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습격범, 유치장서 “李 어떻게 살아있나…분하다”

피고인, ‘살인’ 아닌 ‘살인미수’ 혐의 적용된 것 알고 분노
李 구속영장 기각 후 ‘흉기’부터 ‘이혼’까지 치밀하게 준비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피의자 김아무개(66)씨가 1월2일 부산 연제구 부산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흉기 습격범이 장기간에 걸쳐 '살해'를 계획했으며, '살인미수' 혐의 적용을 인지한 뒤 분노를 쏟아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습격범은 지난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대선 가도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흉기'부터 '이혼'까지 치밀한 준비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전날 살인미수·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아무개(67)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김씨는 지난 1월2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이 대표의 목을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피고인 심문에서 제22대 총선을 비롯해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범행을 계획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김씨는 '피해자(이재명) 살해에 확고한 의사가 있었느냐'는 검사 질문에 "있었다"고 답했다. 

'총선 전에 범행을 계획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해 야권이 총선에서 과반을 할 것이라 짐작했다"며 "만약 이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해 과반을 차지하면 대선까지 레드카펫이 깔릴 것인데 공천권 행사를 저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27일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날 상당한 울분과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김씨는 "당시 판사가 이 대표의 범죄사실이 소명됐다고 인정하면서도 '야당 대표로서 역할과 책임이 막중해 구속이 지나친 점이 있다'고 해 법 앞에 평등하지 않은 재판이라 생각했다"며 "밤잠을 못 자며 일말의 희망을 갖고 기다렸는데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습격 다음날인 1월3일 유치장에서 이 대표가 살아있다는 것을 안 뒤에도 분노를 쏟아냈다. 검찰은 당시 김씨가 작성한 메모를 법정에서 공개했다. 

메모에는 "이 대표를 분명히 처단했는데 어떻게 살아있느냐. 분하다"는 내용이 적혔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김씨는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가 '살인'이 아닌 '살인미수'라는 것을 통해 이 대표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이 같은 메모를 남겼다.

이 대표를 살해하려 했던 김씨는 지난해 범행을 구상한 후 자신의 가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 이혼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범행 도구로 대리 구매한 흉기를 3∼4개월간 숫돌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간 사실도 드러났다.

공판에서는 김씨가 범행 이유와 동기를 적은 일명 '남기는 말'을 가족에게 전달한 김씨 지인의 범행 방조 혐의를 둘러싼 공방도 오갔다. 검찰은 '남기는 말' 문서를 받은 김씨 지인이 김씨의 범행을 사전에 알았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는 '귀도 잘 안 들리고 시력도 좋지 않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김씨에 대한 결심 공판은 다음달 21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