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동 1주기...'분신방조 의혹' 보도 사과 없는 조선일보

김예리 기자 2024. 5. 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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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편집국장 "저희가 방조란 말을 썼나"
조선NS "기사에 틀린 게 없다는 입장은 불변"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조선일보 측이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씨 분신을 동료가 만류했다는 목격자들 증언에도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 보도를 낸 것을 두고 “지적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며 “방조를 주장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조선NS 측은 “기사에 틀린 게 없다는 입장은 불변”이라고 했다. 양회동씨 분신 1년, 조선일보는 분신 방조 의혹 보도에 여전히 사과하지 않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달 29일 선우정 조선일보 편집국장에게 SNS로 △편집국이 현재 '함께 있던 간부는 분신 순간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고 판단하는지 △허위 보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조선일보가 '분신 방조 의혹'을 제기한 간부와 양씨 유족, 건설노조에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 △CCTV 무단 입수와 유족 동의 없이 보도한 데 대한 입장 등을 물었다.

이에 선우정 편집국장은 “저희가 방조란 말을 썼나”라고 반문하며 “질문이 일단 정확해야 답변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이후 선우 국장은 30일 “현장에 있던 기자의 대처와 비교하면 지적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며 “저희는 방조를 주장한 게 아니라 동료의 분신에 동료로서 해야 할 마땅한 대처에 대해 지적한 것”이라고 답했다. CCTV 화면 불법 유출과 사용 등 질의에는 “추가 답변은 안 드리겠다”고 했다.

조선NS 데스크 “그게 CCTV인가? 저는 잘 모르겠다”

조선일보 온라인 보도 담당 자회사인 조선NS 장상진 대표(편집장)는 지난달 30일 통화에서 “기사에 틀린 게 없다는 입장은 불변”이라고 했다. 불법 유출된 검찰 CCTV 화면을 보도한 데 대한 입장을 두고는 “그게 CCTV인가?”라고 반문하며 “저는 잘 모르겠다. CCTV라는 보고를 받은 적은 없다. 현장 사진으로만 알고 있다”고 했다. 유족 고지나 동의 없이 양씨가 분신한 장면을 보도한 데 대한 비판에는 “모자이크 처리가 됐다”고 말했다.

양씨는 노동절인 지난해 5월1일 춘천지검 강릉지청 앞에서 '건폭몰이' 수사에 항의하며 분신했다. 조선일보는 이후 5월 16일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에서 양씨 분신 당시 곁에 있던 동료 홍성헌씨(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부지부장)가 분신을 말리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고 보도했다. 17일 지면 보도 제목은 <분신 노조원 불붙일 때 민노총 간부 안 막았다>였다. 건설노조와 유족들은 전문가 감식을 통해 조선일보가 보도한 장면이 춘천지검 강릉지청 CCTV 영상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현장을 목격한 YTN 기자들과 경찰 측은 모두 홍씨가 양씨를 말렸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당시 기사에서 YTN 기자들이 경찰에 “A씨(홍씨)가 현장에서 양씨를 말리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언급하면서도 분신 방조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가 나온 뒤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기획분신' 음모론에 가세했다.

▲조선일보·조선NS는 29일 보도한 건설노조 간부의 자살방조 무혐의 처분 기사. 조선일보는 앞서 해당 간부가 양회동씨의 분신을 말렸다는 복수 목격자 증언이 나오는 상황에 해당 간부가 분신 순간 막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고 주장하는 보도를 냈다.

뒤늦게 '자살방조 무혐의' 기사…바이라인 안 밝혔다 수정

조선일보는 지난달 29일 <경찰, 분신 동료 앞 휴대폰 조작 건설노조 간부 자살방조 무혐의>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지난해 양회동씨 '분신 방조 의혹 보도'로 불린 기사로부터 약 1년 만의 후속격이다.

양씨 분신을 목격한 건설노조 간부가 무혐의 처분됐다는 기사는 이미 지난 3월 이후 타 언론사들이 보도한 사안이다. 조선일보는 해당 보도에서 “민노총 건설노조 간부 분신 당시 바로 옆에서 구조 또는 구조 요청 행동을 하는 대신 휴대전화를 조작한 건설노조 상급 간부 A씨에 대해, 시민단체 등이 경찰에 자살방조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경찰이 무혐의 처분했다”며 “형법상 자살방조는 타인의 자살행위를 도와주는 경우에만 성립되며,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성립되지는 않는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작성자 바이라인(기자명) 없이 '조선일보' 명의로 기사를 냈다가 언론 취재를 접한 뒤 수정했다. 수사 결과를 보도하는 사회부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작성자를 밝히지 않는 건 이례적이다. 장상진 조선NS 대표는 통화에서 작성자를 표기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실수다. 제가 쓴 기사”라고 했고, 이후 바이라인이 '조선일보'에서 '장상진 기자'로 바뀌었다. 장 대표는 경찰 처분 보도가 나온지 한 달여 만에 보도한 이유에 대해선 “(언론 보도를) 못 봤다. 저희는 (경찰)출입이 있는 회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건설노조와 유족들은 지난 3월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4일 경찰은 건설노조 간부의 분신 방조 혐의를 각하 처분했다. 경찰은 혐의가 없어 사건을 자체 종결했지만 재차 고발이 들어와 각하 처분했다고 밝혔다. 분신 방조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판명 난 것”이라며 원희룡 전 장관과 조선일보에 사죄를 요구했다. ⓒ건설노조

월간조선 '유서대필 의혹' 오보, 유족도 모르게 삭제

'유서대필 의혹' 오보를 한 뒤 사과했던 월간조선은 유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기사를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31일 배진영 월간조선 편집장은 “저희가 의사 표명을 할 건 다 했다”며 기사 삭제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월간조선이 밝혔던 사태 책임 규명과 보도 시스템 정비를 이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월간조선 측은 기사를 삭제한 이유 및 약속한 사항 이행 여부를 묻는 미디어오늘 질의에 '답변할 수 있는 편집장이 5월2일까지 해외 휴가를 떠났다'고 밝혔다.

월간조선은 지난해 5월18일 기사의 육안 추측만으로 <[단독] '분신 사망' 민노총 건설노조 간부 양희동 유서 위조 및 대필 의혹> 기사를 냈다가, 필적감정 결과가 나오자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 입장을 냈다. 월간조선은 “기초적인 사실 확인 절차를 생략한 채 기사를 썼고, 편집장과 데스크들은 게이트 키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라며 “사태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한편 이번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취재·송고 시스템 정비”를 약속했다.

이런 가운데 유족과 건설노조가 양씨 분신 장면이 찍힌 CCTV 화면이 어떻게 조선일보에 유출됐는지 규명해달라고 경찰에 고소한 사건은 답보 상태다. 경찰은 수사 진행 상황을 유족과 노조에 공유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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