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900만건 유출' 자국 통신사엔 솜방망이, 라인야후엔 다른 잣대

조재현 기자 2024. 5. 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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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이 디지털 장벽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일본 정부도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을 문제 삼아 한국 네이버(035420)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피해를 낸 자국 회사에 솜방망이 규제를 내렸다는 점에서 '장벽 쌓기'의 위력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라인야후(51만 건)보다 더 큰 보안 사고를 낸 자국 회사의 원론적인 자구안은 수용해 형평성 논란을 자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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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전쟁-上] 타국 플랫폼에 공공연한 불이익
"뺏기면 끝"…산업 육성서 '규제' 무기화 시대
(라인야후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세계 각국이 디지털 장벽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일찌감치 빅테크(대형 기술 기업) 규제 법안을 만든 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 정부는 안보 우려를 이유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 퇴출에 나섰다.

일본 정부도 고객 정보 유출 사건을 문제 삼아 한국 네이버(035420)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 그간 대형 플랫폼을 앞세워 디지털 주권을 지켜오던 한국에도 파장이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피해를 낸 자국 회사에 솜방망이 규제를 내렸다는 점에서 '장벽 쌓기'의 위력을 알 수 있다. 플랫폼 보호주의 시대가 막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치·경제·사회·외교·안보 분야에서 거대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산하자 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기조로 견제에 나서는 국가가 늘고 있다.

1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일본 방송·통신 주무 부처인 총무성은 라인야후의 고객 정보 유출 사고를 빌미로 두 차례 행정지도를 내렸다. 그 결과 네이버는 라인야후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팔라는 압박에 직면했다.

라인야후는 네이버가 개발·운영한 일본의 국민 메신저 라인(LINE)을 서비스하는 회사로,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출자해 만든 A홀딩스가 65.4%의 지분을 갖고 있다.

총무성은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한 탓에 사고가 났다고 보고 지주사인 네이버의 경영권 배제를 공공연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라인야후(51만 건)보다 더 큰 보안 사고를 낸 자국 회사의 원론적인 자구안은 수용해 형평성 논란을 자초했다.

업계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해 10월 일본의 대표 이동통신 사업자인 NTT서(西)일본에서 10년간 개인정보 928만 건이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NTT서일본의 자회사로 시스템 위탁 업무를 맡은 NTT 비즈니스 설루션스 측 직원이 고객 정보를 외부에 넘긴 것이었다.

행정지도에 나선 총무성은 NTT그룹이 향후 3년간 약 300억 엔(약 2637억 원)을 보안 대책에 투자하는 등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NTT서일본과 비교해 피해 규모가 작은 라인야후가 '네이버 위탁 업무를 축소하고 고객 데이터도 올해 안에 일본 서버로 옮기겠다'고 했음에도 네이버의 지분 정리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자국 기업은 보호하면서 해외 기업에 지분 변경까지 요구하는 것을 두고 일본 현지에서도 이례적이란 의견이 많다.

올해 1월 일본 도쿄상공리서치는 지난해 개인 정보 유출·손실 사고가 있었던 일본 상장 기업 및 자회사 수가 147개라고 발표했다. 유출 정보 건수는 전년 대비 무려 590% 급증한 4090만 건이었다.

이렇다 할 플랫폼 기업이 없는 일본 정부는 최근 빅테크의 독점 행위 규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달 22일 구글의 독점금지법 위반 행위에 첫 행정처분을 내린 데 이어 애플리케이션 마켓에서 다른 기업의 참여를 방해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내용의 스마트폰경쟁촉진법도 추진 중이다.

미래 디지털 시대 패권을 쥐기 위해 각국이 전략 마련에 나선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은 "각국이 '규제'를 일종의 무기로 내세워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과거 산업 육성·지원 방안과는 달라진 분위기에 우리 정부도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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