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자르고 희귀난치병까지…산재 노동자 ‘지옥의 7년’

김옥천 2024. 5. 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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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부산] [앵커]

여성이어서 산업재해 사각지대로 몰리는 것만도 아닙니다.

한 60대 남성은 작업 중 왼손을 다쳤는데 제때 치료하지 못해 손가락을 자른것도 모자라 희귀난치병마저 걸렸습니다.

그런데도 산재인정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김옥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때 컨테이너 업체에서 일했던 허운학 씨는 왼손 검지가 없습니다.

2017년 공장에서 페인트 작업을 하다가 실수로 작업용 공기총을 자신의 왼쪽 손에 쏴 상처를 입었습니다.

4달 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신경통은 계속됐고, 주치의로부터 "손가락 절단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산재를 심사하는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회는 "절단을 통해 상태가 나아질 거라는 소견이 불명확하다"며 재요양 신청을 거부했습니다.

[허운학/산재 노동자 : "안 아픈 거다. 아프다 생각하면 아프게 느껴진다. 그러니 조금만 더 견뎌봐라.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승인을 안 해줬습니다."]

하지만 고통은 계속됐고, 사고 발생 3년이 지나서야 결국 손가락을 절단했습니다.

그 뒤에도 고통은 계속됐고 다시 병원을 전전하던 허 씨는 한 병원에서 복합부위통증증후군 1형, 이른바 'crps'라는 희귀 난치병을 판정받았습니다.

갑자기 찾아오는 원인조차 알 수 없는 통증에 '지옥의 고통'이라는 악명이 있을 정돕니다.

[허운학/산재 노동자 : "초기에만 치료를 하면 완치율이 높다는데, 그 시기를 놓쳐버리고 지금까지 와버렸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졌다는 게 너무 견디기 힘들었고…."]

그런데 이번에도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회는 병원소견과는 달리 "증상 중 하나인 다한증, 운동 능력 변화 등이 없다"며 crps 진단기준 미달 판정을 내렸습니다.

[허운학/산재 노동자 : "전에는 가족들끼리 같이 낚시도 가고, 이렇게 시간을 함께할 때가 있었는데, 이 사고 이후로는 전혀 그런 게 없어졌습니다…. (생애) 남아 있는 그런 시간도 길지 않다는 걸 한 번씩 생각하게 될 때마다 좀 억울하다, 원통하다…."]

병원 진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산재 승인을 받지 못한 허씨에게 사고 이후의 7년은 지옥과도 같은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KBS 뉴스 김옥천입니다.

촬영기자:정운호

김옥천 기자 (hu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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