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이종 사촌? ‘美국방부 탑시크릿’ 접근권 거부된 여성의 정체

이철민 기자 2024. 5. 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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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판사 “극도로 사악한 적대국 독재자와 친척”
“모범적 미국시민, 부모 따라 1990년대 이주”
CNN “1998년 비밀리 스위스에서 망명한
김정은 이모의 딸과 프로필 일치”
2016년 5월 워싱턴포스트에 게재된 고용숙 부부의 뒷모습 사진. 그해 4월24일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에서 찍었다. 이 신문은 당시 이 부부가 세탁소를 운영하는 것으로 소개했다./워싱턴포스트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X국(Country X)’ 태생의 30대 미국 시민권자 여성이 지난 1월 미 국방부에 1급 비밀(Top Secret)에 대한 접근권을 신청했으나 거부됐다고, CNN 방송이 1일 보도했다. 애초 2급 비밀(Secret) 접근권을 갖고 있었던 이 여성은 작년 10월에 이 보다 상급인 1급 비밀에 대한 접근권을 신청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가 이를 거부하자 항소했다.

CNN 방송은 미 국방부의 항소처리실(Office of Hearings and Appeals)이 공개한 판결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하며, “비밀 접근 권한을 갖고 있던 항소자의 개인 문제가 아니라, 그가 미국에 적대적인 나라의 독재자이자 극도로 사악하고 위험한 인물과 친척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는 행정 판사의 판결문을 인용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기밀정보는 대개 Confidential(대외비)ㆍ2급 비밀(Secret)ㆍ1급 비밀(Top Secret)로 분류된다. 미 국가정보국이 공개된 가장 최신 자료(2019년 10월 현재)에 따르면, 1급 비밀 접근권을 소지한 사람은 125만 명 정도이고, 대외비ㆍ2급 비밀 접근권자는 169만여 명이다.

X국 태생으로 미국에 적대적인 독재자의 친척이라는 이 항소자를 북한 김정은(40)의 이종 여사촌이라고 보는 이유는 판결문에 소개된 다른 내용 때문이다.

이 여성의 탑시크릿 접근권을 거부한 에드워드 로런(Loughran) 행정판사는 판결문에서 “항소자가 30대 여성으로,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했으며, 수 년 간 방위산업 계약자로서 일해왔다” “항소자는 X국 국적으로 태어났고, 가까운 가족 구성원(사촌, 이모, 삼촌, 조카)이 X국의 독재자다. 항소자의 부모, 항소자를 포함한 자녀들은 1990년대에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모두 미국 시민이 됐다” “현재 이 가족은 X국에 있는 친척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판결문은 또 X국과 관련해서 “국제 테러를 지원하고, 사이버 공격과 미국에 대한 간첩 행위를 수행한다” “고국을 떠난 사람들을 역적으로 여기고, 그들 중 일부에 대해 보복 행동을 했다” “이 가족은 미국 도착 이후 모두 이름을 바꿨지만, 항소자의 어머니는 여전히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정부의 ‘국가 주도 테러’ 명단에 오른 나라는 쿠바ㆍ북한ㆍ이란ㆍ시리아 등 4국 뿐이다. 이 중에서 사이버 공격 국가 명단에도 오른 나라는 북한과 이란이고, 특히 보복적인 나라는 북한뿐이다.

로런 판사는 판결문에서 항소자에 대해 상세히 기술하지 않은 것과 관련 “신원을 노출하지 않고, 항소자와 가족에 대해 상세하게 밝히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항소자의 신원과 관련, 미 씽크탱크인 랜드(RAND) 코퍼레이션의 군 사회학자인 마렉 포사드 박사는 CNN 방송에 “문제의 항소자가 북한 출신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의 여동생 고용숙과 북한 외교관 신분의 남편 박건(이후 리강으로 개명)은 1998년에 아들 두 명과 딸 한 명을 데리고 스위스의 미국 대사관과 미 중앙정보국(CIA)을 통해 미국으로 망명했다. 미국은 당시 고씨 부부의 망명 과정을 한국 정부에도 알리지 않았다. 고용숙은 처음엔 ‘고영숙’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북한 노동신문의 과거 보도 내용을 토대로 ‘고용숙’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북송 재일동포 출신인 고용숙은 약 2년간 스위스에서 유학 중인 김정은과 그의 형 김정철의 뒷바라지를 하며 김정일의 비자금도 일부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5월 워싱턴포스트의 고씨 부부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고씨 부부는 당시 고영희(2004년 사망)가 말기 유방암을 앓고 있었고, 김정은ㆍ김정철 형제도 각각 14세, 17세로 어느 정도 자라 자신들의 이용 가치가 떨어지고 특권적 지위도 상실할 것을 우려해 미국 정부에 망명 의사를 밝혔다.

한편, 이번 ‘거부’ 판결에 대해 로런 판사는 “항소자가 매우 지적이고 정직하며 미국에 충성스러운 모범적인 직원이며 기밀 접근 권한을 갖고 어떠한 보안 문제도 일으킨 적이 없기 때문에 어려운 사안”이라며 “ “독재자와 친척이라는 것 외에는 그는 비밀 정보 접근권한을 부여 받을 완벽한 후보”라고 인정했다.

즉, 업무 수행이나 도덕적 성격, 신뢰성, 직업 정신 등 기밀 서류를 다루는 것과 관련해서는 항소자가 매우 뛰어나며, “하필이면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의 독재자, 극도로 사악하고 위험한 인물(an extremely bad and dangerous person)과 연결되는 좋은 사람(a good person)”이라는 것이다. 로런 판사는 그러나 “이런 ‘연결’이 잠재적인 이해충돌, 외국의 착취와 유인, 조종, 압력, 강압에 노출되는 리스크를 높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랜드코퍼레이션의 포사드 박사는 “이번 탑시크릿 접근권 거부 판결은 항소자 개인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접근 권한을 줌으로써 미국 정부가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리스크의 수준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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