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오월은 감사의 계절

경기일보 2024. 5.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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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여 스님 보리선원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도 하고 가정의 달이라고도 한다. 부모와 자식, 스승과 부부에 이르기까지 이제까지 살아온 동안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고 표현하는 달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근로자의 날, 성인이 돼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기둥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서로 챙기는 성년의 날도 있다.

또 꽃피는 아름다운 계절에 아기 부처님의 탄생을 축하하면서 연등축제를 하는 부처님 오신 날도 있다.

이렇게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자연에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서로 따뜻하고 화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어느 날 대중들을 이끌고 길을 가다가 마른 뼈 한 무더기를 보자 다섯 활개를 땅에 던져 그 뼈에다 절을 하셨다. 제자 아난이 이유를 여쭸더니 “이 한 무더기의 뼈는 혹시 나의 전생의 부모일 것이기에 절을 하였느니라. 일체의 남자는 모두 나의 아버지이고, 일체의 여자는 모두 나의 어머니이니라”라고 말씀하셨다.

불교에서는 수많은 생을 거듭하는 동안 모든 존재는 서로 얽히고 설킨 인연으로 연결돼 있다고 말한다. 이 세상이 거대한 그물과 같다고 해 ‘인드라망’이라고 부른다. 그물망의 촘촘한 그물코가 끊임없이 이어져 한없이 넓고, 그물마다 구슬이 달려 있어 서로를 비춘다고 한다.

나를 둘러싼 모든 존재는 그냥 우연히 만난 존재가 아니라 오랜 생을 거쳐 오면서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해왔다. 그러니 지금 함께하는 인연은 결코 그냥 스쳐 지나칠 가벼운 인연이 아닌 것이다.

인간과 인간, 모든 존재와 자연이 서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돼 있으며 서로를 비춰 주는 아주 가깝고 친밀한 관계다.

서로를 비춰 주는 무수한 존재와 함께하고 있는데 나 혼자만 생각해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반성해 보게 된다.

중국 당나라에 양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불교에 깊이 심취해 무제(無際)보살이 사천지방에 와 계신다는 말을 듣고 먼 길을 떠났다. 길 떠난 지 며칠 만에 신선의 모습을 한 비범한 노인을 만났고 노인이 그에게 물었다.

“젊은이는 어디를 그리 바쁘게 가시오?”

“무제보살을 뵙고 스승으로 모시고자 찾아가는 길입니다.”

“보살을 찾으러 가느니 부처를 찾으러 가지 그러오?”

“부처님이 어디 계시는데요?”

“집에 돌아가면 이불을 두르고 신발을 거꾸로 신은 분이 있을 것이오. 그분이 바로 부처님이지요.”

노인이 보통 분이 아님을 느낀 양보는 알겠다며 걸음을 되돌려 부지런히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밤은 깊을 대로 깊어 있었다.

“어머님! 제가 왔습니다” 하고 문을 두드리자 어머니가 반갑게 뛰쳐나왔다. 어머니는 이불을 두른 채, 신발도 거꾸로 신은 채였다.

부처님이 멀리 계신 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 계신 부모님이 부처님이다. 불교의 깨달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눈앞에 함께하고 있는 사람을 부처님으로 보고,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다. 지금 내 주변의 가족, 친척, 스승, 친구, 이웃에게 감사하는 그 마음이 부처님을 향한 마음과 다르지 않다. 귀하고 소중하지 않은 존재가 없기에 모든 사람과 사물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아끼고 사랑하며 아낌없이 베풀었으면 좋겠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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