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복의 백세시대 음식보감] 동맥경화·혈전예방에 좋은 양파

손해복 장수한의원 원장

요즘 마트에 가보면 갓 출하된 양파가 많이 보인다. 양파는 수분이 풍부하면서 매운 맛과 아울러 단 맛이 감도는 것이 좋다. 흔히 '둥근 파'라고도 부르는 양파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페르시아가 원산지이다. 흔히 먹는 식품이지만 뛰어난 약리작용이 있어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이용돼왔다. 우리나라에 들어온지는 불과 100년도 되지 않았으나, 대다수 국민이 애용하는 야채의 하나로 각종 요리에 널리 쓰이고 있다.

양파는 서양에서 건너온 파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인데, 양총(洋총) 또는 옥총(玉총)이라고도 불린다. 한의학에서는 흰색의 약재나 채소는 폐나 호흡기의 질환에 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본다. 흰색을 띄는 도라지, 무. 콩나물, 은행, 잣, 살구 씨, 뽕나무 뿌리껍질 등이 감기나 기관지질환 환자에게 권장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양파도 감기에 도움이 되는데, 양파의 매운 맛이 기관지점막을 자극해 점액 분비를 촉진하여 우수한 거담(去痰) 효과를 나타낸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감기에 걸리면 잠들기 전에 구운 양파 한 개씩을 먹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유럽에선 양파에서 추출한 '알롬'이란 물질로 감기약을 만들어 시판하고 있다.

양파는 포도당과 약간의 과당, 그리고 비타민 B1 B2 C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몸에 여러 모로 유익하다. 독특한 매운 맛의 정체는 유황화합물 때문인데, 이는 위 점막을 자극해 소화효소의 분비를 촉진하여 식욕을 증진시키고 소화불량 증세에도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강력한 살균작용으로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들도 효과적으로 제어한다. 이들 성분들은 원기 회복과 불면증에도 효과가 있으며, 간의 해독작용을 돕는다.

매운 맛의 음식은 무기력증에 시달리거나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에게도 적합하다. 기(氣)가 정체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양파같이 매운 맛의 음식은 바깥으로 발산하는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노이로제 환자에게 마늘이나 양파가 잔뜩 들어간 매운 맛의 음식을 주면 매운 맛으로 입을 호호 불면서 이마에 땀을 흘리며 맛있게 음식을 먹게 된다. 질병과는 어울리지 않는 재미있는 표정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렇듯 맛의 특징을 잘 활용하면 질병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이를 음식의 '기미(氣味)를 이용하는 치료'라고 한다. 조리한 음식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

실험 결과 양파는 혈압을 낮춰 주며 혈액 응고를 지연시켜 혈전(血栓)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고지혈증에 뛰어난 효과가 있어 심혈관질환 예방 및 치료제로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혈액순환 촉진작용은 정맥류를 풀게 할 정도로 강하다고 한다.

양파는 동맥경화증에 큰 효과를 발휘하는 식품이다. 동맥 혈관 내벽에 콜레스테롤이 끼어 혈관이 두터워지고 굳어져 탄력성을 잃는 질환이 동맥경화증이다. 이는 나중에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원인이 된다. 이를 예방하는데 양파가 최상의 약이 될 수 있다.

양파는 양파대로 먹고 붉은 껍질은 모아두었다가 차처럼 끓여 마시면 많은 도움이 된다. 따라서 40세 이후의 성인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고혈압과 동맥경화 같은 성인병 예방 식품으로 적극 추천되고 있다. 또 고혈당 환자의 혈당을 내려주기도 하며, 항 알레르기 작용이 있어 기관지천식이나 두드러기에도 효과를 나타낸다.

양파는 돼지고기와 함께 만두 속의 주재료이다. 기름진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상쇄시키는 효율적인 음식궁합이라고 하겠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중국인들이 비슷하게 식사를 하는 미국인에 비해 심장질환 발병률이 10분의 1 이하인 것은 중국요리에 양파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식생활에 양파가 널리 퍼진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