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에 무대 만든 ‘재배의 집’… 농촌-도시문화를 함께 키우다[김대균의 건축의 미래]
온실에 문화 재배하는 ‘재배의 집’
식물에 둘러싸인 공연-전시 가능
시골-도시 상호보완의 하우스
농업을 뜻하는 영어 ‘agriculture’에서 ‘agri’는 토지, 밭을 의미하고 ‘culture’는 문화라는 뜻 이외에 경작, 재배라는 뜻이 있다. 어원을 통해서 살펴본 ‘agriculture’는 ‘밭의 경작’이다. 하지만 단어의 의미를 다시 조합하면 ‘토지의 문화’이기도 하다.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와 농촌을 대표하는 ‘경작’이 ‘culture’라는 한 단어 안에 있다는 것은 요즘 시골과 도시의 문제를 바라보는 데 의미하는 바가 크다.》
약 1만 년 전 신석기 시대 도구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농업혁명이 일어났다. 농업은 인간을 정착하게 했고 촌락이 형성되면서 ‘인류 문명의 뿌리’가 되었다. 이후 곡물의 잉여생산으로 인해 교류와 권력이 더욱 활발하게 형성되면서 ‘인류 문명의 꽃’이라는 도시가 기원전 약 4000년 전에 만들어졌다. 농촌을 인류 ‘문명의 뿌리’라고 하고, 도시를 ‘문명의 꽃’이라고 하면 이것은 하나의 식물과 같다. 도시 문제와 농촌 문제를 각각 해결하려는 것에서 벗어나 하나의 생명 순환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새로운 모색이 가능하지 않을까.
도시나 시골을 나누는 주요 척도는 인구밀도다. 인구밀도는 기후위기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2020년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발생원인의 약 70%가 건물이고 약 18%가 수송이다. 기후위기는 심각함을 넘어 인류 존속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인류 문명의 종말점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분산된 저층 건물들은 시골의 흔한 풍경이지만 놀랍게도 온실가스를 많이 소비하는 마을 형태이다. 인구 감소로 분산된 집들은 마을의 공동화를 가속하고 도로와 전기 등 도시기반시설의 관리와 지속을 어렵게 만든다. 이에 지역을 작고 단단하게 재구성하는 시도가 한국을 비롯해 네덜란드, 스페인, 프랑스,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 근교 ‘15분 도시’는 지역민이 15분 이내에 의료, 교육, 복지, 문화, 여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작은 도시로 공동체 가치, 시민 연대와 평등, 친환경적 도로 정비와 조경 등을 중심으로 지역을 만들려는 것이다. 일본의 도야마와 같은 소도시들도 ‘콤팩트시티’를 통해 노화된 지역 인프라와 생활편의시설을 집적화해 효율적 예산 운영과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는 새로운 성장모델이 아니라 인구 감소를 받아들이고 지역의 가치와 지속에 방점을 둔 시도다.
소규모 지역집중계획은 단지 시골만이 아니라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등 여러 대도시에도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대도시의 특징은 기능 혼잡도가 낮으면서 중층 고밀도의 건물과 공원과 같은 자연경관이 결합돼 있다는 것이다. 도시와 시골의 상하관계가 아니라 소규모 중고밀도 지역이 서로 순환관계망으로 재조직된다면 도시와 시골의 인구밀도 경계는 옅어지고 새로운 관계가 설정될 수 있다.
김대균 건축가·착착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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