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정채용 복마전 선관위, 외부 기관의 감시 상시화 시급

2024. 4. 30. 23: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감사원이 어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2013년 이후 시행된 167회의 경력채용 과정을 전수조사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 중앙 및 시·도 선관위 전·현직 각급 간부들이 자녀와 친인척을 특혜채용하는 등 무려 800여건에 달하는 규정 위반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데도 선관위는 부정채용 비리와 관련해 사회적 공분이 들끓던 지난해 6월 헌법 제97조 등을 내세우면서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거부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감사원이 어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2013년 이후 시행된 167회의 경력채용 과정을 전수조사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5월 감사에 착수한 지 약 11개월 만이다. 감사 결과 중앙 및 시·도 선관위 전·현직 각급 간부들이 자녀와 친인척을 특혜채용하는 등 무려 800여건에 달하는 규정 위반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김세환·박찬진 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 등 27명을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공정을 생명처럼 여겨야 할 선관위가 채용 비리가 판치는 복마전으로 변한 현실이 참담하다.

채용 비리 사례들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김 전 총장 자녀의 경우 중앙 및 시·도 선관위로부터 채용단계를 넘어 교육, 전보, 관사입주 등에 있어 조직적 특혜를 받았다. 개인용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전산부서에 요구해 수령한 뒤 퇴직하면서 무단반출하기까지 했다. 김 전 총장은 인천 선관위에 지인을 방호직에 채용하라고 부당하게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전남 선관위는 2022년 2월 박 전 총장 자녀가 경력 채용면접에 응시하자 합격시키기 위해 점수조작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위원들 간 정보를 공유하게 하고 외부 위원들에게는 순위만 정해 주고 평점표 점수는 비워둔 채 서명하게 했다. 이에 인사 담당자는 사전에 합격자로 결정된 6명의 자녀에게는 평점표에 점수를 높게 기재하고 나머지 응시자 4명은 임의로 불합격 처리했다. 충북 선관위는 송 전 차장으로부터 차녀의 채용 청탁을 받은 뒤 내부위원으로만 구성된 위원들이 모두 만점을 부여해 합격 처리했다. 경북 선관위는 간부의 자녀가 시험 응시자격에 결격사유가 있는데도 이를 은폐하고 서류시험에 개입해 합격처리했다. 감사원은 “경력직 채용을 손쉽게 국가공무원으로 입직할 수 있는 통로로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선관위 직원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런 데도 선관위는 부정채용 비리와 관련해 사회적 공분이 들끓던 지난해 6월 헌법 제97조 등을 내세우면서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거부했다. 더구나 해당 감사의 정당성을 따지겠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청구했으니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선관위가 독립적인 헌법기관 지위를 누릴 자격이 있나. 검찰은 채용 비리 관련자들을 철저히 수사해 일벌백계해야 한다. 선관위가 자정능력을 상실한 만큼 감사원이나 국회 등 외부 기관 감시의 제도화도 필요하다. 뼈를 깎는 선관위 내부의 대수술도 뒤따라야 한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