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물가’ 1통에 1만원 육박…“양배추도 먹기 힘들겠죠?” [김기자의 현장+]

김경호 2024. 5. 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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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 8㎏의 도매가격 1년 사이 113%↑
맥도날드, 16개 메뉴 가격 평균 2.8%↑
김밥은 한 줄 3323원 6.4%↑
가격 인상 폭이 가장 큰 외식 품목 ‘냉면’
7.2% 올라 한 그릇에 평균 1만1462원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마트에서 양배추가 9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김경호 기자
 
“양배추 한 통에 9500원, 말이 됩니까? 주먹보다 조금 큰 것은 4500원. 이렇게 살기 힘든 적은 처음입니다. 사과·배·고추·상추·양배추까지 가격만 봐도 숨이 턱턱 막힙니다. 30만원으로 장도 볼 수 없어요”

지난달 30일 오후 8시쯤 서울 종로구에 한 마트에서 만난 최모(56)씨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트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마트에는 장바구니를 든 손님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물건을 들었다 놓는 소비자들이 적잖게 눈에 띄었다.

마트에서 만난 주부 이모(40)씨도 “방울토마토 1만4000원이나 해? 너무 올랐어요”라며 “이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애들 때문에 안 살수도 없다”고 한탄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마트에서 양배추가 9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김경호 기자
 
고추·무·상추·양배추 등 밥상에 자주 오르는 먹거리 가격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양배추 8㎏의 도매가격은 최근 한 달 사이 56% 올랐고 1년 사이 113% 올랐다. 소매가로는 한 통에 6000원이 넘는다.

앞서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26일 정부는 배추, 양배추, 당근 등 7종의 품목에 대해 다음 달 중 할당관세 0%를 신규적용하겠다“며 “4월 들어 오이, 애호박, 수입소고기, 갈치 등을 중심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지만 농산물 가격은 잡힐 기미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김경호 기자
 
지난달 30일 늦은 오후 종로구 한 김밥 전문점을 찾았다. 메뉴판에는 김밥 한 줄 4500원, 참치 김밥이나 치즈 김밥은 5500원. 기본 라면은 5000원이 적혀있었다. 라면 한 그릇과 김밥 한줄 시켜도 1만 원대가 된다.

이날 만난 최모(35)씨는 “버티는 것도 너무 힘들다”며 “아침은 굶다시피 하고, 저녁은 라면이나 김밥으로 간단하게 때운다”라고 했다. 이어 “빠듯한 월급에 점심도 구내식당 7000원에 맞춰먹는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외식업체들도 오른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해 덩달아 가격을 올리면서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 되고 있다. 치솟은 먹거리 물가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직장인, 주부 할 것 없이 아우성을 지르고 있다. 특히 주머니가 가벼워도 고민 없이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김밥과 라면 값 조차 줄줄이 오르면서 시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햄버거·피자·치킨 등 주요 외식 품목 가격이 모두 인상 발표했다. 가정의 달 5월에는 외식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초여름 날씨를 보인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설치된 음식점 메뉴 입간판 사이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김경호 기자
 
1일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달 3월 냉면, 김밥 등 대표 외식 품목 8개의 서울 지역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최대 7%대 올랐다. 가격 인상 폭이 가장 큰 외식 품목은 냉면으로 7.2% 올라 한 그릇에 평균 1만1462원이다.

김밥은 한 줄에 3323원으로 6.4% 상승했고 비빔밥은 한 그릇에 1만769원으로 5.7% 비싸졌다. 또 김치찌개 백반과 자장면은 각각 8000원, 7069원으로 4.0% 올랐고 칼국수 한 그릇은 9038원으로 3.5%, 삼계탕은 한 그릇에 1만6846원으로 3.1% 각각 상승했다. 삼겹살도 1인분(200g)에 1만9514원으로 1년 전보다 1.4% 비싸졌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설치된 음식점 메뉴 입간판. 사진=김경호 기자
 
프랜차이즈 업계가 본격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섰다. 김밥 프랜차이즈 바르다김선생은 지난달 9일 메뉴 가격을 100∼500원 인상해 대표 메뉴인 바른김밥 가격이 43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다. 앞서 김가네는 지난해 하반기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는 지난달 15일 9개 메뉴 가격을 일제히 1900원씩 올렸다. 이에 따라 대표 메뉴인 고추바사삭 가격은 1만9900원으로 2만원에 육박했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인 더벤티는 지난 22일부터 카페라떼 등 음료 7종 가격을 200∼500원 올렸다. 다만,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아메리카노 가격은 동결했고 바닐라크림 콜드브루 등 음료 3종 가격은 100∼300원 인하했다.

‘배달-매장 이중가격제’ 도입으로 배달 메뉴를 시키면 가격이 더 비싼 곳도 있다. KFC도 지난달 19일 이중가격제를 도입했고, 배달 메뉴를 100∼800원 더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

초여름 날씨를 보인 지난달 28일 오후 명동 거리에 외국 관광객과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김경호 기자
 
맥도날드는 5월 2일부터 1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올리기로 했다. 버거 단품 중 햄버거, 치즈버거, 더블 치즈버거, 트리플 치즈버거는 100원씩 올리고 불고기 버거는 300원, 에그 불고기 버거는 400원 각각 인상한다.

빅맥과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 단품 가격은 동결되지만, 탄산음료와 사이드 메뉴 가격이 올라 세트 가격은 6900원에서 7200원으로 300원 오른다. 피자헛도 같은 날부터 갈릭버터쉬림프, 치즈킹 등 프리미엄 메뉴 가격을 올린다. 인상 폭은 추후 공지하기로 했다. 외식업체들은 재료비와 인건비 등 제반 비용 상승에 따라 메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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