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못된 걸’ 소리 듣던 ‘모던 걸’, 정동극장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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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말, 일제 강점기 경성(서울)에는 '모던 바람'이 불었다.
특히, 양장을 하고 높은 구두를 신는 등 서양식으로 몸단장을 하거나 현대적·진보적으로 사고하는 조선의 신여성들은 '모던 걸'로 불렸다.
국립정동극장이 100년 전 서울에 불었던 모던 바람의 진원지와 같은 정동 거리를 무대에서 재현한다.
'모던정동'은 신·구 문화가 뒤섞인 시대가 배경인 만큼 우리 전통 춤부터 스윙 댄스, 신민요춤 등 여러 장르의 춤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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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말, 일제 강점기 경성(서울)에는 ‘모던 바람’이 불었다. 특히, 양장을 하고 높은 구두를 신는 등 서양식으로 몸단장을 하거나 현대적·진보적으로 사고하는 조선의 신여성들은 ‘모던 걸’로 불렸다. 가부장적 유교 문화가 뿌리 깊었던 그 시절 대다수 사람의 눈에,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 여성은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당시 모던 걸이 머리가 짧은 외양을 의미하는 ‘모단(毛斷) 걸’이나 부정적 인성을 강조한 ‘못된 걸’로 지칭되기도 한 이유다.
안경모 연출은 전날 정동극장에서 일부 장면 시연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근대 경성은 새로운 문명과 사상이 물밀듯 들어오면서도 (전통적) 인식은 변화하지 않아 사람들의 갈증이 폭발적으로 일어난 시대”라면서 “작품을 통해 무모하리만큼 꿈을 위해 덤벼들고 자유를 갈망했던 이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숙 예술감독은 “그 시절은 암울하기도 했지만, 다양한 변화가 있던 시대”라면서 “정동이 근대 문화의 출발지로서 많은 역사와 문화를 올곧게 간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악도 다채롭다. 근대 가요 ‘사의 찬미’, 신민요 ‘봄맞이’와 ‘처녀총각’, 만요(희극적인 풍자 곡) ‘그대와 가게되면’ 등 당대의 유행가뿐 아니라 작품을 위해 새로 만든 음악들도 만나볼 수 있다.
안무가 정보경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무수히 흐르는 에너지에 집중했다”며 “후반부 40분은 무용수들이 미칠 정도의 에너지를 뿜어낸다”고 말했다.
일제가 우리 민족의 문화를 탄압하는 장면이나 도산 안창호 선생이 독립 의지를 담아 작사한 노래 ‘거국가’가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등 이 작품은 모던 걸 시대를 낭만적으로만 포장하지 않았다. 안 연출은 “(등장인물들이 일제에 의해 받는 고통을) 설명적으로 드러내기보다, 하나의 이미지를 통해 낭만과 좌절이 응축돼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강조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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