제 만지려 드는 '스킨십 빌런'은 대대적인 미투 운동 이후 차츰 줄어드는 듯하다. 그러나 SNS의 발달로 직접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온라인 성희롱은 더 강해지는 분위기다.
최근 에스파 멤버 카리나의 열애설이 보도된 후에도 팬덤이 아닌 안티 등이 카리나를 향해 도 넘은 발언 등을 한 것이 회자됐다.
지난해 8월에는 JYP엔터테인먼트가 소속 걸그룹 '있지'가 성희롱과 악성 댓글, 불법 촬영물 유포로 고통에 시달리자 법적 대응에 나섰다. 앞서 '아이브'와 '르세라핌'도 악성 게시물에 강경 대응을 선포한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걸그룹 트리플에스가 성희롱 악플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온라인상에서 걸그룹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이슈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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