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스턴트맨들 향한 헌사 담은 러브레터 '스턴트맨'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2024. 5. 1.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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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외화 '스턴트맨'(감독 데이빗 레이치)
외화 '스턴트맨'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누군가를 혹은 향한 가슴 절절한 러브 레터를 누가 쓰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스턴트맨'이 보여줬다. 데이빗 레이치 감독은 스턴트맨 출신답게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고, 잘 아는 분야인 액션을 입혀 스턴트맨들을 향한 헌사를 담은 러브 레터를 완성했다.

잠수 이별을 택하고 후회뿐인 날을 보내던 스턴트맨 콜트(라이언 고슬링)는 영화감독이 된 전 여친 조디(에밀리 블런트)의 촬영장에 복귀하며 아련한 재회를 기대한다. 그러나 갑자기 주연배우가 사라지고, 콜트는 조디를 위해 사라진 배우를 찾아 나선다.

우리에게는 '데드풀 2' 연출자로 잘 알려진 데이빗 레이치 감독이 새롭게 들고 온 '스턴트맨'을 두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너무 좋았다"라며 레이치 감독을 안아줬다고 한다. 스필버그 감독이 '파벨만스'를 통해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가장 잘 아는 방식으로 영화를 향한 사랑을 드러냈다면, 레이치 감독은 스턴트 액션으로 이를 그려냈다.

영화는 제목처럼 스턴트맨인 콜트가 주인공이다. 영화의 얼굴인 주인공을 대신해 위험을 연기하지만 아무도 그의 얼굴조차 모르는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 바로 스턴트맨이다. 영화의 주인공을 대신하는 인물이 '스턴트맨'이라는 영화 안에서, 그리고 영화 속 영화 현장에서 주인공이 된다.

외화 '스턴트맨'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영화는 영화 속 영화 현장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영화 제작 과정과 맞물리며 사건의 발생과 해결 과정이 진행되는데, 중심에 놓인 이야기는 스턴트맨인 콜트의 '사랑'이다. 콜트의 가슴 절절한 러브 레터라는 외형적인 구조를 가진 영화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 스턴트맨을 향한 감독의 러브 레터가 놓여 있음을 금방 발견할 수 있다.

조디를 향한 콜트의 고백은 마치 이 영화가 스턴트맨을 향해 바치는 고백처럼 들린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에 다다르면, 이 고백은 단순한 고백 그 이상의 헌사를 담은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스턴트맨을 비롯한 카메라 뒤 보이지 않는 곳, 현장이란 전쟁터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영화인을 향한 헌사 말이다. "스턴트맨에게 오스카상을!"이라는 구호와 함께 말이다.

얼굴 없는 스태프, 특히 스턴트맨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인만큼 '스턴트맨'의 주요 무대는 영화 촬영 현장이다. 그렇기에 현재 할리우드의 이면을 엿보는 느낌을 준다. 이는 단순히 영화 현장의 모습을 비추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 여친의 촬영 현장에 찾아온 콜트의 얼굴을 스캔해 다른 배우의 얼굴에 입히려고 하는 시도는 할리우드 배우들을 파업으로 이끌었던 문제 중 하나다. '현실'이 담긴 현재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현실과 스크린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외화 '스턴트맨'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여기에 콜트의 스턴트 작업과 조디와의 사랑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사건에 휘말리며 스턴트 액션과 현실의 액션의 모호한 경계 속으로 빠져든다. 그 과정에서 영화 초반 추락 신을 찍으며 진짜 추락하며 스턴트맨으로서의 삶도, 사랑도 밑바닥으로 떨어진 콜트가 영화 마지막에 다시 한번 추락하는 장면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또한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후회했고 또 후회할 뻔했던 콜트가 이 모든 것의 진실을 알게 되고 밝혔을 때 비로소 왜 영화의 원제('The Fall Guy')가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아프지 않은 척, 괜찮은 척 엄지를 위로 올려야 했던 콜트는 다시 한번 도전하게 된 추락 신을 성공해 낸다. 그리고 비로소 엄지를 들어 올리는 동작 안에 숨겨진 진짜 마음을 고백하며 일도 사랑도 되찾게 된다.

외화 '스턴트맨'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이처럼 영화는 영화 속 영화, 배우 뒤 스턴트맨, 괜찮은 척 한 마음 뒤 괜찮지 않았던 마음 등 보이는 것 뒤편에 놓인 것들을 포착하고 그 안 혹은 그 뒤에 담긴 진짜인 것들을 보여주면서 하나로 엮어낸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들에 숨어 있는 것은 결국 보이지 않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스턴트맨을 향한 헌사를 담은 '러브 레터'였음을 알 수 있다.

스턴트 액션에 대한 이해가 높은 감독답게 영화에는 다양한 스턴트 액션이 등장한다. 다소 과장되고 비현실적인 액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른 영화 속 액션 신들을 하나씩 오마주처럼 선보이는 장면은 이 영화가 어떤 길을 가고자 하는 영화인지 보여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명대사들이 어떤 영화 속 대사들인지 맞추고, 그 영화를 떠올리는 재미도 즐길 수 있다. 또한 모래사막에서 펼쳐지는 조디의 영화는 우리에게 익숙한 '어떤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브래드 피트와 장 끌로드 반담의 스턴트 역할을 했던 감독이라 그런지 '스턴트맨'에서 매우 큰 활약을 하는 강아지의 이름이 장 끌로드라는 점 역시 재밌는 지점이다. 다만 대사량이 많다는 것과 미국식 유머 코드와 문화 코드가 전반에 녹아 있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외화 '스턴트맨'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지난해 전 세계 극장가를 휩쓸었던 '바비'와 '오펜하이머'의 주역인 라이언 고슬링과 에밀리 블런트는 뛰어난 연기 호흡을 보여주며 또 다른 '바벤하이머'의 조합은 옳았음을 증명했다.

콜트라는 캐릭터는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했기에 찌질하지만 사랑스러워 보이면서 그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한층 생생하게 드러났다. 사실상 콜트 중심의 영화 안에서 에밀리 블런트가 연기한 조디는 남성들의 세계와 스턴트맨을 향한 헌사 사이에서 여성 감독으로서 고군분투하며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콜트라는 스턴트맨의 스턴트는 어떤 스턴트맨이 연기했을지 궁금해진다. 이러한 관객들의 궁금증은 영화의 마지막 엔딩 크레딧과 함께 해소된다. 마치 성룡 영화의 마지막처럼 영화 현장, 특히 스턴트맨들의 활약이 담긴 제작기 영상이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동시에 '스턴트맨'이 가고자 했던 길의 종착지에서 잊지 않고 마침표까지 찍는다.

126분 상영, 5월 1일 개봉, 15세 관람가.

외화 '스턴트맨' 메인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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