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근무, 두려움 또는 희망? [김상균의 메타버스]

한겨레 2024. 5. 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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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계열사 임원들에게 주6일 근무를 권장했다고 알려졌다.

필자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결된 이들이 삼성그룹의 주6일 근무 방침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상황에서 삼성그룹 임원들, 그들과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 시장에서 몇 단계 추락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왕좌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우리 조직이 생각 외로 약한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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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서초사옥. 연합뉴스

김상균 | 인지과학자·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삼성그룹이 계열사 임원들에게 주6일 근무를 권장했다고 알려졌다. 비공식 경로로 하달된 내용이기에 의무보다는 권장에 가깝다고 한다. 그러나 이면을 보면 삼성그룹 임원들은 오히려 공식 문서보다 더 무겁게 이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거세지는 경쟁 상황을 놓고, 여러 영역에서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집단의 결기가 보인다.

필자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결된 이들이 삼성그룹의 주6일 근무 방침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노동 시간을 늘려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옛날 방식, 산업화 시대의 접근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다르게 보는 이들도 있다. 이미 달려왔지만, 때로는 좀 더 달려야 할 상황도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삼성그룹 임원들, 그들과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 시장에서 몇 단계 추락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 왕좌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우리 조직이 생각 외로 약한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 이런 부정 감정들이 그들을 지배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이번 기회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다는 희망, 우리 조직의 저력을 남김없이 보여주겠다는 자부심, 놀라운 성과를 목전에 둔 흥분. 이런 긍정 감정들이 그들을 이끌고 있을 수도 있다.

상상해 보자. 오랫동안 달려온 당신은 이미 좀 지친 상태이다. 그런데 한 번 더 힘을 내어 뛰어야 한다. 다음 중 어떤 상황이 더 좋을까? 등 뒤에서 쫓아오는 괴물을 피하고자 힘을 내야 하는 상황, 조만간 다다를 목표지점을 꿈꾸며 힘이 솟는 상황, 무엇이 더 좋을까? 생물학적으로 무엇이 달리기에 더 유리한지를 논하지 않더라도, 필자는 후자의 상황을 원한다. 아니다. 후자가 과학적으로도 더 유리하다. 언제까지 더 뛰어야 할지 모른다면 두려움보다는 희망을 품어야 한다. 두려움은 단기에 큰 힘을 주지만 결국 뒤따르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감당해야 한다. 두려움은 일시적 회피에 도움이 될 뿐이다. 반면 희망을 품은 이들은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더 오래 힘을 낼 수 있다.

나는 우리 기업들이 부정 정서보다는 긍정 정서를 더 깊게 품은 조직이 되기를 꿈꾼다. 긍정 정서를 통해 결속하고 움직이는 조직이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더 오래, 더 멋지게 나아갈 수 있다. 일주일에 며칠을 근무하고 며칠을 쉬는지도 중요하겠으나, 그 상황에서 조직이 어떤 정서를 품을지를 잊지 말고 고민하길 바란다.

조직을 구성하는 개별 존재로서 인간은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갈까? 필자는 인간 삶을 행복을 추구하는 여정이라 바라본다. 그 여정에서 때로는 부정 정서도 필요할 때가 있다. 부정 정서로 인해 새겨진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더 단단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삶의 여정을 온통 부정 정서로 채우고 있다면, 그 길의 끝에서 무엇을 얻건 그 여정은 너무나 가혹하고 슬프다.

조직이 품은 정서는 개인에게 전이한다. 그러기에 조직이 부정 정서를 품으면 개인도 그 정서를 품고 삶을 견뎌내야 한다. 반대로 조직이 긍정 정서를 품으면 개인도 그 정서를 품고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나는 우리 기업들, 우리가 두려움을 품고 무언가를 견뎌내며 고행의 길을 걸어가기보다는 희망을 품고 희열을 느끼며 나아가길 소망한다. 지금 우리는 희망을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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