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열손가락 지문 채취’ 주민등록증 제도 ‘합헌’ 유지

허욱 기자 2024. 5. 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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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증을 발급할 때 열 손가락 모두 지문을 찍고 이 지문 정보를 경찰 등에서 보관하도록 한 현행 법령은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다시 나왔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민법 제1112조 등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선고에 참석한 모습. / 뉴스1

헌재는 김모씨 등 2명이 “열 손가락 지문을 찍도록 하는 현행 주민등록법과 시행령 일부 조항 등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고 1일 밝혔다.

김씨는 2020년 2월 주민등록증 발급 과정에서 열 손가락의 지문 날인을 요구받자 이를 거부하며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지 않았다. 김씨는 주민등록증에 지문을 담도록 한 주민등록법 조항,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에 열 손가락 회전지문과 평면지문을 모두 날인하도록 한 주민등록법 시행령 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그는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를 관할 경찰서의 지구대‧파출소에 보내도록 한 주민등록법 시행규칙 조항도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강모씨는 2002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지만,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에 날인한 자신의 지문 정보를 경찰이 보관·전산화하고 이를 범죄 수사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헌재 판단을 받겠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헌재에서 “주민등록법상 지문날인제도는 범죄자 검거‧대형사고 등에서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지문을 채취해 개인 식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사생활 노출 위험이 있고 악용될 소지도 크다”고 주장했다. 해당 규정들로 인한 지문 보관 등 행위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헌법에 반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경찰청장이 지문을 수집‧보관하는 근거로 삼을만한 명시적 법률 규정도 없다며 기본권 제한은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원칙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2005년, 2015년에 이어 이번에도 지문날인 제도가 범죄 수사 등 공익적 목적에 비해 인권 침해 소지가 크지 않다는 취지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지문날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민등록증 제도는 주민등록법의 일반적인 목적과 다른 측면이 있다”며 “주민등록증 제도는 원래 치안유지나 국가안보를 위해 탄생한 제도로 이를 위한 신원 확인을 직접적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민등록증에는 성명·사진·주민등록번호·주소·지문 등을 수록하도록 하고 있고, 주민등록표 사항 중 특히 지문을 담도록 한 것은 국민의 자기 식별성을 강화해 보다 확실한 신원 확인이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뉴스1

헌재는 앞서 지문날인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공공기관 개인정보보호법’에 그 근거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 법은 2011년 3월 폐지됐고, 그해 9월 ‘개인정보보호법’이 새롭게 시행됐다. 헌재는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업무 수행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 개인정보 처리자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수집 목적 내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정한 현행법에 근거가 있다”고 했다.

헌재는 개개인의 지문 정보를 경찰청에 보내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는 재판관들 사이에 의견이 갈렸다. 지문이 담긴 발급신청서를 경찰에 보내도록 한 규정에 대해선 재판관 3명이 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며 각하 의견을 냈고, 나머지 6명 중 4명은 인용, 2명은 기각 의견을 냈다. 인용 의견이 다수였지만 헌법재판소법상 인용 정족수인 6명에 이르지 못해 기각으로 결정됐다.

인용 의견을 낸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형식 재판관은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주민등록법령은 그 사무나 개인정부 수집·이용 권한을 경찰청 등에 부여하는 조항이 없다”며 “사망할 때까지 바뀌지 않아 함부로 취급돼서는 안 되는 지문 정보와 관련해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형식 재판관은 경찰청이 지문 정보를 보관‧전산화 해 수사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서는 나머지 재판관이 찬성 의견을 내 합헌으로 결정됐다.

한편, 김기영 재판관은 열 손가락 모두 지문을 채취하는 주민등록법 시행령 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은 “지문 정보는 열 손가락 지문 전부가 아니더라도 동일성 식별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며 “시행령 조항은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에 불필요한 지문들까지 찍도록 해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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