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사람을 위한 ‘오월’

경기일보 2024. 5. 2. 03:01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소영 한국외국어대 학술연구교수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로 시작하는 피천득 시인의 ‘오월’처럼 오월을 노래하는 많은 찬사들이 있다. 봄바람을 타고 춤을 추는 만개한 꽃들이야말로 단연 오월의 얼굴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오월에는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처럼 사람을 위한 기념일이 모여 있다. 그래서 오월은 눈부신 봄날의 자연을 찬사함과 동시에 주변 사람들에게도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근로자의 날로 시작하는 오월을 맞이하노라니 기억에 남는 ‘노동 영화’들이 떠오른다. 기실 인류의 역사는 노동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의 태동 역시 노동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영화는 제7의 예술로서 대중을 위한 예술로 탄생했다. 이전의 예술이 상류층을 위한 것이었다면 영화는 대도시 노동자를 위로하는 대중예술로 등장했던 것이다. 최초로 영화를 발명한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의 초기 작품 중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1895년)을 보더라도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 있어 노동이 차지하는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올해 1월 개봉한 영국의 영화감독 켄 로치의 ‘나의 올드 오크’(2024년)는 영국 북동부 지역의 폐광촌에서 살아가는 주민과 그곳에 불쑥 나타난 난민의 이야기를 다룬다. 로치 감독은 오랜 기간 노동자의 삶과 노동 현장의 사회적 모순을 고발하는, 이른바 사회적 사실주의 영화를 제작해 왔다. 나의 올드 오크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년), ‘미안해요, 리키’(2019년)를 잇는 노동 영화로 올드 펍을 경영하는 티제이가 난민 소녀 야라를 환대하며 공생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는 지병으로 일할 수 없게 된 다니엘을 통해 영국 연금제도의 모순을 조명한다면 ‘미안해요, 리키’는 가족을 위해 택배회사에서 일하는 리키의 고된 나날을 포착한다. 특히 이 작품의 엔딩은 심하게 다친 몸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하러 나가는 가장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트럭 운전대를 잡은 리키는 그야말로 상처투성이다. 그는 도저히 일할 수 없는 상태임에도 가족의 만류를 뒤로하고 일터로 향하고 만다. 프레임을 가득 메운 리키의 그 피투성이 얼굴은 영화가 끝나도 가슴 먹먹하게 오랜 잔상으로 남는다.

쾌청한 하늘, 불어오는 산들바람, 연초록빛의 싱그러운 잎사귀, 알록달록 화사한 꽃들.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뽐내는 오월의 첫날이 근로자를 위한 기념일이라는 사실이 새삼 소중하다. 그렇기에 오월에는 생기 충만한 자연으로 향하는 시선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향하길 바라본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