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에게 '대리처방'해 준 선수들, 법적 처벌 받을까?

양중진 칼럼니스트 2024. 5. 1. 07: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인 오재원 선수의 마약류 투약과 관련한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투약한 것에 모자라 후배들에게 대리처방까지 시켰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요. 이로 인해 후배들까지 사법처리 될 수 있음은 물론 선수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재원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 협박 등), 주민등록법 위반, 특수재물손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되어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이에 더해 두산 구단의 자체 조사 결과, 동료 선수 여덟 명이 대리처방을 통해 수면제를 오재원에게 공급해 주었다고 합니다. 물론 동료 선수들의 자발적인 의사는 아니었겠지요.

오재원은 어떻게 했나?

오재원은 후배들에게 대리처방을 거절하는 후배들에게 여러 가지 수단을 이용해 거스를 수 없게 했다고 하는데요. 현재까지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은 이렇습니다.

"되게 무서운 선배였다. 팀에서 입지가 높은 선배고 코치들도 함부로 못 하는 선배였어서 괜히 밉보였다가 선수 생활에 타격이 올까 봐 (거절 못 했다)."

"(오재원이) 거절하니까 따로 불러내서 정강이를 두세 번 맞았다", "뺨을 툭툭 치면서 '잘하자' 이런 얘기도 했다."

"(오재원이)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라(고 했다). 괜히 말했다가 잘못 귀에 들어가면 피해는 저만 보게 될 거니까. 저는 저만 이렇게 (대리 처방) 하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

"카톡을 통해 오재원이 비밀을 지키지 않으면 "흉기로 찌르겠다" "팔 지질 거야"라고 했다."

"원정이나 개인 일정으로 병원에 다녀오지 못하면 욕설과 폭언을 퍼부으며 대리 처방을 끈질기게 강요하기도 했다."

후배들의 기댈 언덕은?

아직 사실관계가 정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은데요. 후배 선수들로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혹시 후배 선수들에게 기댈 언덕이 없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우리 형법은 제12조에서 ‘강요된 행위’라는 제목 아래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후배 선수들의 행위가 오재원에 의해 '강요된 행위'로 인정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문제는 강요된 행위를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저항할 수 없는 폭력

먼저,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 어느 수준에 이르러야 할지 의문인데요. 후배 선수들이 오재원의 강제에 대항할 수 없는 정도여야 합니다. 물론 여기서의 폭력이 주먹으로 때리거나 흉기로 위협하는 것과 같은 물리적인 폭력에 한정되는 것은 아닌데요. 오재원으로부터 받은 폭력을 제거하거나 대항할 수 있는 현실적인 힘이 있더라도 그것을 거부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경우도 해당합니다.

방어할 방법 없는 협박

또 하나는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인데요. 선수 자신이나 선수의 친족에게 위해를 가한다고 협박했을 때 이를 저지하거나 피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즉, 대리처방을 받아주는 것만이 위해를 피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협박의 정도가 문제가 되는데요. 단순히 선배의 지시만으로는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 후배 선수들에게 커다란 불안감을 조성해 의사를 결정하거나 행동할 자유를 침해할 정도에 이르러야 합니다.

결국, 후배 선수들이 대리 처방으로 인해 처벌을 받지 않으려면 여러 가지 요소를 심도 있게 조사해야 하는데요. 당시 오재원과 후배들의 위치, 오재원이 각각의 후배들에게 한 폭력이나 협박의 구체적 내용, 오재원의 말을 듣지 않았을 경우의 불이익의 정도, 신고 등 다른 행위를 할 수 있었는지 여부, 여기에 야구 선수라는 특수성 등 여러 가지 사정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강요된 행위로 인정되면!

만약 후배 선수들이 대리처방을 받은 행위가 강요된 행위로 인정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론적으로 형사적으로 처벌이 되지 않습니다. 좀 어려운 말로는 '책임조각사유'라고 하는데요. 대리처방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뜻입니다.

수사기관에서 강요된 행위가 인정된다면 불기소 처분이 이루어지지만 ‘혐의없음’ 처분은 아닙니다. 이와 조금 다르게 ‘죄 안됨’ 처분이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와 같은 처분 결과에 따라서는 선수별로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지요.

법의 판단은 어떻게 될까?

10년 이상 야구 선수 생활을 하며, 한길을 걸어온 후배 선수들에게 주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선배의 명령을 거역할 현실적인 힘이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같은 상황이었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법의 최종적인 판단이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 칼럼니스트 소개 -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 변호사 (검사의 대화법, 검사의 스포츠, 검사의 삼국지 저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