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원 코스도 ‘1분 매진’… 궁궐 야행에 구름인파

장상민 기자 2024. 5. 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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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궁 야간프로그램 인기 분석
경복궁 ‘별빛야행’ 방문객 폭증
12첩 궁중요리·궁궐산책 코스
최고가 6만원 불구 예약 끝나
덕수궁 ‘밤의 석조전’서 다과
창경궁선 미디어아트 전시 즐겨
외국인 위해 영어 진행회차 마련
지난해 가을 경복궁 야간 특별 관람 기간 중 방문한 관람객들이 정전인 근정전 앞 근정문과 영제교에서 한복을 착용하고 밤 궁궐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코로나 기간 300만 명으로 위축됐던 고궁 방문객은 지난해 1100만 명을 훌쩍 뛰어넘으며 고궁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보다 새롭고 고급스러워진 야간 특별 행사가 그 중심에 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은 고궁 개방의 기록적인 해로, 조명을 활용한 창경궁의 ‘소리풍경’을 마지막으로 4대 궁궐 각각의 야간 활용 프로그램이 마련됐고 그 해 4대 궁궐과 종묘의 방문자 수는 20.7% 급등했다. 여전히 ‘1분 매진’을 기록하며 뜨거운 인기를 구가하는 고궁 야간 활용 프로그램의 매력을 10년 전과 비교하며 다시 한 번 짚어보자.

◇맛과 향으로 오감 자극… 경복궁 ‘별빛야행’, 덕수궁 ‘밤의 석조전’

지난해에만 550만 방문객을 맞이한 경복궁은 4대 궁궐 중 단연 으뜸의 볼거리를 자랑한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3만7000명을 기록한 경복궁 야간 특별 관람 방문객은 2020년에는 10만6000명으로 잠시 주춤했다가 2022년과 2023년 각각 29만, 27만 명을 기록하며 회복을 넘어 연간 야간 방문객이 두 배 이상으로 폭증하고 있다. 이에 부응하듯 2014년 당시 연중 42일만 개방하던 것을 2022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두 배에 달하는 93일과 77일간 야간 개방을 진행했다. 올해도 봄과 가을 동안 약 60일의 개방이 예정돼 있다.

경복궁 ‘별빛야행’은 2014년에는 볼 수 없었던 프로그램으로 ‘소(小)주방’ 권역의 복원과 함께 2016년 신설됐다. 지나치기 쉬운 궁궐의 주방을 테마로 궁중 12첩 코스요리 ‘도슭수라상’을 맛보고 수라간 최고 상궁과 함께 어둠이 내려앉은 고궁의 곳곳을 누빈다. 수라간을 담당하는 상궁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차려진 궁중 음식을 맛보는 동안 마당에서는 전통 악기 연주 공연이 펼쳐진다. 올해 ‘채식’ 수라상이 추가돼 더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식사 후 밤 산책은 고종의 서재인 집옥재와 을미사변 이전까지 고종이 가장 사랑했던 건청궁으로 이어지며 특히 ‘취향교’를 건너 평소 진입이 허락되지 않는 향원정을 가까이 살펴볼 수 있다. 그 특유의 매력으로 인해 6만 원에 달하는 최고가 프로그램이지만 이미 2차 예약까지 매진된 상태다.

2006년 가장 먼저 야간 개방을 시작한 덕수궁은 대한제국 말기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석조전의 보수 공사 후 내부를 개방해 ‘밤의 석조전’을 3년째 진행 중이다. 고즈넉이 빛나는 궁궐과 서울의 야경이 어우러지는 석조전의 테라스에서 ‘가배차’, ‘양탕국’으로 불리며 고종이 즐겼던 향긋한 커피와 다과를 즐기고 황제의 접견실에서는 ‘고종-대한의 꿈’ 뮤지컬이 펼쳐진다. 행사를 찾은 한 연인은 “궁궐의 야간 행사 중 가장 근대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그에 맞는 ‘모던보이-모던 걸’ 착장을 준비해 인생샷을 남겼다”며 즐거워했다.

◇있는 그대로의 궁궐 뽐내는 창덕궁 ‘달빛기행’ … 새로운 시도 창경궁 ‘물빛연화’

2012년부터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야간 활용 프로그램을 유지해 온 창덕궁의 ‘달빛기행’은 적은 불빛과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창덕궁 후원까지 걸어볼 수 있도록 꾸려졌다. 첫 시행 이후 100명으로 유지하던 회차 당 인원을 팬데믹을 거치며 20명 내외로 대폭 줄여 프로그램 본연의 취지를 더욱 잘 살리고 있다는 평가가 자자하다. 후원에 다다르면 따뜻한 차와 시원한 차를 취향껏 선택해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도 주어진다.

한편 그동안 별도의 야간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던 창경궁은 궁중문화축전 10주년을 맞아 최초로 미디어아트 전시 ‘물빛연화’를 기획했다. 2014년 ‘소리풍경’에서 춘당지만 활용했던 것에서 이번에는 전시 구역을 대폭 확대해 궁의 입장부터 유리와 철제로 이루어진 대온실과 대춘당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변화했던 창경궁의 다양한 모습을 빛으로 구현했다. 연출을 맡은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는 “조선 궁궐로 존재한 시간, 근현대의 시간 등 서로 다른 문화와 시간을 길 위에 비치는 물빛과 함께 보여주며 궁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사전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행사를 주관하는 한국문화재재단은 “뜨거운 반응에 가을 궁중문화축전 기간에도 연장 활용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각 궁의 특별 프로그램이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인생샷 맛집’으로 등극하자 곳곳에서는 노인, 장애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의 문화유산 접근성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에게 고궁의 아름다움을 전하지 못하는 것도 한계로 지적됐다. 이에 한국문화재재단은 작년부터 별빛야행, 달빛기행, 밤의 석조전 가을 행사에 전면적 추첨제를 도입해 운영했으며 오는 하반기에는 더욱 확대해 주간 궁궐활용 프로그램에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축전 기간 중에는 영어로 진행되는 야간 행사 회차도 마련됐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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