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균 칼럼] 尹·李의 ‘적대적 공생’, 1승 1패로 결승전 돌입

김창균 논설주간 2024. 5. 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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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사법 리스크로 갈린 대선… 용산발 악재로 野 총선 압승
상대 덕에 승패 나눠 갖더니 영수 회담도 서로에게 보탬
두 사람 마지막 승부 시동… 다음 대선 투표함이 결판 내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마주 앉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국밥집에서 식사하는 사진을 배경 삼은 가상 대화가 총선 직전 인터넷 공간에서 화제가 됐다.

국밥집 종업원: 이재명 대표가 계산하고 가셨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어? 재명이가 왜?

국밥집 종업원: 그냥 고맙대요.

윤 대통령 덕분에 총선 압승이 예상되는 이 대표가 감사의 뜻으로 국밥 값을 대신 지불했다는 우스갯소리였다. 단톡방에 올라온 이 글에 낄낄대며 공감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그로부터 불과 한 달 전, 총선판은 야당 비세로 흐르는 분위기였다. 이재명 대표의 비명횡사 공천 때문에 민주당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친야(親野) 매체에서도 “이재명발 공천 파동, 사법 리스크보다 위험” “민주당의 최대 리스크 된 이재명” 같은 글이 실렸다. 그런데도 민주당 주변에선 “이재명 대표가 선거 승리를 확신한다”는 말이 흘러 나왔다. “총선판이 국정 심판론으로 되돌아가게 돼 있다”는 것이었다.

이 무렵 필자도 주변에서 “이대로 가면 여당이 총선에서 이기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답하면서 한 가지 유보 조건을 달았다. “용산 대통령실이 한 달간 숨어 있어야 한다.”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 황상무 회칼 테러 발언, 51분 대(對)국민 설교로 비친 대통령 의료 담화 등 용산발 3대 악재가 이어지며 선거판이 다시 뒤집어진 것은 잘 알려진 대로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기질을 억누르지 못하고 총선판에 뛰어들 것을 이 대표는 꿰뚫어 본 모양이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국밥 수천 그릇을 대접해도 ‘은혜’를 갚기 힘들 것이다.

지난 대선은 유례없이 엎치락뒤치락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줄줄이 터지면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크게 앞서 나가는 듯싶었는데 윤 후보의 잇단 실언, 김건희 리스크, 이준석 당대표와 갈등이 연속되며 혼전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0.73%p 차, 초박빙 승부를 놓고 두 후보가 서로 상대 덕을 봤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 후보는 상대가 이 후보가 아니었다면 질 뻔했다는 것이고, 이 후보는 윤 후보 덕에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을 들으며 후일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처럼 극단적 대립 관계가 역설적으로 서로 입지에 보탬이 되는 경우를 ‘적대적 공생’이라고 부른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만은 막아야 한다는 미 민주당 지지층의 절박함이 바이든을 당선시켰고, 2024년 노쇠하고 허약한 바이든 대통령의 존재가 트럼프의 재기 발판이 됐다. 박정희와 김일성의 서로를 향한 공포와 적개심이 남과 북의 장기 집권에 도움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엊그제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 회담이 성사된 것도 ‘적대적 공생’의 산물이다. 총선 참패 충격에서 벗어나야 하는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마주 앉는 것만으로도 ‘불통’에 대한 부담을 상당 정도 덜어낼 수 있다. 이 대표 역시 대통령과 찍은 ‘투 샷’ 사진을 통해 사법 리스크 피의자 이미지를 희석하는 효과를 노렸을 것이다. 급부상한 조국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도 1대1 영수 회담은 긴요했다. 135분에 걸친 회담은 평행선만 그린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합의문은 없다”고 했고 이 대표는 “답답하고 아쉬웠다”고 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종종 만나기로 했다. 서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특혜 개발, 쌍방울 대북 송금, 선거법 위반 소송 가운데 한 건만 삐끗해도 차기 대선 후보로 나설 수 없다. 설사 지연 전술로 최종 판결을 미룬다 해도 여당의 차기 주자들과 벌일 승부는 경쟁력을 자신할 수 없다. 어떻게든 다음 대선도 윤과 자신의 대결 구도로 치르기 위해 대통령을 무대로 계속 끌어내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윤 개인을 적극 지지했거나 이재명 집권을 막기 위해 윤을 도구로 선택한 경우다. 필자가 아는 윤 대통령 투표층은 압도적으로 후자에 속한다. 이들은 윤 대통령에 대해 실망하다가도 “그래도 이재명 정권을 저지한 게 어디냐”며 위안으로 삼는다.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에게 차기 정권을 넘기게 되면 그 공로마저 사라지는 셈이다. 윤 대통령에게 남은 마지막 정치적 승부처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2022년 대선과 2024년 총선을 거치며 1승 1패를 나눠 가졌다. 두 사람의 결승전이 시작되고 있다. 최종 승패는 차기 대선 투표함에 담겨 있다.

김창균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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