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다듬는 ‘가위손 봉사’ 30년… “아이들이 웃어야 세상 밝아져”[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인지현 기자 2024. 5. 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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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 동남구, 오랜 세월이 묻어 있는 시장 안 작은 이발소는 올해로 가위를 든 지 60년이 된 문동호 후원자가 삶의 터전을 일궈 온 곳이다.

"한평생 해왔고, 잘할 수 있는 것이 이발이어서 봉사까지 나서게 됐다"는 문 후원자는 현재도 한 달에 한 번 인근 요양원과 장애인 시설을 찾아 정성스레 머리를 다듬으며 이웃의 마음도 보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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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 천안서 이발소 운영하는 문동호 후원자
매달 한번씩 복지시설 방문
코로나 시기에도 쉬지 않아
누적 봉사 5000시간 넘어
“나를 기다리는데 쉴 수 없어”
처음엔 폐지 주워 정기후원
자녀들도 아버지 따라 동참
30여 년간 이발 봉사와 이웃 나눔을 지속해 온 문동호 후원자가 지난 3월 27일 자신이 운영 중인 충남 천안시의 동양이용원에서 그동안 정기 후원해 온 초록우산의 상징을 들고 서 있는 모습. 초록우산 제공

충남 천안시 동남구, 오랜 세월이 묻어 있는 시장 안 작은 이발소는 올해로 가위를 든 지 60년이 된 문동호 후원자가 삶의 터전을 일궈 온 곳이다.

이발사 인생 중 절반인 30년 이상을 이발 봉사와 나눔에 헌신해 온 문 후원자는 77세의 나이에도 흰 가운을 입고 여전히 손님을 맞으며 이발을 이어가고 있다.

“한평생 해왔고, 잘할 수 있는 것이 이발이어서 봉사까지 나서게 됐다”는 문 후원자는 현재도 한 달에 한 번 인근 요양원과 장애인 시설을 찾아 정성스레 머리를 다듬으며 이웃의 마음도 보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이발 봉사만큼은 쉬지 않았다는 문 후원자는 “머리카락은 쉬지 않고 자라지 않나.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쉴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천안시 등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문 후원자의 누적 봉사시간만 해도 5000시간이 넘는다고 한다. 그는 “장애인과 노인들이 몸을 못 가누고 말도 잘 못하지만 내가 머리를 만져줄 때마다 눈으로 반겨주며 웃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이 통하는 것 같아 참 좋다”고 말했다.

문 후원자는 노인·장애인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한 봉사뿐 아니라 아동 후원에도 오랜 기간 나서 왔다. 초록우산에 정기 후원을 하면서 지역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위한 이발 봉사도 이어오는 중이다.

문 후원자가 운영 중인 이발소 한편에 초록우산의 저금통이 놓인 것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소 KBS에서 방영하던 휴먼 다큐멘터리 ‘동행’을 즐겨보며 어려운 형편에 처한 아동들의 이야기를 지켜봤는데, 해당 프로그램이 초록우산과 협력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초록우산에 대한 관심과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처음 저금통을 두었을 때만 해도 문 씨 역시 넉넉지 못한 형편이었기에 공병을 팔고 폐지를 모아 생긴 돈을 넣으면서 조금씩 기부금을 모아갔다. 처음에는 적게나마 매년 모인 돈을 인근 아동보호시설이나 지역교육청에 1년에 한 번씩 갖다 줬다고 한다. 한 번에 큰돈을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그럴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정기적으로 꾸준히 후원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어려울 때도 도움의 손길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어느덧 30년, 이제는 문 후원자의 자녀들까지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초록우산에 후원하고 있다. 문 후원자는 “자녀들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봉사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기쁘게 생각해 큰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문동호 후원자는 77세의 나이에도 운영 중인 동양이용원에서 손님들을 맞고, 휴일에는 이발 봉사를 하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문 후원자는 적은 수입으로 삼 남매를 어렵게 키워오면서도 아동을 위한 후원을 이어온 이유에 대해 “나 역시 어렵게 자라서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부모와 함께 생활하지 못하거나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아이들을 보면 어렸을 적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문 후원자는 어린 시절 북쪽 지역에서 어머니, 형제들과 남쪽으로 피란을 왔다가 뒤늦게 나오려던 아버지와 헤어져 이산가족이 됐다. 어머니가 행상하며 삼 형제를 키웠던 탓에 늘 빠듯한 살림이었다는 문 후원자는 서울로 올라와 숙식을 해결하면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이발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냈는데, 아이들도 힘을 얻어서 열심히 살고 초록우산을 통해 자립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나는 아이들을 위해 작은 마음을 보태는 것일 뿐, 초록우산에서 아이들을 잘 도울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웃으며 살 수 있어야 나중에 큰어른이 돼 우리 세상을 밝힐 수 있지 않겠냐”는 문 후원자는 “거창한 것은 하기 어렵지만 제가 건강한 동안 열심히 살아서 아이들을 돕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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