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박성훈, 나쁜 남자를 벗다

안병길 기자 2024. 5. 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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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유퀴즈’



배우 박성훈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안방극장의 심금을 울렸다.

1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서는 인기리에 막내린 ‘눈물의 여왕’에 출연한 박성훈이 나와서 인생 스토리를 풀어놨다.

그는 방송 내내 이야기를 하는 눈빛과 입술은 담백했지만 꾹꾹 누른 감정선은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일약 스타덤에 오른 작품 ‘더 글로리’의 잔인한 전재준도 ‘눈물의 여왕’의 윤은성도 아니었다. 단지 ‘인간적인’ 박성훈 그 자체였다.

박성훈은 뜻밖의 외고 출신으로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었고, 겁도 많았다고 했다. 박성훈은 “저희 아버지가 육사를 다니시다가 전업하시고 은행원이 되셨다”며 “연세를 드시고 제가 연기를 갓 시작할 때쯤 동문회에 다녀오신 거다. 동문들이 원스타, 투스타가 되었다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그때 형편이 좋지 않았을 때인데 아버지가 술에 거나하게 취하셔서 ‘넌 한 우물만 팠으면 좋겠다’ ‘다른 마음 먹지 말고 한 곳에만 정진하라’고 하셨다. 그 말씀을 힘들 때 마다 되새겼던 것 같다”고 했다.

tvN ‘유퀴즈’



tvN ‘유퀴즈’



tvN ‘유퀴즈’



박성훈은 “넉넉한 집안에서 자라지 못했다. IMF 이후 모두가 힘들었지만 우리 집안도 그 중 하나였다. 고등학교 때 엄청 힘들어지면서 차비 외에는 집안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서 “군대에서 일병 휴가 이후 상병 휴가 나올 때 8개월 걸렸다. 그런데 어머니가 ‘안 나오면 안 되니’ ‘엄마 아빠 지금 그냥 밥에 물 말아서 김치만 놓고 먹고 있다. 지금 너에게 줄 돈이 없으니까 휴가 나오지 마라’고 하셨다. 속상해서 울었다. 얼마나 돈이 없으면 그런 말씀을 하실까 싶어서”라고 돌이켰다.

이어 “부모님이 공인중개사를 몇 년 하셨는데 당시 집값이 많이 떨어져서 중개사 임대료, 집 월세 등등 가만히만 있어도 나가는 돈이 엄청 컸다. 가지고 있던 작은 빌라도 처분하고 집안 경제가 점점 악화됐다”며 “휴가 기간 동안 친구들에게 용돈 받아썼고 말년 휴가 나와서도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봤다. 연극할 때는 정말 힘들었다. 처음 극단에 들어갔을 때 1년에 5만원 번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친구와 ‘기생충’의 송강호 선배님 집 같은 곳에서 7년 정도 살았다. 장마철만 되면 싱크대가 역류해서 정강이까지 물이 찼다. 빗물이 콘센트에 닿으면 감전사 당하니까 쓰레받기로 물을 펐는데도 안 되니까 겨울 솜이불로 적셔서 퍼내고 했다. 각종 아르바이트를 엄청나게 했다. 이왕이면 강남에서 하자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한 번도 다른 걸 해봐야지 생각한 적 없다. ‘빨리 자리 잡아서 부모님께 용돈 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부모님 때문에 매체로 넘어왔다”라고 했다.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진 아픈 기억도 돌이켰다. 박성훈은 “(아버지께서)신용카드를 배달하는 일을 하셨는데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었나 보더라. 고개를 숙이면서 머리에 피가 쏠렸고 약해진 혈관이 터져서 쓰러지신 것 같다. 뇌출혈로 몸 한쪽을 못 쓰신다. 강인해보였던 아빠가 약해진 모습을 보니까 그 모습을 마주하기 힘들더라. 혼자 대소변도 못 가리시고, 음식도 간 음식만 드시고, 혀도 반이 마비가 되니까 말도 굉장히 어눌하게 하신다. 속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지금도 주말드라마 하나 더 하라고 하신다. 병원에서는 밤 늦게 하는 미니 시리즈는 보기 힘든데 주말 드라마는 다른 환자분들과 같이 볼 수 있으니까 뿌듯해 하신다”라고 했다.

박성훈은 자신의 목표를 늘 칠판에 메모해 놓고 하나씩 이루어나간다고. 그는 “2025년에 ‘유퀴즈’ 출연’이 목표였는데 1년을 앞당겨 달성하게 됐다”고 뿌듯해 했다.

유재석은 “칠판에 적어놓은 걸 몇 퍼센트 정도 달성하냐”라고 물었고 박성훈은 “90% 이상은 달성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부모님께 영상 편지도 보냈다. 울컥한 감정을 추스르고 브라운관 넘어 진심을 담아 애틋한 사랑을 이야기 했다.

한편 박성훈은 영화 ‘열대야’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2’에도 출연한다.

안병길 기자 sas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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