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위해 알바하며 학원 다니는 일 없게 할 것”

표태준 기자 2024. 5. 2.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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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섭 충북대 총장 인터뷰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 본관에서 고창섭 총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충북 청주시에 있는 충북대 도서관 1층. 정숙한 분위기의 다른 대학 도서관과 달리 이곳은 ‘취업 박람회’를 방불케 했다. 충북대는 올해 초 7억원을 들여 학교 곳곳에 뿔뿔이 흩어졌던 진로취업부, 대학일자리센터, 현장실습지원센터 등 3개 부서 사무실을 아예 도서관 로비 한가운데로 옮겼다. 로비 곳곳에 취업 상담 부스도 설치했다. 언제든 학생이 교직원과 진로·취업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취업 상담 부스에서는 학생들이 공강 시간을 활용해 교직원과 자유롭게 상담하고 있었다.

도서관에 자리 잡은 취업 상담 부스는 고창섭 충북대 총장이 지난해 도입한 ‘갭 제로(Gap zero)’ 프로젝트 일환이다. 갭 제로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와 충북대 학생의 역량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뜻으로, 충북대가 추진하는 개혁 프로젝트다. 고 총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지방대의 경우, 우수한 학생도 정보가 부족해 취업에 손해 보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본인 전공과 관련된 기업 정보를 충분히 얻고 진로를 뚜렷이 닦을 수 있도록 대학이 발 벗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대는 작년 혁신하는 지방대에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정부의 ‘글로컬 대학’ 사업에 선정됐다. 이때 제출한 혁신안 가운데 핵심도 ‘갭 제로’ 프로젝트였다.

충북대는 유명 어학 강사를 초청해 강의를 개설하는 등 학교 안에서 모든 취업 준비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격증이나 영어 학원비 벌려고 알바비를 모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고 총장은 “취업률 1~2% 올리려 학생을 원하지 않는 기업에 억지로 취업시키는 게 대학 혁신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학생들이 희망하는 기업을 정하면 학생이 거기에 맞는 역량을 쌓도록 무한히 지원하는 게 대학의 역할”이라고 했다.

충북대 도서관 1층 로비에 취업 관련 부서 사무실이 설치돼 있는 모습. /충북대

충북대는 어학연수 등 교내 프로그램 방향도 확 바꾼다. 통상 교내 프로그램은 대학이 내용을 짜면 학생들은 그대로 참여하는 ‘깃발 따라가기’ 수준인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학생들이 직접 원하는 프로그램 계획을 짤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고 총장은 “시키는 대로만 일하는 사람은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며 “학생 스스로 혁신적인 계획을 짜오면 학교는 뒤에서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시스템으로 바꿀 것”이라고 했다.

충북대는 한국교통대와 유사 학과를 통합하고 새로운 교명을 정해 2027년 통합 개교를 준비하고 있다. 이 경우 신입생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준인 4000~5000명에 달하게 된다. 고 총장은 “거창한 비전도 중요하지만, 대학 혁신의 첫걸음은 인재들이 학교에 왔을 때 ‘이게 뭐야?’라고 실망하지 않는 교육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달 취임 1주년을 맞은 고 총장은 취임 후 곧장 노후화된 124개 강의실을 전자 칠판·교탁 등이 갖춰진 첨단강의실로 만들었다. 낡아서 학생들이 사용을 꺼렸던 정독실, 학생회실, 화장실 등도 모두 리모델링 중이다. 지자체와 동문회 후원을 받아 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에 식사할 수 있도록 ‘1000원의 아침밥’에 이은 ‘2000원의 저녁밥’ 사업도 시행 중이다. 그는 “학생들 입에서 ‘충북대 교육 환경이 전국 최고’라는 얘기가 나오게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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