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학교 가려면 번호표 뽑아야"… 외투기업 직원 맞춤형 행정지원 시급

장우진 2024. 5. 1. 19:5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외국계 기업 임원은 'K-콘텐츠'에 심취한 자녀들의 요구에 따라 가족 모두 한국으로 이주하려 했으나, 심각한 현실적 문제에 직면했다.

이어 "이러한 불확실성은 외투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것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적절한 교육 조항이 없다면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위한 지역 중심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쿠알라룸푸르, 방콕, 두바이 등의 신흥 경쟁국은 정비된 국제학교 강점을 활용해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덜위치 칼리지 서울. 덜위치 칼리지 홈페이지

익명을 요청한 한 외국계 기업 임원은 'K-콘텐츠'에 심취한 자녀들의 요구에 따라 가족 모두 한국으로 이주하려 했으나, 심각한 현실적 문제에 직면했다. 한국 내 외국인 학교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여기에 각종 행정 서비스도 한국어 위주라 언어의 장벽에 막혀버렸다. 해당 임원은 하는 수 없이 '기러기 아빠'가 되기로 결정했다.

한국이 글로벌 기업들의 아시아·태평양(아태)지역본부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규제개선 뿐 아니라 가족들의 사생활까지 고려한 행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지난 3월 발표한 '한국의 아태지역본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의 아태지역본부 유치를 위한 기초 요인으로 사무공간 확보, 출입국관리 용이성, 통장·카드계좌 등 개설, 교육, 주거 보조 등의 지원 인프라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자녀 교육은 외투기업 근로자들이 한국에 들어올 때 가장 고민하는 첫 순으로 꼽힌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 주재원으로 나갈 때는 기본적으로 영어가 동반돼 기회로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영어권 국가에서 한국으로 들어올 때는 상황이 달라지는 게 현실이다.

영국 기반 외국인학교 덜위치 칼리지 서울 폴 스미스 전무는 지난달 23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24 국내 기업환경 세미나'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작년 2500명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 가족들의 제 1순위 관심사는 자녀 교육"이라며 "한국의 외국인 학교는 대기자 명단이 일상화 되고 있다. 이러한 수요-공급 불균형은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이주를 고려하는 글로벌 인재들에게 불안한 환경을 조성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불확실성은 외투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것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적절한 교육 조항이 없다면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위한 지역 중심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쿠알라룸푸르, 방콕, 두바이 등의 신흥 경쟁국은 정비된 국제학교 강점을 활용해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장·카드부터 휴대전화 개설 등의 기본적인 사생활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주재원들의 적응 지원을 위해 미 대사관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웰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신분증·운전면허증 발급 등을 위한 각종 등록 절차에는 한국어가 필요한데 이를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이나 기업 모두 투자 과정에서 이러한 점을 따져본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라이언 브라운 쿠팡 풀필먼트서비스 대표는 "한국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들어왔을 때 배우자들의 손발이 묶여 있다면 생활이 편하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휴대전화 개통이 정말 어렵더라"며 "홍콩이나 일본은 이런 문제가 없다. 한국을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사업하는 사람에게만 혜택을 주는지, 배우자 등 가족에게도 이러한 혜택이 돌아가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업 투자 지원을 포함해 이러한 인프라가 잘 구축됐다 하더라도, 이를 적극 홍보하지 않으면 외투기업의 투자 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프리 존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이사는 "한국서 4~5년간 살면서 한국을 지역 허브로 홍보할 기회가 없었다. 많은 허브(지역본부) 후보로 싱가포르 등을 생각한다"며 "창의적인 프로그램들을 구상해 아태지역본부 유치를 위해 더 많이 홍보해야 한다. 각종 규제개선 등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류 등을 통해 점차 많이 알려지는 만큼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