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특별법 장외전 나선 국토부…“피해자 지원에 기금 쓸 수 없다”

김민호 2024. 5. 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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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先) 구제 후(後) 회수'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임박하자 이에 반대하는 국토교통부가 장외전에 나섰다.

일주일에 두 차례나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인데, 핵심은 청약저축 가입자로부터 '빌린 돈'인 주택도시기금(기금)으로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법의 구조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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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토론회만 2회 참석
"주택도시기금은 빌린 돈, 
소모성 지원에 쓰면 안돼"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채상병 특검법, 전세사기 특별법, 민주유공자법 등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선(先) 구제 후(後) 회수’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임박하자 이에 반대하는 국토교통부가 장외전에 나섰다. 일주일에 두 차례나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인데, 핵심은 청약저축 가입자로부터 ‘빌린 돈’인 주택도시기금(기금)으로 피해자를 지원한다는 법의 구조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국토부는 지난달 3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의 역할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개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을 사달라고 요청하면 공공기관이 그 가치를 평가해 매입하게 했는데 이때 기금을 사용하도록 했다. 기금은 임대주택 공급 등에 활용되고 청약저축과 국민주택채권으로 조성된다.

이장원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 피해총괄과장은 “기금은 청약통장에서 잠깐 빌린 돈”이라며 “나중에 다시 돌려줘야 하는 돈을 소모성 용도로 써 버리는 것은 (기금의) 성격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지난달 24일 국토연구원이 개최한 토론회에도 참석해 ‘피해자가 현재 추세대로 증가하면 내년 5월에 3만6,000명까지 늘고 지원할 금액이 3조~4조 원에 이른다’며 기금 건전성을 쟁점으로 부각한 바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1개월 안에 시행하도록 한 점도 법의 문제점으로 꼽혔다. ‘선 구제, 후 회수’를 실제 수행할 기관은 HUG가 유력하다. HUG는 현재도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자에게 집주인 대신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느라 허리가 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에는 적자가 4조 원에 육박했다. HUG는 이 업무를 맡았을 때 현재 인력으로 수행이 가능할지, 재원을 어떻게 충당할지 고심 중이다. 정부 재정이든 기금이든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기금을 언제까지 피해자 구제에 활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기금은 2021년 116조9,141억 원에서 지난해 95조4,377억 원으로 18%나 줄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청약저축 납입액과 국민주택채권 발행액이 나란히 감소한 탓이다. 반면 디딤돌 대출과 신생아 특례대출, 임대주택 공급 등 기금이 쓰일 곳은 많다.

학계에는 ‘선 구제, 후 회수’가 과연 한시적 제도로 끝날지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특별법은 내년에 일몰하지만 정부가 재정으로 사기 피해자에게 금전을 지원한 선례가 생기면 비슷한 사례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피해자 측과 국토부가 주장하는 최대 재원 소요액이 각각 5,580억 원과 4조 원으로 크게 차이가 나는 만큼, 개정안을 입법한다면 재원 설계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얘기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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