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내 또 택배차 안전사고"…주차장 보수도, 저상차 도입도 쉽지 않아

김예원 기자 2024. 5.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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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서 2세 아동 택배차 치여 사망…지하 이동 '불가' 주차장
전문가들 "층고 상향, 차량 규모 소형화 등 관련 제도 정비 필요"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두 살 아동이 세종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 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서 마련한 법적 안전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명사고가 발생한 해당 아파트 단지는 차량의 지상 도로 출입이 금지된 공원화 아파트지만 지하 주차장 층고가 낮아 택배 차량이 불가피하게 지상으로 오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전문가 및 관계자들은 지하 주차장 층고를 상향하는 법 개정이 2019년 이뤄지긴 했지만 택배사에서 주로 사용되는 차량 및 지하 주차장 내부 시설 등을 고려할 때 층고 상향 및 물류 차량 규모의 소형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2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지난 27일 낮 12시쯤 세종시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 인근에서 A 군(2)이 택배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2년 12월 부산 강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후진하던 택배 차량에 부딪힌 60대 남성이 끝내 숨지면서 아파트 내 안전사고 문제 해결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특히 이번 아파트 단지의 경우 차량의 지상 출입을 막는 지상 공원형 아파트 단지에 해당함에도 인명 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됐다. 국토부는 2019년 1월 지하 주차장 높이 기준을 기존 2.3m에서 2.7m로 늘린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고 해당 아파트 단지도 이 기준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통상 택배 차량이 2.6m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내부 카메라 등 구조물이 차량에 걸릴 수 있다는 이유로 대부분 택배 차량이 지상으로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선범 택배노조 조직국장은 "(지하 주차장 높이를)2.7m로 상향했다고는 하지만 방향 지시등, 배관 등 시설물이 설치돼 실질적으로 택배 차량이 원활히 오가기 어렵다"며 "요즘엔 지하 주차장도 단지끼리 연결이 잘 돼 택배 기사들도 마냥 지하 출입을 꺼리진 않는다. 지하 주차장 높이를 최소 3m는 되게 법을 개선하거나 지하 주차장 개보수 비용을 지원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News1 DB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자 일부 공원화 아파트 단지에선 차량 전고를 낮춘 저상화 택배 차량으로의 교체 및 손수레를 이용한 배송을 요구하고 있지만 택배 기사들은 '갑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차량 교체 및 개조 비용을 택배 기사가 부담해야 하는 구조일뿐더러 수레 배송으론 날이 갈수록 급증하는 택배 물량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통상 적재함 높이가 1.3m 정도인 저상 탑차에서 물품을 들고 내리면 택배기사의 허리와 무릎에 무리가 크게 가는 점도 한몫한다. 2022년 대한산업보건협회 산업보건환경연구원이 산업안전보건연구원과 공동으로 진행한 세미나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저상차량에서 배송 순서 정리 작업을 할 경우 해당 질환에 대한 노출 위험성 수준이 '높음'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선 조치 곧 필요' 수준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이미 지어진 지하 주차장의 개·보수를 진행하기도 쉽지는 않은 노릇이다. 강동진 경성대 건축학과 교수는 "(지하 주차장 개·보수의 경우) 단순히 입구 등의 층고를 높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지어진 지 오래된 아파트 단지일수록 고가 지하 천고가 낮아 전반적 공사가 필요하고 택배 차량의 회전 반경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예측하지 못한 부분에서 상당히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사고가 발생한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 진입로 상부가 건물이 아니라 하중에 대한 부담 없이 입구를 개조할 수는 있겠으나 결국 일부에 불과하다"라며 "아파트 중심의 도시 생활과 배달 중심 유통 문화에 맞게 최근 택배차들은 소규모화, 고층고화되고 있는데 이런 전환 등을 정부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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