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환자만 1900명…"진료 안 해" 분당서울대 교수 4명 떠났다

정심교 기자 2024. 5. 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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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병원을 떠난 교수 4명.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방재승 신경외과 교수, 김준성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배우경 가정의학과 교수, 한정호 신경외과 교수. /사진=분당서울대병원 사이트

분당서울대병원 소속 교수 4명이 1일 병원을 진짜로 떠났다. 지난 3월 말 '5월 1일 자'로 사직서를 제출한 뒤 한 달 만이다. 특히 이 병원 신경외과 교수만 2명이 사직 명단에 포함됐다.

분당서울대병원에 따르면 방재승 신경외과 교수(서울대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를 비롯해 김준성(심장혈관흉부외과), 배우경(가정의학과), 한정호(신경외과) 교수 등 4명은 예약돼 있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고 이날 병원을 떠났다. 이들은 지난 3월 서울대의대·병원 비대위가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을 때 5월 1일 자로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의대·병원 비대위는 의대 증원에 대한 항의와 개선 요구를 위해 지난 3월 25일부터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에 합의한 상태다.

뉴스1·뉴시스에 따르면 방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비대위 주최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취재진에 "5월 1일부터 그만둔다"고 밝혔다. 그는 "제게 예약된 환자가 1900명이라고 한다"며 "부원장도 붙잡았으나, 환자를 타 교수 진료로 돌리거나 정리했다. 저를 바라보는 환자들에겐 너무 죄송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의대 증원을 막기 위해 개인적으로 사직을 하는 건데 (실제로) 그만둔다고 해 뭐가 바뀔 수 있나 싶고, 환자한테나 진료 정상화에 도움이 안 돼 고민은 많다"며 "그러나 무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비대위 수뇌부였던 이들은 앞으로 사직서가 수리될 때까지 병원에 출근하지 않거나, 출근하더라도 진료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방 위원장은 "총장과 병원장이 사직을 수리할 때까지 병원 출근을 안 하든지, 출근하더라도 진료하지 않고 남은 비대위 활동을 정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방 위원장은 지난달 30일부로 현 비대위가 종료되고, 남은 현안은 차기 비대위가 맡는다고 알려왔다. 그는 "제 외래 진료를 이달부터 닫으니 제게 예약된 환자가 1900명이라고 한다"며 "저를 바라보는 환자들에게는 너무 죄송하다"고 밝혔다.

방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비대위 주최 기자회견에서도 "서울대 비대위 수뇌부는 5월 1일 자로 사직한다. 사직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은가"라며 병원을 떠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시 그는 "어제(23일) 부원장님을 만나 뵙고 사직에 대해 말씀드렸다"며 "5월이 되면 의료 붕괴는 100% 오게 된다. 끝까지 남아 환자를 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말한 바 있다.

또 그는 "교수 마지막 카드가 사직 아니겠나"라며 "정부는 교수 사직을 매도하면 교수로서 사실 제자인 전공의, 의대생 볼 면목이 없다"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제일제당홀에서 '대한민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열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긴급 심포지엄에서 의료대란에 대한 전공의의 관점에 대해 발표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04.30. bluesoda@newsis.com /사진=김진아

이번에 사직한 4명의 교수는 모두 필수의료 분야 전공자다. 방 위원장은 뇌혈관·뇌경색 환자 응급 수술을 하는 신경외과 의사, 김준성 교수는 심장혈관 관련 수술을 하는 흉부외과 의사다. 배우경 교수는 가정의학과 의사로 만성피로 환자들을, 한정호 교수도 뇌종양 환자를 각각 진료해 왔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을 맡은 최창민 울산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지난달 26일 병원을 떠났다. 최 교수는 이날 "사표 수리는 안 된 상태다. 자칫 결근 처리되고 있을 텐데, 병원 일은 정리 중"이라면서 "5월 중 전공의·의대생들과 행사를 통해 의료계 이야기를 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이탈 장기화로 현장 의료진의 피로가 한계에 달하면서 의대 교수들의 주 1회 휴진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고대병원 일부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하루 휴진을 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은 오는 3일을 시작으로 매주 금요일 휴진할 계획이다.

이날 현재까지 휴진 대란은 없지만 환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아직까진 휴진으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환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하다"며 "정부와 의사들은 주 1회 셧다운을 중단하도록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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