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유출한 CCTV 수사않는 경찰, 또다시 건폭몰이 특별수사"

김예리 기자 2024. 5. 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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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회동 1주기] 건설노조 노동절 결의대회 "탄압엔 전광석화, 그 단순한 수사 왜 못하나"
분신방조 의혹보도에 쓰인 검찰 유출 CCTV, 유족 "인권유린이자 국가폭력"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지난해 이날 노조탄압 수사에 항의하며 분신한 고 양회동씨 형 양회선씨(가운데)와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왼쪽에서 네번째).양회동 건설노동자 1주기이자 세계 노동절인 1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경찰청 앞에서 건설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벌써 344일째다. 악랄한 언론, 검찰, 그리고 원희룡에 고발장을 접수한 지 21일이 지나면 꼬박 1년이다. 건설노동자 탄압엔 전광석화처럼 압수수색과 구속영장을 남발하고, 건설자본이 '협박받지 않았다'고 말해도 피해자로 만드는 그 경찰이 바로 지금 강릉지청 민원실에 있는 CCTV 유출자를 알아내는 단순한 수사를 아직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는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강한수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노조탄압 수사에 항의하며 분신한 고 양회동 건설노동자 1주기이자 세계노동절인 1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건설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건설노동자들은 경찰이 조선일보 보도에 쓰인 검찰 CCTV 영상 불법유출 사건 수사를 1년째 결론 내지 않으면서 또다시 '건폭몰이 특별단속'을 재개하는 데에 울분을 토했다.

집회가 시작하는 정오께, 서울 서대문역 출구부터 경찰청에 이르는 370m 남짓의 거리가 12~20명씩 한 줄로 선 참가자들로 찼다. 건설노조는 3000명이 참석했다고 추산한다.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노조 위원장이'양회동 열사 정신계승 건설노동자 결의대회'에서 대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작년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는 날, 우리는 양회동 열사의 분신 소식을 들었다”며 “윤석열 정권은 건설 현장을 바꾸기 위해 투쟁해온 건설노조를 가장 악랄하게 탄압했다. 조합원 2000명이 조사받고 37명이 구속됐다. 아직도 2명이 구속됐다”고 했다. 그는 “정권의 탄압으로 건설 현장은 30년 전으로 후퇴했고 불법도급이 판을 친다. 철근이 누락되고 건물이 붕괴되지만 구속된 놈 하나 없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이어 “총선 결과는 윤석열 정권의 총체적 잘못을 심판했지만, 부패하고 부정한 정권은 반성하며 돌아보지 않고 건설노동자를 탄압하려 한다”며 “권력의 하수인 경찰은 우선 해야 할 검찰 CCTV 유출사고를 수사하지 않고 또다시 6개월 간 건설현장을 특별수사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부패한 권력을 퇴진시키자. 그것만이 건설노조 탄압을 중단시키고 양회동 열사의 유지를 받드는 길”이라고 했다.

▲양회동씨의 형 양회선씨는 1일 유족발언에서 “동생을 잃고 고통 속에 힘들게 버티고 있었는데, 2023년 5월 16일 춘천법원 강릉지원에서 촬영된 CCTV 영상이 고스란히 유포됐다”며 “국가는 또다시 폭력을 행사하는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엄연한 국가폭력이고 인권유린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양회동씨의 형 양회선씨는 양씨가 분신한 지 보름 뒤 조선일보가 검찰 CCTV 유출 영상 장면을 써서 분신방조 의혹을 제기한 날을 떠올렸다. 그는 “동생을 잃고 고통 속에 힘들게 버티고 있었는데, 2023년 5월16일 춘천법원 강릉지원에서 촬영된 CCTV 영상이 고스란히 유포됐다”며 “국가는 또다시 폭력을 행사하는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엄연한 국가폭력이고 인권유린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회선씨는 경찰을 향해 거듭 물었다. “수없이 수사해달라고 요청했건만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영상 유출을 지시한 자가 누구이길래 밝히지 못하나? 심지어 동생의 유서 두 장도 가져가 놓고 아직도 수사 중인지 유족에게 돌려주지 않고 있다. 이것이 그들이 말한 공정인가? 대통령 관련 수사는 번개같이 하면서 왜 이리 느린가? 수사도 신분에 따라 달라지나? 아니라 산 자와 죽은 자에 따라 달라지나?” 그는 “노동자도 사람답게 사는 세상 만들어달라는 것, 이것이 죽음의 고통도 불사하며 염원했던 양회동의 마지막 외침이었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CCTV 유출사건 직무유기 윤희근(경찰청장)을 파면하라” “열사의 염원이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양회동 건설노동자 1주기이자 세계 노동절인 1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주최로 경찰청 앞에서 건설노동자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조선일보의 자회사 조선NS는 지난해 5월16일 현장 목격자들이 홍씨의 만류 사실을 경찰에 진술한 상황에서 홍씨가 분신을 묵인, 방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허위보도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이 보도는 지난해 5월17일 조선일보 지면에도 게재됐다.

해당 기사는 “A씨는 양씨의 분신 준비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도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고, 어떠한 제지의 몸짓도 보이지 않았다”며 “분신이 시작된 뒤로도 약 10초동안 휴대전화만 들여다보(았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엔 '독자제공'으로 분신하는 양회동씨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게재했고, 양씨의 상주 건설노조 위원장, 후원금 계좌 명의자는 전국건설노조라고 밝혔다. 보도 당일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신을 투쟁 동력으로 이용하려 한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주장하면서 기획분신 음모론에 불을 지폈다.

▲2023년 5월17일 양회동씨 분신 CCTV 장면을 보도하며 분신방조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 신문 기사 캡쳐. (기사 하단의 분신 장면 CCTV 영상은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삭제 편집=미디어오늘)

건설노조는 지난해 6월 조선일보와 '유서대필' 의혹을 제기했던 월간조선,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원희룡 전 장관을 사자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했다. 춘천지검 강릉지청의 CCTV 화면 유출에 대해서도 공무상 비밀누설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유족과 홍씨, 건설노조는 이날 조선일보와 월간조선,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원희룡 전 장관과 검찰 CCTV 유출자(미상)를 상대로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결의대회를 마친 뒤 행진을 거쳐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까지 행진한 뒤 동화면세점 앞 민주노총 세계노동절 본대회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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