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0만 로봇 대군'의 선전포고…"휴머노이드에선 美 이기겠다"

성상훈 2024. 5. 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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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테크의 역습
(4) 中 1위 휴머노이드 기업, 유비테크
"맨유 이기는 로봇 축구팀 만들 것"
세계 산업용 로봇 60%가 中에 설치
BYD 공장에 도입…생산비 확 줄어
궁극적 목표 '인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빨래·청소 다하는 시대"
10년 내 中 집집마다 가전처럼 배치
美보다 '서비스 로봇' 공급 빠를수도
증시 데뷔한 유비테크, 시총 2배 뛰어
< 오렌지 건네는 로봇 > 유비테크의 휴머노이드 ‘워커S’가 지난달 16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바이두 인공지능(AI) 개발자 대회에서 리옌훙 바이두 최고경영자(CEO·오른쪽)에게 오렌지를 건네고 있다. 리 CEO가 “오렌지를 달라”고 하자 워커S는 오렌지를 정확히 식별한 후 손으로 집어 건넸다. /유비테크 제공


바이두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유비테크의 휴머노이드 ‘워커S’가 전기차 제조사 니오의 자동화 공장에서 엠블럼을 조립한다. ‘레드테크 연합군’이 만들어낸 중국 로봇산업의 힘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동영상과 사진으로 나왔을 뿐 구체적인 기술 사양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글로벌 로봇업계는 중국이 이 분야 선두 주자란 걸 부인하지 않는다. 독일 정밀기계 기업 미카엘바이닉 출신인 저우젠이 중국 선전에서 2012년 창업한 유비테크는 휴머노이드가 청소 등 가사 노동에 투입될 시점을 2035년으로 공언했다.

선전 본사에서 만난 마이클 탐 유비테크 최고브랜드책임자(CBO)는 “워커S에 ‘티셔츠를 접어’라고 명령하면 눈앞에 놓인 물품이 티셔츠란 걸 인식한 뒤 알아서 접는 수준까지 발전했다”며 “로봇 한 대가 빨래, 청소, 요리 등 집안일을 모두 할 수 있게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자신했다.

 ○휴머노이드는 미·중 양강 구도

< 인간 닮은 휴머노이드 > 유비테크가 개발 중인 차기 휴머노이드 모델 모형. /성상훈 기자


구글 딥마인드의 AI인 ‘알파고’가 중국 바둑 천재 커제를 이긴 2017년 5월은 중국판 ‘스푸트니크 모멘트’로 평가된다. 냉전 시절 소련의 인공위성에 충격을 받은 미국처럼 중국 빅테크는 2시간51분의 대국에서 미국산 AI가 ‘중국의 두뇌’를 침몰시키는 순간을 숨죽이며 지켜봤다. 이 장면은 중국 로봇 전사들의 열정을 자극했다. AI에선 뒤처졌지만 AI를 장착한 휴머노이드 경쟁에서는 미국을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와 휴머노이드 회사 피규어AI의 야심작인 ‘피규어01’이 유튜브에 공개된 지 딱 한 달 만에 유비테크가 워커S를 똑같은 채널에 공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난달 22일 방문한 유비테크 선전 본사에선 그들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 체감할 수 있었다. 외부인에게 공개하는 소형 AI로봇 ‘손오공’은 영어와 중국어 명령어를 알아듣고 그대로 실행했다. 유비테크 직원이 알려준 명령어 “팔굽혀펴기 해봐”에 숫자를 임의로 추가했는데 손오공은 정확히 이행했다. 5개를 하라고 하면 5개를, 3개를 명령하면 딱 3개를 했다. “앞에 놓인 동화책을 읽으라”고 하자 또렷한 목소리로 읽어나갔다.

 ○산업용 로봇까지 점령하는 中

< 로봇개 심부름 ‘척척’ >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H1’이 로봇개가 가져온 물건을 전달받고 있다. /유니트리 제공


중국 로봇산업의 무서운 점은 ‘미래’ 투자 재원을 ‘현재’의 산업용 로봇에서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자동화 로봇을 통해 산업현장 내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유비테크만 해도 글로벌 1위 전기차 제조사인 비야디(BYD)의 중국 내 물류창고에 자동화 로봇을 공급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전 세계에 설치된 55만3052대의 산업용 로봇 중 29만258대(52%)가 중국에 있다. 현재 6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자급률(중국 내 설치되는 로봇 중 중국산 비중)도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배터리, 태양광 패널 산업이 경쟁력을 갖춘 배경에도 로봇이 있다. 로봇을 통한 생산혁신으로 생산 비용을 낮추고 있다는 얘기다. 로봇을 팔아 돈을 벌고 로봇을 사용해 또 돈을 버는 체제다. 인건비 상승, 지정학적 견제 등으로 ‘세계의 공장’ 타이틀을 잃어가는 중국이 자동화 로봇으로 명성을 되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로봇 기업은 홍콩 자본시장의 스타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홍콩 증시에 입성한 유비테크 주가는 4개월여 만에 두 배 가까이로 뛰었다. 지난달 26일 176.1홍콩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89.9홍콩달러보다 96% 높다. 시가총액은 13조원에 육박한다.

AI 로봇기업 호라이즌은 2분기 홍콩 증시의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힌다. 이런 기업이 중국엔 셀 수 없이 많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기업 ‘톱10’에 유니트리, 샤오미, 푸리에인텔리전스 등이 포진해 있다. 삼성전자가 지분 14.99%를 확보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시가총액이 4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현격한 격차다.

 ○“누가 적자를 감내할 수 있나”의 싸움


중국은 휴머노이드로 제조업 현장뿐 아니라 서비스 분야, 가정 등 일상을 장악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 분야만큼은 미국을 앞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대량 생산에 의한 ‘규모의 경제’ 효과 등 중국만의 무기가 있어서다. 중국 내 로봇 제조기업 및 부품·장비 기업은 20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중국이 ‘모라베의 역설’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AI가 인간은 엄두도 못 낼 고도의 계산을 수행할 수는 있지만 AI를 장착한 로봇은 인간에게는 쉬운 청소를 하기는 어렵다’는 미국의 AI 및 로봇 전문가 한스 모라베가 내놓은 이론이다.

조규진 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로봇산업의 최대 난점은 배터리처럼 표준화된 상품을 대량으로 찍어내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기업들은 엄청난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비테크만 해도 지난해 매출 10억5000만위안(약 2004억원)에 12억6000만위안(약 24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12년 창업 이후 흑자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선전=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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