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잔치’ 파리 올림픽…올림픽 마케팅 뭘 노리나? [특파원리포트]

안다영 2024. 5. 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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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파리올림픽 메달은 프랑스 보석 브랜드 '쇼메'가 디자인했습니다. 메달은 패션 브랜드인 '루이뷔통'이 디자인한 가죽 케이스에 담깁니다. 올림픽 기간 각종 행사에 제공되는 주류는 샴페인 '모에 샹동'으로 잘 알려진 주류회사 '모에 헤네시'가 담당합니다. 프랑스 대표팀이 개막식에서 입을 의상은 패션 브랜드 '베를루티'가 제작했습니다. 패션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도 개막식 행사 관련 후원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눈 돌리는 곳마다 그야말로 명품 브랜드 '잔치'입니다.

이번 파리올림픽의 공식 후원 기업은 80여 개에 이릅니다. 앞서 언급한 브랜드들을 소유한 전 세계 1위 명품 그룹 LVMH를 비롯해 우리 기업 삼성전자, 전통적인 올림픽 후원사 코카콜라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들이 많은 예산을 투입하며 올림픽 마케팅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요?

■ LVMH, 그룹 차원 올림픽 전방위 후원

패션 브랜드 루이뷔통의 모기업인 LVMH는 이번 올림픽 프리미엄 후원사 7곳 중 6번째로 합류했습니다. 파리올림픽 주최 측이 자금난을 겪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LVHM는 최대 후원사로,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1억 5천만 유로, 우리 돈 약 2천2백억 원을 지원합니다.

당초 기업 등 민간 후원을 받아 세금 사용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던 주최 측은 자금 부담을 덜게 됐습니다. 전액 민간 후원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던 목표도 사실상 달성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동안 패션 브랜드 루이뷔통은 축구와 럭비 월드컵, 테니스 경기인 롤랑가로스 등 권위 있는 국제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운반할 케이스를 지원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LVMH 그룹 차원에서, 올림픽을 후원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그럼 LVMH는 뭘 얻을까요?

우선 LVMH가 소유한 여러 브랜드가 약 40억 명에 달하는 전 세계 TV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노출됩니다. 글 초반에 나열한 명품 브랜드들이 개막식 행사와 시상식 등에 여러 방식으로 등장하고, 성화 봉송 현장에서는 LVMH가 소유한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의 로고가 단독으로 부각됩니다.

고가부터 중저가 브랜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LVMH로서는 전방위적으로 브랜드를 홍보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LVMH 측은 프랑스다운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이번 후원에 참여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탈세 혐의 등으로 프랑스에서 시선이 곱지 않은, 전 세계 최고 부자 아르노 LVMH 회장에 대한 이미지 개선 효과를 기대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불평등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아르노 회장의 기업이 전면 부각되는 것이 올림픽 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루이뷔통 측이 파리올림픽 메달을 담을 가죽 케이스를 제작하고 있다.


■ 샹젤리제에 체험관 연 삼성전자

우리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이번 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참여합니다. 삼성전자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 이번 파리 하계올림픽까지 26년째 올림픽을 후원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파리의 대표적인 거리 샹젤리제에 올림픽 체험관을 열었고, 올림픽 파크와 선수촌, 미디어센터 등에도 체험관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체험관에서는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 출시된 애니콜부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갤럭시 폴더블폰까지, 역대 올림픽과 변천사를 함께해 온 올림픽 에디션들을 전시했습니다. 또 스케이트보드와 브레이킹 등 올림픽 신규 종목으로 구성된 게임을 통해 갤럭시 AI 기능도 소개합니다.

삼성전자가 최근 샹젤리제에 문을 연 올림픽 체험관에는 역대 올림픽에 후원한 휴대전화가 전시돼 있다.


삼성전자 측은 올림픽 후원사로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 초기에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판매 촉진 효과를 더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유럽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이긴 하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 점유율에서는 애플 아이폰에 밀려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현 상황을 타개하고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삼성전자가 젊은 층의 관심 종목인 스케이드보드와 브레이킹, 서핑 응원 다큐를 제작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입니다.

■ 올림픽 마케팅 효과, 수치로 확인은 '글쎄'

올림픽 마케팅이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지, 그 효과를 수치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입니다.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변수를 다 배제하고, 순수하게 올림픽 마케팅 효과만을 분리해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다만 인지도 제고 측면에서 올림픽 마케팅의 영향이 크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당장,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들은 올림픽 현장에서 배제됩니다. 가령, 파리올림픽 기간 경기장 내에서는 공식 후원사인 비자(VISA) 카드로만 결제할 수 있습니다. 비자가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 IPC와 후원 계약을 맺고, 독점적으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비자 최대 경쟁사인 마스터카드가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이유입니다.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기를 비롯해 올림픽 마스코트, 심지어 '올림픽'이라는 표현도 공식 후원사만 쓸 수 있습니다. 후원사가 아닌 기업이 광고에 올림픽 관련 로고나 표현 등을 함부로 썼다가는 IOC 상표권 위반 등으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공식 후원사만이 일종의 특권을 누리는 셈입니다.

파리올림픽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하는 전자시계에 올림픽 로고와 함께 시계 브랜드 오메가의 로고가 나란히 찍혀 있다.


또 일부 기업들은 특정 분야 후원을 오랜 시간 지속해오며, 동종업계 최고 '전통'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가져가기도 합니다. 명품 시계 브랜드 '오메가'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오메가는 2032년까지 올림픽에 필요한 모든 시계를 제공합니다.

■ 여론 '뭇매' 맞는 공식 후원사

하지만 얻는 것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음료 분야 '전통' 후원사인 코카콜라는 환대받지 못하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프랑스 일간 '르 몽드'는 '코카콜라는 2024년 파리 올림픽의 후원사이자 플라스틱 오염의 세계 챔피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환경 운동을 하는 비정부기구 등을 인용해 코카콜라를 비판했습니다.

비정부기구 'Break Free From Plastic(플라스틱으로부터 해방)'이 2022년 41개국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한 결과 코카콜라가 3만 천 개 이상의 폐기물로 새로운 기록을 세웠습니다. 코카콜라 브랜드 폐기물은 41개국 가운데 40개국에서 발견됐지만, 경쟁사인 펩시는 30개국에서만 발견됐습니다.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하는 파리올림픽에 코카콜라가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항의의 뜻으로 프랑스의 한 환경 단체는 코카콜라가 후원하는 파리 올림픽 성화 봉송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코카콜라 측은 경기장에 음료 분수대를 수백 개를 설치하고, 음료의 절반 정도를 플라스틱병 없이 제공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번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는 '에어비앤비'도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 중 하나입니다. 파리를 비롯해 올림픽 주요 행사가 열리는 파리 외곽 생드니, 베르사유 등 수도권 주택 상당수가 올림픽 기간 숙박 시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올림픽 기간 집주인들이 집을 숙박 시설로 돌리기 위해, 세입자들을 몰아내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바로 숙박 공유 앱인 '에어비앤비'가 있습니다. 이를 두고 한 프랑스 상원 의원은 "올림픽은 '임대 퇴거 행사'가 아닌 대중적인 축제가 되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주택 위기를 악화시킨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에어비앤비는 지역 경제 성장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광고 캠페인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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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영 기자 (browne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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