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며시 손드는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관건은 ‘당심 100%’ 전당대회 룰

이두리 기자 2024. 5. 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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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이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하나둘 차기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당 혁신보다는 전당대회 준비에 집중하는 실무·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면서 본격적인 당권 행보를 위해 몸을 푸는 모양새다. 다만 현행 ‘당원 투표 100%’ 규칙이 이번 비대위에서 어떻게 개정될지에 따라 당권 주자들의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다.

대통령실과 친윤(석열)계 지도부 간의 수직 관계가 총선 참패의 원인이 됐다는 자성론이 당내에 확산하면서 비윤계 인사들에게 차기 당권의 배턴이 넘어간 분위기다.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서울 동작갑 당선인, 안철수 경기 분당갑 당선인, 유승민 전 의원, 윤상현 인천 동미추홀을 당선인은 모두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의해 출마를 포기하거나 낙선했다.

안철수 당선인은 1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차기 당대표 선거 출마에 대해 “지금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게 정답”이라면서도 ‘전당대회 룰에 민심이 반영되면 나서보겠다는 생각이 있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안 당선인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전 대표에게 밀려 2위로 낙선했다.

안 당선인은 전당대회 규칙에 대해 “5대5(당원 투표 50%·여론조사 50%)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뽑히는 당대표는 지방선거를 지휘한다. 당심 100%만으로는 그런 대표를 뽑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안 당선인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번 총선 참패에 대해서 본인 나름대로 성찰이 우선이 아니겠나”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유 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며 가능성을 열어 뒀다. 그는 “당원(투표) 100%가 불과 1년 반 전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지시를 해서 지금 비서실장 간 그분(정진석 전 의원)이 한 건데, 당원 100% 하면서 당이 아주 망가졌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룰 변경) 부분은 당이 얼마나 정신을 차렸냐는 하나의 변화의 표시로,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인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당심 100%는 저를 떨어뜨리려고 한 룰이었다”라며 “의견수렴을 해서 조금 민심을 섞는 게 좋겠다면 섞고 그렇게 바꾸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자신이 주도하는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인구기후내일포럼’에 가입해 달라고 22대 총선 여야 당선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한 국민의힘 당선인은 이에 대해 ‘통상적인 일’이라고 말했으나 일각에서는 당권 행보를 위한 사전 세력화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상현 인천 동미추홀을 당선인은 이날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서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지금은 당대표 얘기할 때가 아니다”라며 확답을 피하면서도 “(차기 당대표는) 수도권 중도로서 외연을 확장하는 가능성, 비전을 제시하는 대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인 인천 지역의 윤 당선인은 총선 후 당 혁신 세미나를 독자적으로 개최해 오고 있다. 윤 당선인 역시 “민심에 순응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전당대회 규칙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윤계 당권주자들은 이철규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당선인의 원내대표 출마설에 일제히 거부감을 드러냈다. 나 당선인은 이 당선인과 ‘나-이 연대’로 묶이는 것에 대해 “기분이 나쁘다, 고약한 프레임”이라며 “제가 정말 당대표를 하고 싶다면 제가 제 의지대로 판단해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당선인은 “가급적 수도권 당선자분들 중에서, 다선 의원 중에서 이 역할(원내대표)을 맡으시면 좋지 않을까”라며 강원 지역의 이 당선인을 배제했다. 국민의힘은 이 당선인의 원내대표 단독 출마에 대한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원내대표 선거를 연기한 상태다. 이 당선인은 출마 여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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