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미야자키 한국악(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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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이 일본 규슈 남동쪽에 위치한 미야자키현 가라쿠니다케(1700m)에 오르면 누구나 깜짝 놀란다.
한국의 일본어 표기인 '강고쿠' 대신 '가락국'을 '가라(가야) / 쿠니(국) / 다케(산)'로 조합했다고 가이드는 설명한다.
보름 때 도래인들이 주변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 한반도 방향을 바라보며 수구초심의 마음으로 흐느끼자 일본인들이 그곳을 가락국 사람들의 산으로 간주해 가라쿠니다케로 불렀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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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이 일본 규슈 남동쪽에 위치한 미야자키현 가라쿠니다케(1700m)에 오르면 누구나 깜짝 놀란다. 산 정상 정상목에 ‘韓国岳(한국악)’이라고 표기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일본어 표기인 ‘강고쿠’ 대신 ‘가락국’을 ‘가라(가야) / 쿠니(국) / 다케(산)’로 조합했다고 가이드는 설명한다. 고대 일본과 한반도와의 연관성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개연성을 지닌 가설로 받아들여진다.
일본 최초의 정사(正史)인 ‘일본서기’에 따르면 4세기 한반도에서 전쟁이 거듭되자 새 생활 터전으로 일본 열도가 대두됨에 따라 신라 백제 가야 유민들이 집단 이주했다. 미야자키에는 가야 유민들이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인들은 한반도에서 건너온 이들을 ‘멀리서 온 사람’이란 의미의 ‘도래인(渡來人)’이라고 불렀다. 도래인들은 토목 양잠 등 당시로선 선진기술을 사용했고, 한문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등 일본인의 생활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보름 때 도래인들이 주변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 한반도 방향을 바라보며 수구초심의 마음으로 흐느끼자 일본인들이 그곳을 가락국 사람들의 산으로 간주해 가라쿠니다케로 불렀지 않나 싶다.
가라쿠니다케는 일본 최초 국립공원인 기리시마 산군 5개 봉우리 중 가장 높다. 분화구와 칼데라가 산재해 이국적 풍광을 선사하는 활화산 지대다. 종주 거리는 13.7㎞로 5시간쯤 걸린다. 한국인은 가라쿠니다케를 주로 찾지만 일본인은 일본국을 세운 신들이 내려왔다는 전설의 다카치호미네를 선호한다. 신모에다케는 14년 전 화산 폭발을 일으켰다. 화산지대인 이곳을 종주하다 보면 한라산 백록담보다 배나 큰 칼데라호도 만난다.
제주도가 국내 신혼여행 메카였다가 1990년대 후반 해외여행 자유화로 한때 쇠락했듯이 미야자키도 1960년대까지 일본 최고의 신혼여행지였지만 1972년 미군이 오키나와를 반환하면서 그 자리를 넘겨줬다. 연평균 기온이 17.3도인 미야자키는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를 유지해 2000년대 들어 한국 일본의 프로야구 및 축구팀의 단골 동계 전지훈련지로 유명하다. 골프장도 30개가 넘어 최근 한국 주말 골퍼들이 자주 찾는다.
최근 부산과 미야자키 관광협회가 자매결연했다. 두 기관은 관광객이 서로 오가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직항 항공편 개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가끔 띄우는 전세기는 거의 만석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현재 직항은 인천 출발(주 3회) 한 편뿐이다. 하늘길이 열려야 진정한 교류가 시작된다.
이흥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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