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뒤 수시 지원인데…의대증원 '사법 변수' 돌출

권한울 기자(hanfence@mk.co.kr),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서정원 기자(jungwon.seo@mk.co.kr) 2024. 5. 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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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정원 최종승인 보류 요구
최악땐 연내 증원 물 건너가
의대수험생·학부모 혼란 가중
"벌써 재수하기로 한 학생도"

의대 증원분을 배정받은 대학들이 막판 고심 끝에 모집정원을 확정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했지만, 법원이 정부에 의대 모집정원 최종 승인을 5월 중순까지 보류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당장 두 달 후인 7월 초부터 일부 수시모집이 시작되는 가운데 대학 입학전형이 줄줄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진 않을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법원의 결정에 따라 정부의 2025학년도 2000명 의대 증원 계획이 연내 올스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일 수도권의 한 의대 관계자는 "유급·휴학생과 신입생이 같이 공부하는 여건을 감안해 고심 끝에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정원을 확정해 어제 대교협에 제출했는데, 법원에서 이 같은 요청을 하니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의대 증원 규모를 두고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데 혹시라도 증원 규모가 또다시 바뀌면 대혼란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7월부터 시작되는 일부 의과대학과 재외국민 전형의 수시모집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신속히 결정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연기된다면 초유의 사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수도권의 한 의대 관계자는 "소신껏 모집인원을 정해 대교협에 제출했는데, 추후 법원과 정부의 결정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법원은 정부에 의대 증원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의대 모집정원 최종 승인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의대 증원 절차를 멈춰달라는 의대생들의 신청에 대해 법원이 본격 검토 의사를 시사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법원은 의대생 등 신청인들이 사건의 직접적 이해 당사자가 아니란 이유로 각하결정을 내려왔는데 판단이 달라질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전날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심문에서 "증원 규모인 2000명의 근거와 배정 방침 등을 10일까지 제출하면 그다음 주 집행정지 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법원 결정 전까지 정부에 의대 증원 승인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항고심 재판부는 이달 13~18일 중 결론을 낼 예정이다.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면 의대 증원은 정부의 계획대로 추진된다.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본안 판결 전까지 의대 증원은 기약 없이 연기된다. 이럴 경우 정부가 재항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결론을 뒤집고 의대 증원을 진행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이 '일시 멈춤' 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일단 2025학년도는 기존대로 3058명의 신입생을 받게 된다.

법원의 의대 증원 근거 자료 요구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충실히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이달 10일까지 의사 수 추계보고서 등 자료를 제출할 계획이다. 그간 정부가 2000명 증원의 근거로 내세운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보고서와 의대 증원 발표 자료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들 세 개 논문을 바탕으로 2035년에는 의사 1만5000명이 모자랄 것으로 예측하고, 이 가운데 1만명을 의대 증원으로 메꾸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상태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이달 중순에 결론이 나는 법원의 일정과 5월 말 대입전형 계획을 확정하는 대교협의 일정이 충돌되지 않는다"면서 "자료를 충실히 제출하고 대입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고법 결정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더욱 혼란에 빠졌다. 한 고3 학부모는 "대입 사전예고제를 무력화하는 예측 불허의 상황"이라며 "아예 마음 편히 '증원이 없다'고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험생·학부모 커뮤니티에선 계속 바뀌는 의대 모집인원을 고려해 유불리를 계산하는 엑셀 파일까지 공유되고 있다.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각 대학 2025학년도 모집인원을 추산해보자는 취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시 직전인 5월 말까지 의대 증원 규모가 불투명할 것으로 보여 수험생들 혼란이 극심해지고 있다"며 "사상 초유의 입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이미 재수를 선택한 학생들도 있다"며 "의대 증원이 차질을 빚으면 내년에 재수생이 과도하게 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강경파' 새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의정 갈등의 부담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이날 3년간의 공식 임기를 시작한 임현택 의협 회장은 후보 시절부터 오히려 "의대 정원을 500~1000명 줄여야 한다"며 강경 노선을 걸어왔다. 지난달 28일 의협 대의원 총회에서도 정부를 향해 '선(先)증원 백지화, 후(後)대화'를 주장했다.

임 회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료 현장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과 생명을 구하는 자긍심을 잃고 떠난 전공의들, 불의에 맞서 학업의 터전을 떠난 의대생들, 그들을 잘 가르쳐 오시고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매진해 오신 교수님들, 그리고 사태가 빨리 잘 해결되길 원하시는 국민들과 환자들이 너무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얽힌 매듭을 잘 풀어나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권한울 기자 / 김지희 기자 / 서정원 기자 /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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