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손실 2년새 5배, 임직원 절반 권고사직... IT 결합 부동산 기업들 휘청

이준우 기자 2024. 5. 2.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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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아파트 실내 평면도를 3차원으로 구현하는 기술로 주목받던 어반베이스는 최근 기업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2021년 한화에서 130억원을 받는 등 투자금을 총 250억원 유치하고, 기업 가치가 4000억원에 달한다고 평가받던 업체다. 그러나 최근 1~2년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매출은 늘지 않고, 적자만 쌓이면서 결국 사업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몇 년 전까지 투자 업계의 주목을 받던 국내 프롭테크(Proptech) 기업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국내 프롭테크 기업은 집값이 오르고,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던 문재인 정부 시기에 급격히 늘었다. 대다수 업체가 부동산 호황기에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는 주택·빌딩 매물 중개와 가격·거래 데이터 제공, 인테리어 견적·시공 등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았다.

그러나 2022년부터 고금리·고물가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부동산 가격 하락과 거래 감소가 이어지면서 프롭테크 기업에 대한 수요와 투자가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프롭테크의 수익 구조는 부동산 거래를 기반으로 공인중개사에게 광고료를 받는 방식이 주를 이루는데, 부동산 호황기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며 리스크 관리에 취약한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국내 프롭테크 기업들은 신사업 개발, 유료 서비스 전환, 대기업 협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경영난에 빠진 프롭테크 기업들

국내 프롭테크 업계의 대표 주자 격인 직방은 지난해 영업손실(연결기준)이 408억원으로 전년(370억원)보다 약 10% 증가했다. 2021년 82억원 수준이던 영업손실이 2년 만에 5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공인중개사들과 제휴해 거래를 중개하는 자회사 직방파트너스는 작년 말 권고사직을 시행해 임직원 절반 정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그래픽=양인성

상업용·업무용 부동산 전문 기업 알스퀘어는 작년 매출 1462억원에 영업손실 23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년 사이 20.5% 줄고, 영업손실은 배(倍) 이상 커졌다. 부동산 데이터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R114는 2002년 5억원이던 영업손실 규모가 지난해 33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인테리어 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도 영업손실이 2022년 35억원에서 지난해 58억원으로 66% 증가했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프롭테크 기업 투자도 급감하는 추세다. 현재 340여 업체가 회원으로 가입한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따르면, 회원사가 유치한 투자액이 2021년 2조6943억원에서 2022년 1조204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엔 투자 유치액이 2912억원에 불과했다. 2년 사이 9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조인혜 한국프롭테크포럼 사무처장은 “프롭테크 업계가 부동산 경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국내 기업 대부분이 경기 침체 리스크 대비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수익성 확보 위한 신사업 찾기 골몰

프롭테크 기업마다 규모를 막론하고 생존을 위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직방은 작년 하반기부터 빌라·다가구주택 매물 중개 때 전세 사기를 방지하는 안전성을 강조한 ‘지킴 중개’ 서비스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한 2021년 자체 개발한 가상 오피스 플랫폼 ‘소마’를 올해부터 유료 서비스로 전환했다. 알스퀘어는 지난달 베트남 현지 법인을 앞세워 상업용 부동산 인테리어 사업에 새로 진출했다. 이전까지는 베트남에 새로 진출하는 기업을 상대로 사무실이나 공장·창고를 중개하는 업무가 주였는데, 인테리어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맞춤형 주택 매칭 서비스 ‘부동산의 신’을 운영하는 이도인터랙티브는 최근 KT와 제휴해 IPTV에 자사 서비스를 소개하는 채널을 확보하는 노력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토지 중개 거래 전문 업체 밸류맵은 건축설계와 야외·구조물 철거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중이다.

한 프롭테크 기업 대표는 “3년 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아파트 값은 계속 오르고, 새로운 부동산 정보를 얻으려는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다”며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개발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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