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수출에 찬물…日경쟁 자동차·철강산업 먹구름[슈퍼 엔저②]

이승주 기자 2024. 5. 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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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진정됐지만 한때 160엔…34년 만
美 도요타 등 경쟁…역대급 車수출 계속?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달러 대비 엔화 약세는 더 가속화되고 있다. 달러 당 156엔대로 떨어지며 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2024.04.26. jini@newsis.com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올해 우리 수출 실적이 본격 회복세에 돌입한 가운데 일본 엔화가 34년 만에 달러 당 160엔을 기록했다. '슈퍼 엔저'에 미국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 자동차 수출 기업 등에 타격이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엔·달러는 오전 한 때 160엔을 돌파했다.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넘어선 것은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이다. 다만 이날 오후부터 일본 당국의 엔화 매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자 달러 당 엔화 가치는 156엔까지 진정됐다.

이처럼 역대급 엔저에 세계 수출시장에서 우리 수출기업 경쟁력이 일본 기업에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 수출 기업이 낮은 엔화 가치로 우리보다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수출경제는 지난 2년 역대급 무역적자에 수출 하락세 등을 겪다 지난해 말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도 공존한다.

[울산=뉴시스] 울산 북구 염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전용 수출 부두 전경. (사진=울산항만공사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김성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수출이 회복되고 있다지만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올라온 것일 뿐, 다른 분야는 아직 코로나19 이전의 60% 수준"이라며 "중간재를 사들여서 판매하는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단가가 인상됐을 때 판매재 가격도 올리지 않으면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로 중동에 다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겹친 엔저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장에 우리 수출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봤다. 국내에서도 고환율 원화 약세인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엔화와 원화의 가치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이 치열한 업군이 많지 않은 이유도 있다.

다만 미국에 진출한 자동차 업계는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 현대차와 일본의 도요타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만큼,일본 자동차 기업이 낮은 엔화 가치를 활용해 미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업계 8개사의 전 세계 생산량이 전년 보다 5% 증가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당초 계획보다 전기차 수요는 부진하지만 북미(273만대)를 중심으로 하이브리드차가 호조를 보였다.

[서울=뉴시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한국무역협회 회의실에서 미국 현지진출 기업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4.04.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우리도 마찬가지로 원하 가치가 절하된 상태인 만큼 일본 기업에 수출 경쟁력을 크게 잃을 부분은 많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지금의 엔저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지면 자동차 등 일본과 경쟁하는 업권과 기업 등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선전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대미(對美) 수출 실적이 지난해 동기 대비 15.5% 증가하며, 역대급 수준을 넘어섰는데, 자동차(24.2%)는 반도체와 일반기계 다음으로 가장 큰폭 늘어났다.

이미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늘어났다는 점에 주목된다. 지난 1월 자동차 수출액은 62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동차 수출규모도 24만5000대로 크게 늘었다. 지난 2015년 1월(24만8000대) 이후 9년 만에 24만대를 넘어섰다.

물론 반도체와 조선, 일반기계 등 다른 업권에서도 성장하고 있지만, 중동사태 등 대내외 변수가 있는 상황에서 엔저에 따른 자동차 수출이 주춤한다면 회복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도요타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부도 중동사태 및 대외적 변화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주시한다고 밝혔다. 조익노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최근 중동사태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케다=AP/뉴시스] 일본 서부 오사카현 이케다에 있는 다이하쓰 자동차 공장. 2023.12.26.

☞공감언론 뉴시스 joo4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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