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향기 가득…리슬링으로 ’도심 속 힐링‘ [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2024. 5. 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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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의 와인 랩소디<18>

왼쪽부터 라인가우 리슬링 카비넷, 에곤 뮬러 샤르초프 리슬링, 루아 다고베르 알자스 리슬링



지난해 9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와인 마스터 클래스’가 열렸다. 프랑스 알자스와인생산자협회(CIVA)가 주최한 행사로 이 지역의 대표 양조학자인 티에리 프리츠(Thierry Fritsch)가 세미나 강의를 맡았다.

먼 길 날아온 그가 강의 중간 간곡하게 당부한 한 가지 사항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리슬링 와인에서 풍기는 특유의 기름 냄새에 대한 표현방식을 바꿔 달라’는 것.

실제 리슬링에서는 다양한 강도의 페트롤 향이 난다. 와인 관계자들은 ‘석유 냄새’로 표현한다. 상대방이 쉽게 알아듣기 때문이다. 그러나 와이너리 입장에서는 ‘자칫 부정적인 인상을 줘 매출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발효과정에서 나타나는 페트롤 향의 주성분은 ‘TDN(탄소로 구성된 천연화학물질)’. 특이하게도 다른 포도 품종보다 리슬링에 다섯 배 정도 더 많이 들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와인 강사들도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진행하면서 석유 냄새로 리슬링을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김준철 와인스쿨 원장은 “재미있는 것은 오래된 리슬링에서는 TDN 성분이 미약하거나 아예 사라지고 없는데도 라벨을 보고 ‘석유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세계 3대 화이트 와인 품종인 리슬링의 고향은 독일 라인가우 일대. 구에 블랑과 바이저 휘니쉬 품종의 접합 종이라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 독일 리슬링은 독일 전체 포도 재배면적의 22%인데, 이는 전 세계 리슬링 재배면적의 60%를 차지한다.

리슬링은 맛과 향이 다양하다. 지역별로 드라이한 와인부터 달콤한 와인까지 스펙트럼이 넓어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더욱이 독일 와인 이름은 매우 길고 복잡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등급체계와 당도 관계를 한번 알아두면 유용하게 써먹을 때가 많으니 살펴본다.

독일 와인은 크게 네 단계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가장 하위등급인 도이처바인(타펠바인)과 란트바인은 저가 테이블 와인이다. 다음은 크발리테츠바인 등급. 원산지 품질보증과 약간의 가당이 허용된다. 마지막 최고급 등급은 프레디카츠바인으로 국내 수입된 독일 와인 대부분이 이 등급에 해당한다.

특히 프레디카츠바인은 숙성도와 당도에 따라 다시 ▲카비넷 ▲슈페트레제 ▲아우스레제 ▲베렌아우스레제(BA)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BA)로 나뉜다. 또 병목에 독수리 마크와 함께 VDP라고 적혀 있는 리슬링은 ‘우수생산자연합’ 회원사 제품으로, 최고급 와인을 의미한다.
한편 리슬링 와인은 독일 외에도 프랑스 알자스는 물론 남호주 클레어 밸리, 미국 뉴욕주 등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된다. 전문가 추천 3종류 와인을 직접 테이스팅한 경험을 소개한다.

먼저 라인가우 리슬링 카비넷. 150년 전통의 와이너리 로베르트 바일 작품이다. 알코올 도수는 9도로 주량이 약한 여성에게도 부담이 덜할 듯. 테이스팅 노트에는 ‘달콤한 과일과 꽃, 꿀처럼 진한 향을 잡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진한 향’에는 다소 의문이 들었다. 수입사 신세계L&B 관계자는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신선한 해산물과 닭고기 요리’를 꼽았다.

다음은 에곤 뮬러, 샤르초프 리슬링, 크발리테츠바인 등급 와인이다. 독일 모젤 지역 리슬링 밭 포도로 양조. 첫 모금에서 높은 산도와 달콤한 맛을 단박에 잡을 수 있었다. 이어 페트롤 향은 물론 미네랄 느낌도 편하게 다가왔다.

끝으로 루와 다고베르 알자스 리슬링. 독일 와인과 또 다른 느낌이다. 석회암과 점토, 사암 등 프랑스 알자스 테루아 영향 때문이다. 스테인리스 탱크를 사용했으며 19도 저온 발효. 사과, 레몬과 같은 상큼한 과일 향이 가득했다. 수입사는 ‘섬세하고 우아한 맛’을 강조했다.

돌아보면 세월은 항상 뒤편에 있다. 봄꽃 향기 가득한 리슬링 한 잔으로 아쉬움을 달래보면 어떨까.

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juju4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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