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동단결시켰다… ‘하이힐 신은 트럼프’ MTG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4. 5. 1.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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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
親트럼프 정치인, 하원의장 축출 시도
민주 “우리가 구할 것”… 공화 내부서도 반대
그린, 음모론 등으로 여러 차례 논란이 돼
공화당 소속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이 지난 18일 미국 워싱턴DC 캐피톨힐(의회 의사당)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호를 등에 업고 폭주하던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치인이 외톨이가 될 위기를 맞았다. 이른바 ‘대안 우파’를 표방하며 2021년 하원에 입성, 각종 기행으로 의회에 온갖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는 공화당 소속 마조리 테일러 그린(50) 하원의원이다. 미국 언론은 그린 이름의 첫 글자를 따 ‘MTG’라고 부르고 “하이힐 신은 트럼프”라는 수식어도 붙여줬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며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축출을 시도했지만 트럼프가 존슨을 재신임하며 입장이 애매해졌다. 여기에 30일 민주당까지 “존슨을 구할 것”이라 밝혀 민주·공화당이 모처럼만에 단결한 모습이다.

그린은 29일 휴회를 마치고 다시 열린 하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존슨이 지난달 민주당과 합심해 약 95억 달러(약 130조원)짜리 우크나 지원 예산 법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그린은 외국 지원에 거부감이 큰 공화당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존슨 타도’를 외쳐왔다. 이 때문에 지역구인 조지아에서 복귀한 그린이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가 워싱턴 정가의 관심거리였는데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공화당 내 여론 형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대선 후보 트럼프가 최근 두 차례나 존슨을 신임한 탓이 컸다.

여기에 존슨 타도를 외치던 의원들도 일제히 그린을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해 케빈 맥카시 하원의장 축출 당시 의회 여론을 주도했던 맷 게이츠 하원의원은 NBC에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칩 로이 의원 역시 블룸버그에 “이건 지금 미국인들이 원하는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라고 했다. 트럼프와 가까운 공화당 원로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존슨은 훌륭하게 잘 하고 있다”고 했다. 대선을 200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와 같은 난맥상을 되풀이 할 수 없다는게 트럼프를 비롯한 측근들의 생각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존슨과 협업해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을 통과시킨 민주당 소속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역시 “축출 시도가 있을시 존슨을 구할 것”이란 뜻을 밝혔다. 하원 소수당인 민주당이 다수당인 공화당의 지도자격인 존슨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진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30일 모여 이같이 중지를 모았는데 “그린이 존슨 축출을 시도할 경우 효과적으로 킬(kill)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프리스와 원내총무인 캐서린 클락 등은 공동 성명을 통해 “그린의 행동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친(親)푸틴 방식의 방해를 끝낼 시간”이라고 했다.

지난 3월 9일 미국 조지아주 로마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 유세에서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이 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수세에 몰린 그린은 X(옛 트위터) 계정에서 “유권자들에게 투명하게 보여줄 것”이라며 타이밍의 문제일 뿐 존슨에 대한 해임 투표를 강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일각에선 그린이 민주당이 존슨을 구명하는 그림을 연출해 공화당 내 존슨의 정치적 공간을 좁히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폴리티코는 “투표를 강행할 경우 존슨을 공개적으로 두둔한 트럼프의 선을 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린은 공화당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친(親)트럼프 성향 의원이다. 지난 3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선 ‘MAGA’라 적힌 빨간색 모자를 쓰고 나타났고, 존슨 의장의 사전 당부에도 불구하고 연설 도중 여러 차례 고성·야유를 쏟아냈다. 그린은 과거 ‘큐어논 음모론’을 신봉하는 언행으로도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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