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학원 다니느라...중고생 30%, 오늘도 편의점 삼각김밥 혼자 먹는다

신지인 기자 2024. 5. 2.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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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편의점 삼각김밥./뉴시스

지난달 28일 오후 6시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의 한 편의점. 중고생 6명이 각자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먹고 있었다. 권모(15)군은 “오후 5시 30분에 사회 학원을 마치고 수학 학원까지 한 시간이 남는데, 숙제를 하려면 밥은 30분 내에 해결해야 한다”며 “주로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권군은 일주일에 3번 이상 이렇게 혼밥을 한다고 한다.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이 전국 학생 1만1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4 아동행복지수’에 따르면, 중고생 30.5%가 평일에 ‘혼밥’을 먹는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중학생은 29.4%, 고등학생은 32.1%가 혼밥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래픽=백형선

학생들이 혼밥을 먹는 이유는 주로 학원·과외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28일 저녁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은 혼밥을 하는 학생들로 가득 찼다. 한 햄버거 가게는 홀로 식사를 해결하는 학생들이 25명가량 됐다. 양모(18)양은 “학원에 가기 전 이른 저녁으로 김밥이나 패스트푸드로 저녁을 때우면 밤 10시쯤 학원이 끝날 때 또다시 허기가 진다”며 “식사량도 부족하고 제대로 된 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시간도 부족하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모(16)양은 “오후 6시부터 4시간 동안 영어 학원 수업을 듣는데, 그사이 쉬는 시간에 저녁을 해결한다”며 “주로 인근 분식집에 가지만, 가게에 자리가 없으면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때운다”고 했다. 김모(15)군은 “주로 학원 앞에서 일주일에 1~2번 혼자 밥을 먹는다”라며 “짧은 시간 내에 식사를 마쳐야 하다 보니 쉽게 더부룩해지는데, 그래도 밥 먹는 시간을 아껴야 친구들이랑 놀거나 학원 숙제를 할 수 있다”고 했다.

학원에 가기 전 집에서 혼밥을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배달 음식을 먹거나 포장된 음식을 사오는 경우다. 이모(18)군은 “집에서 학원까지 버스로 30분 정도 걸리는데 학교에서 돌아와 학원에 가기 전 집에서 피자나 치킨 등 배달 음식을 먹는다”며 “부모님이 사둔 빵으로 저녁을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학생들이 혼밥을 하는 이유로는 이 외에도 ‘밥 먹을 사람이 없어서’ ‘게임하느라’ 등이 꼽혔다. 부모가 맞벌이인 청소년의 혼밥 비율은 높았다. 혼밥하는 아이들의 66%가 “어머니가 직업이 있다”고 답했다. 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먹으며 걸어가던 한 고등학생은 “학원을 모두 마치고 제대로 된 식사는 집에 돌아가 오후 10시쯤 홀로 한다”며 “그마저도 부모님이 맞벌이라 배달 음식이나 밖에서 분식과 같은 음식을 사서 먹는다”고 했다. 초록우산 아동복지연구소 이수진 팀장은 “맞벌이 가정 아이들은 집에서 식사하더라도 인스턴트 배달 음식을 주문하거나 밀키트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고열량 식사가 반복되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했다.

혼밥은 성장기 학생들의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뿐 아니라, 스트레스나 우울증도 유발한다. 한국교원대 가정교육과 이경원 연구팀에 따르면, 혼밥을 하는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2.7배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감도 2.6배 더 높다고 한다. 이경원 교수는 “혼밥은 단순히 음식 섭취뿐 아니라 사회적 교류나 소통, 교육의 기회인데 청소년들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청소년들이 혼밥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식습관 환경을 공교육 차원에서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초록우산 이수진 팀장은 “혼자 식사할 경우 열량은 높지만 탄수화물이나 나트륨이 과다한 음식을 먹을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수면 시간은 줄고 공부 시간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식사의 질까지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이라며 “현황 파악을 시작으로, 올바른 청소년들의 식사 교육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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